돌좀목(Archaeognatha)은 무시아강 곤충의 일종으로, 데본기 중반 거미강 절지동물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을 정도로 현존하는 곤충 분류군 가운데에서도 진화학적으로 가장 원시적이다. 현생 돌좀들과 매우 닮은 화석 표본은 고생대와 더욱 최근 시기의 잔여 지층에서 몸체화석과 생흔화석으로 발견되었다.[1]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대안학명 또는 동종이명으로 미크로코리피아(Microcoryphia)라 불리기도 한다.[2]

돌좀목

생물 분류ℹ️
계: 동물계
문: 절지동물문
아문: 육각아문
강: 곤충강
아강: 단관절구아강 (Monocondylia)
목: 돌좀목 (Archaeognatha)
Linnaeus, 1904
  • 모누라아목 (Monura)
  • 돌좀과 (Machilidae)
  • Meinertellidae 과

20세기 후반까지 좀목(Zygentoma)과 돌좀목은 한 쌍의 미모(Cercus)와 한 개의 중앙미사(appendix dorsalis)로 구성된 3개의 꼬리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어 하나의 목(구 좀목, Thysanura)을 이루고 있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돌좀목은 좀목과는 큰 차이점이 있는데, 이 3개의 꼬리 구조물 중에서 중앙미사의 길이가 2개의 미모보다 상당히 긴 반면, 좀의 모든 꼬리들의 길이는 거의 같다.[2]  20세기 후반 이후로 구 좀목이 다계통군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돌좀아목은 좀목을 포함한 쌍관절구아강(Dicondylia)의 자매 분류군인 돌좀목으로 각자 독립된 상태의 단계통 목 체계로 격상되었다.[3]

돌좀목은 세계 도처에 널리 퍼져 산다. 2개 과에 대략 500여 종을 포함한다.[4] 현재까지 그 어떤 종도 보존 위협에 처한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5]

특징 편집

돌좀목은 가슴이 등쪽으로 굽어있는 길쭉한 몸을 가진 소형 곤충들이다. 이들 복부의 끝에는 세 개의 긴 꼬리 같은 구조물이 나 있는데, 이것들은 양 측면에 1쌍의 미모와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길다란 선 형태의 구조물인 중앙미사이다. 중앙미사는 항문외판(epiproct)과 이어져 있다. 복부 제10마디는 크기가 줄어들어 있다.[6] 더듬이는 유연하다. 두 개의 커다란 겹눈은 머리 꼭대기에서 서로 맞닿아 있는 모습을 취하며 3개의 홑눈이 있다. 구기는 일부가 머릿속으로 파묻혀 있으며 단순 저작형 큰턱과 일곱 마디의 아랫입술수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랫입술수염의 길이는 보통 다리보다도 길다.[7]

다른 곤충 목들과는 달리 이들은 후각 수용체-공동수용체(olfactory receptor-coreceptor. 일명 Orco)가 없다. 수용체가 퇴화해서 사라졌거나 처음부터 전혀 나타나지도 않았던 걸로 보인다.[8][9]

돌좀목은 좀목과 여러 방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가령 돌좀의 비교적 작은 머리, 위 아래로 편평해지는 대신에 양 옆으로 압축된 듯한 몸통 등이 있다. 그리고 불안정하더라도 공중으로 30cm 이상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돌좀은 8쌍의 짧은 부속지가 복부 제2~9마디에 붙어있는데, 이를 첨지(stylus)라고 부른다. 돌좀과의 경우 가운뎃가슴과 뒷가슴의 다리에 작고 근육이 없는 첨지들을 지니고 있어 곤충 가운데에서도 유별나다.[10] 하지만 몇몇 속에서는 가운뎃다리에 첨지가 존재하지 않는다.[11] Meinertellidae 과의 경우 모든 다리에서 비슷한 첨지가 발견되지 않는다.[12]

돌좀은 가슴의 다리 기절과 복부 제1~7마디의 하단에 한 쌍에서 두 쌍의 막질 복관(eversible vesicle)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톡토기의 복관처럼 수분을 흡수하는 데에 사용되기도 하고 탈피 보조용으로 쓰이기도 한다.[13] 아홉 쌍의 숨구멍이 존재하는데 두 쌍은 가슴에, 나머지 일곱 쌍은 복부 제2~8마디에 있다.[14] 숨구멍 한 쌍이 복부 제1마디에도 있기는 하나 퇴화해서 소실되었다.[15]

더욱이 특이한 요소들이 돌좀에게 있는데, 그것은 복부 복판이 세 개의 판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돌좀이 자신의 배설물 등을 풀처럼 종종 사용해 탈피 이전에 자신의 몸을 기저면에 단단히 고정해 둔다는 것이다.[16] 돌좀은 잘 떨어지는 인편들이 그 몸을 뒤덮고 있는데, 이는 천적이 자신을 움켜쥐는 걸 어렵게 만듬이고 또한 외골격이 마모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함이다. 외골격은 매우 얇아 건조성에 대한 방호력이 떨어져서 나무 껍질이나 돌 아래의 선선하고 축축한 환경이나 공기가 습한 곳을 매우 선호한다.

어원 편집

돌좀목의 학명 어원은 ‘고대’, ‘오래된‘을 뜻하는 그리스어 ἀρχαῖος (archaios)와 ’턱‘을 뜻하는 γνάθος (Gnathos)가 병합된 합성어이다. 이는 큰턱의 관절에서 유래되었는데, 다른 곤충의 구기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린다. 원래 돌좀목은 계통발생학적으로 원시적인 관절구(condyle)를 각각 한 개씩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단관절구류(Monocondylia)’라 명명되기도 하였다. 나머지 다른 목에 속하는 곤충들은 관절구가 두 개라 여겼으나 이것은 이후 부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좀은 다른 모든 곤충들처럼 쌍관절구 큰턱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약간 다른 상동의 관절 두 개를 지니고 있다.[17]

동종이명인 미크로코리피아[2] ‘작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μικρός (mikros)와 ‘머리’를 뜻하는 문맥어인 κορυφή (koryphē)가 합쳐진 것에서 왔다.[18]

영명 ‘jumping bristletails’은 돌좀의 튀어오르는 습성과 꼬리에서 기인한다. 등이 굽은 것 때문에 'hump-backed'라 부르기도 한다.

생태 편집

돌좀목은 서식지를 광범위하게 두고 나타난다. 대부분이 습기가 찬 토양에서 사는 반면, 어떤 종들은 관목림, 심지어는 사막에서조차 적응해 살아간다. 돌좀은 조류를 주로 섭취하지만 지의류, 이끼, 또는 죽은 유기체 파편도 먹는다.

교미 행동 중 세 가지 유형이 알려져 있다. 몇몇 종은 수컷이 지면에 뻗어나간 견사를 돌린다. 실에서 정자 방울들이 매달려 있는데, 암컷 돌좀이 산란관으로 이를 받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종에서는 정포(spermatophore)가 식물의 짧은 줄기 위로 쌓여 있다. 암컷이 정자를 받아가든 아니든 제 방식대로이지만, 많은 종에서 수컷이 교미 동안 정자를 암컷 생식기에 주입하려 노력한다. 수정에 관한 더욱 직접적인 방법은 페트로비우스 속(Petrobius)에 속하는 종들에게서 나타난다. 페트로비우스 속의 수컷은 암컷의 산란관에 직접 정자 방울을 놓는다.[19][20] 한 가지 가설이 있는데, 그것은 현존하는 곤충들의 생식기가 기절에 달린 복관이 닿을 수 없는 더 깊은 틈에 도달할 수 있는, 수분을 흡수하는데 특화된 기관으로부터 비롯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암컷이 지면에서 수분 대신 정자를 받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21] 수정 후의 암컷 돌좀은 돌이나 나무 껍질 등에 나 있는 적합한 틈새에 서른 개 정도의 알 무더기를 산란해 둔다. 약충은 성충을 닮았으며 종 및 온도와 섭취 가능한 먹이 같은 조건에 따라 2년 이상이 지난 후에 성 성숙에 도달한다.

대부분의 곤충들과는 달리 성충들은 성체가 된 뒤에도 허물 벗기를 계속하고 보통 각 령 단계에 한 번씩 짝짓기를 한다. 돌좀은 총 수명이 4년 이상이며, 가장 덩치가 큰 곤충들보다도 더 오래 산다.

한국의 돌좀목 편집

  • 돌좀목 (Archaeognatha 또는 Microcoryphia)
    • 돌좀과 (Machilidae)
      • Haslundichilis
      • Pedetontus
      • Lepismachilis
        • Lepismachilis nipponica Silvestir

각주 편집

  • Christopher O'Toole (2002). 《Firefly Encyclopedia of Insects and Spiders》. ISBN 1-55297-612-2. 
  1. Patrick R. Getty; Robert Sproule; David L. Wagner; Andrew M. Bush (2013). “Variation in wingless insect trace fossils: insights from neoichnology and the Pennsylvanian of Massachusetts”. 《PALAIOS》 28 (4): 243–258. Bibcode:2013Palai..28..243G. doi:10.2110/palo.2012.p12-108r. S2CID 86430759. 
  2. Timothy J. Gibb (2014년 10월 27일). 《Contemporary Insect Diagnostics: The Art and Science of Practical Entomology》. Academic Press. 78–쪽. ISBN 978-0-12-404692-4. 
  3. A. Blanke, M. Koch, B. Wipfler, F. Wilde, B. Misof (2014) Head morphology of Tricholepidion gertschi indicates monophyletic Zygentoma. Frontiers in Zoology 11:16 doi:10.1186/1742-9994-11-16
  4. Barnard, Peter C. (2011년 9월 19일). 《The Royal Entomological Society Book of British Insects》. John Wiley & Sons. ISBN 9781444344967. 
  5. NC State University, ENT 425 | General Entomology | Resource Library | Compendium [Archeognatha]
  6. Gillot, Cedric (2013년 3월 14일). 《Entomology》. Springer. ISBN 9781461569183. 
  7. Resh, Vincent H.; Cardé, Ring T. (2009년 7월 22일). 《Encyclopedia of Insects》. Academic Press. ISBN 9780080920900. 
  8. Wicher, D.; Miazzi, F. (2021). “Functional properties of insect olfactory receptors: Ionotropic receptors and odorant receptors”. 《Cell and Tissue Research》 383 (1): 7–19. doi:10.1007/s00441-020-03363-x. PMC 7873100. PMID 33502604. 
  9. Brand, Philipp; Robertson, Hugh M.; Lin, Wei; Pothula, Ratnasri; Klingeman, William E.; Jurat-Fuentes, Juan Luis; Johnson, Brian R. (2018). “The origin of the odorant receptor gene family in insects”. 《eLife》 7. doi:10.7554/eLife.38340. PMC 6080948. PMID 30063003. 
  10. Snodgrass, R. E. (2018년 5월 31일). 《Principles of Insect Morphology》. Cornell University Press. ISBN 9781501717918. 
  11. Mendes, Luís F. (1990). “An Annotated List of Generic and Specific Names of Machilidae (Microcoryphia, Insecta) with Identification Keys for the Genera and Geographical Notes”. 
  12. Sturm, Helmut (1997). “A New Subgenus and Two New Species of the Genus Machilinus (Meinertellidae, Archaeognatha = Microcoryphia, "Apterygota", Insecta) from Mexico”. 《Journal of the New York Entomological Society》 105 (1/2): 15–23. JSTOR 25010224. 
  13. McGavin, George C.; Davranoglou, Leonidas-Romanos (2023년 1월 4일). 《Essential Entomology》. Oxford University Press. ISBN 978-0-19-265483-0. 
  14. Davies, R. G. (2013년 11월 11일). 《Outlines of Entomology》. Springer. ISBN 9789401705080. 
  15. Proceedings of the 1st Dresden Meeting on Insect Phylogeny: "Phylogenetic Relationships within the Insect Orders". (Dresden, September 19-21, 2003)
  16. Abbott, John C.; Abbott, Kendra (2020년 10월 13일). 《Common Insects of Texas and Surrounding States》. University of Texas Press. ISBN 9781477310359. 
  17. Blanke, Alexander; Machida, Ryuichiro; Szucsich, Nikolaus Urban; Wilde, Fabian; Misof, Bernhard (2015). “Mandibles with two joints evolved much earlier in the history of insects: Dicondyly is a synapomorphy of bristletails, silverfish and winged insects”. 《Systematic Entomology》 40 (2): 357–364. doi:10.1111/syen.12107. S2CID 85309726. 
  18. H. G. Liddell (1889). 《An Intermediate Greek-English Lexicon: Based on the 7th Ed of Liddell & Scott's Lexicon.》. 
  19. Walker, Andrew A.; Church, Jeffrey S.; Woodhead, Andrea L.; Sutherland, Tara D. (2013). “Silverfish silk is formed by entanglement of randomly coiled protein chains”. 《Insect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43 (7): 572–579. doi:10.1016/j.ibmb.2013.03.014. PMID 23578395. 
  20. Klass, Klaus-Dieter; Matushkina, Natalia A. (2012). “The exoskeleton of the female genitalic region in Petrobiellus takunagae (Insecta: Archaeognatha): Insect-wide terminology, homologies, and functional interpretations”. 《Arthropod Structure & Development》 41 (6): 575–591. doi:10.1016/j.asd.2012.06.003. PMID 22766521. 
  21. 9th Dresden Meeting on Insect Phylogeny 2019

외부 링크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