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다른 사람이 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거나 모방하여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

표절(Plagiarism, 剽竊; 문화어: 도적글)이란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거나 아니면 관념을 모방하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문화어 항목과 한자어의 "절"에 나오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훔치는 행동이다.

원래 한자어인 표절은 묶을 표(剽), 훔칠 절(竊)로 이룬 단어이다. 표절은 상대방을 묶거나 모르게 훔치는 행동으로 노략질이나 도둑질까지도 의미했다. 21세기 현재, 의미가 줄어들어 학술이나 예술 등에서 저술이나 저작물을 도용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사용한다.

표절은 '저작권 침해'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양자는 맥락과 지향이 서로 다르다. 표절은 윤리적인 행위에 가깝지만, 저작권 침해는 타인의 재산권에 피해를 주는 행위이다. 저작권이 소멸된 타인의 저작물인 200년전 논문을 출처 표시하지 않고 이용하면 표절에 해당하지만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표절은 주로 학술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윤리와 관련되는 반면에 저작권 침해는 다른 사람의 재산권을 침해한 법률적 문제이다.

표절과 저작권 침해 그리고 인용 편집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으로부터 전거를 충분히 밝히지 않고 내용을 인용하거나 차용하는 행위이다. 반면에 저작권 침해는 다른 사람의 저술로부터 상당한 부분을 저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자신의 저술에서 사용한 행위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지식의 확산을 위해 공정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경우라면 설사 전거를 밝혔더라도 저자의 동의가 없었다면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표절도 출전을 밝히기만 하는 것으로 전부 방지되는 일은 아니다. 자기 이름으로 내는 보고서나 논문에서 핵심내용이나 분량의 대부분이 남의 글에서 따온 것이라면 출전을 밝히더라도 표절이 될 수 있다. 남의 글이나 생각을 베끼거나 짜깁기해서 마치 자신의 업적인 것처럼 공표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저작권 보호가 엄격하게 유지되는 사회일수록 표절에 대한 사회적 규제도 엄격하며, 저작권 보호가 느슨한 사회에서 표절에 대한 규제도 느슨하다는 점에서 바라보면 양자 사이에는 모종의 관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행정학회에서는 '표절을 고의적으로나 또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타인의 지적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라고 정의했다.[1]

제재 편집

학계 편집

학생과제 표절

학계에서 학생의 표절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치는 심각한 반칙행위로 간주되어 고등학교대학교 모두 해당과목을 0점처리 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상습적이거나 정도가 심각한 (예컨대, 논문이나 기고문을 통째로 베끼는 등) 경우에는, 정학이나 퇴학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표절 확인방법

학생들은 흔히 좋은 보고서를 빨리 내야하는 압박에 시달리느라, 현대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여러 출전으로부터 일부씩 복사해서 붙여넣는 식으로 표절할 유혹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채점위원으로 참여하는 담당 교수나 강사 및 교사가 이를 적발해 내기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개 어렵지 않다. 첫째, 학생들이 베끼는 출전들이 대개 겹치기 때문에 여러 명의 보고서에 같은 대목이 중첩된다. 둘째, 대학교 교수, 강사,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므로,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가려내기는 쉬운 일이다. 셋째, 학문연구경험이 많지 않은터라 학생들이 주제와 동떨어지거나 부적절한 전거 또는 부정확한 정보를 차용하는 경우도 많다. 넷째, 교수나 강사가 보고서를 낼 때 표절검사기를 거쳐서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학생이 낸 숙제를 표절검사프로그램으로써 표절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한다. 어느 문서에서 표절했는지까지-다른 학생들의 보고서를 표절했는지, 인터넷에서 찾아낸 문서를 복사해서 붙여넣었는지, 상업자료를 표절했는지 등- 알 수 있다고 한다. 표절이 발각되면 이미 받은 학위나 상이라도 취소하는 대학교도 많다.

연구자 표절

교수나 연구원의 표절은 신뢰도나 성실성의 손상은 물론이고 정직 또는 파면의 사유가 될 수 있다. 교수나 학생에 대한 표절 혐의는 구성원들의 동의에 따라서 설치된 학내 징계위원회에서 다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학자가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이중 일부를 비학술지에 발표하거나 외국어로 번역하여 외국에서 발표하는 경우, 눈문을 자신의 저서에 포함시키는 경우, 학위논문을 분할하여 발표하는 경우 등의 행위는 윤리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표절행위에 해당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학위 및 학술 논문 표절 기준

학술 논문에서는 '어쩔 수 없는 표절'[2]을 관습적으로 15%까지로 인정하며 이를 넘을 경우 표절 논문으로 간주한다. 학위 논문의 경우는 대학교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한민국에서는 보통 10% 미만의 어쩔 수 없는 표절률을 요구한다. 2020년 기준, 모든 학위 논문은 표절검사기로 검사한 후 표절 검사서를 완성논문과 함께 제출해야만 한다. 표절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논문은 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언론계 편집

어떤 언론지가 유통되려면 공중의 신뢰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자가 전거를 정직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해당 신문이나 방송의 도덕성이 훼손되고 신뢰도가 무너진다. 기자가 표절 혐의를 받게 되면 일단 보도업무가 정지되고, 사내에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전자문서를 쉽게 얻어서 편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표절의 유혹을 받는 기자들도 많아졌다.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통해 표절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많다.

온라인 표절 편집

인터넷 웹사이트나 블로그에서 내용을 복사해다가 붙여 넣는 것을 컨텐트 스크레이핑이라고 한다. 한국어에서는 퍼나르기 또는 펌질이라고 불린다. 영어 문서에서 표절을 찾아내는 도구는 무료로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오른 클릭을 봉쇄하거나 저작권 경고를 띄우는 등, 온라인 복사를 제한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저작권 침해와 결부되는 표절의 경우에는 컨텐트의 정당한 소유자가 가해 사이트 소유자 또는 사이트가 개설된 도메인 서버 관리자에게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DMCA가 이에 해당한다.

글의 내용을 복사할 때만 표절인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관념이나 생각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제시하면 표절이 된다. 반면에 표절 검색기는 대부분 글 내용을 노골적으로 그대로 베낀 경우만 잡아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사이트를 자신의 것인 양 베껴서 사이트를 만드는 등 소위 가짜 블로그도 온라인 표절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기타 맥락 편집

표절이란 흔히 느슨한 의미에서 도둑질 또는 절도라고 지칭되지만, 사법적인 의미에서 형사문제로 다루는 관행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 보통법의 관점에서도 표절이 형사상 범죄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표절의 문제는 민사사건과 관련된다. 표절에 해당하는 행위는 때때로 저작권 침해, 불공정 경쟁, 도덕적 권리의 침해, 등과 같은 명목 아래 법정에서 사건이 될 수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지식재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저작권 침해도 형사범죄로 다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일어나는 추세이다.

자기표절 편집

자기표절(Self-plagiarism)이란 자신의 저작 가운데 상당한 부분을 똑같이 또는 거의 똑같이 다시 사용하면서 원래의 출전을 밝히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행위는 중복게재 또는 중복출판이라고도 불린다. 원저의 저작권이 다른 주체에게 양도되어 있다면 법률적인 문제도 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윤리적인 문제로 그친다. 보통 자기표절이 문제되는 경우는 학자들의 연구업적이나 학생들의 과제물처럼 출판된 결과가 새로운 문건이라는 주장을 함축할 때이다. 저작권 침해와 같은 법률적인 문제를 수반하지 않는 한,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되는 시사적, 문화적, 전문적 평론에서는 자기표절이 해당하지 않는다.

이전 저작에서 따와서 다시 사용하는 정도가 얼마나 되어야 자기표절에 해당하는지는 경계가 모호하다. 모든 저작물에서 일부 내용을 따다가 사용하는 일 자체는 공정한 범위 안에서 법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허용되기 때문이다. 컴퓨터 학회와 같은 전문가단체에서는 자기표절을 다루기 위한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표절에 비해 자기표절에 대한 외부규제는 당사자의 양식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표절의 문제는 아예 규제하지 않기로 정한 대학이나 편집위원회도 일부 있다. 자신의 저작에서 훔친다는 말이 자체로 형용모순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따라서 출처에 대한 참조 없이 부분적으로든 전면적으로든 이전에 집필되고 출판된 작품을 출판하는 것은 표절을 만들어 내는 데 책임이 있으며, 이는 저작권에 불쾌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출판된 기사는 그것이 게시된 모든 사이트에서 제거될 수 있다[3].

자기표절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권고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포함된다.

  • 종전에 출판된 내용이 이번 저작에 들어있음을 서문같은 곳을 통해 분명하게 밝힌다.
  • 종전에 출판한 저작의 소유권자로부터 허락을 얻는다든지 해서, 저작권 시비를 방지한다.
  • 종전에 출판된 내용이 인용될 때마다 출전을 명시한다.

자기표절이란 폄훼의 뜻을 가진 수사어로서, 종전에 출판된 문건을 다시 사용하는 모든 경우에 붙여질 수는 있지만, 그 가운데에는 정당한 경우도 없지 않다. 표절이나 자기표절은 보통 특정 학문분야의 윤리강령에서 논의되는 안건이고, 저작권 침해는 각 나라의 실정법과 관련되는 문제로서 구분될 필요가 있다.

정당한 재사용 편집

자기가 전에 출판한 저작을 재사용하더라도 자기표절의 혐의에서 면제해 줄 요인들을 파멜라 사뮤엘슨이 1994년에 정리한 바 있다. 이 요인들은 법률적인 영역을 별도로 치부하고, 순전히 윤리적인 차원에 국한된다. 이 주제에 관해 공간되어 있는 것으로는 아마 가장 이치에 맞고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살펴 볼 가치가 있다.

  • 두 번째 저작을 통해서 새로이 기여하는 내용을 위한 바탕으로서 종전에 발표한 내용이 다시 개진될 필요가 있을 때.
  • 새로운 증거나 논증을 논의하기 위해서 종전에 출판한 내용이 다시 제시되어야 할 때.
  • 두 출판물이 겨냥하는 독자층이 워낙 달라서 공표하려는 내용을 전하기 위해서는 재출판이 불가피할 때.
  • 저자가 느끼기에 전에 발표한 내용이나 방식이 아주 좋아서 다르게 말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을 때.

같은 내용을 다시 말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피해야 하지만, 특정한 사정에서 이러한 요인들이 있다면 과거 문건의 재사용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사뮤엘슨은 "기술적인 내용의 논문을 그다지 많이 고치지 않고 - 각주 몇 개를 추가하고 한 대목을 첨가하는 정도로써 - 다른 법률지에 기고한" 자신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 법률지를 구독하는 독자들이 종전의 기술적인 논문에 접하게 될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정보의 확산을 위해 필요하다는 말이다.

각주 편집

  1. “한국 행정학회 표절규정”. 2013년 12월 24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12년 4월 20일에 확인함. 
  2. 표절검색기로 검사할 때 표절은 아니나 표절로 인식되는 부분이다. 긴 용어나 학술명, 연구 항목 등을 반복할 때나 이미 참고 자료를 밝힌 내용을 재인용하는 경우 등도 표절로 인식된다.
  3. Meyrink, Miroslava (2019년 6월 28일). “The Ghost of Self-Plagiarism”. 《Online Plagiarism Checker | PlagiarismSearch.com》. 2020년 7월 4일에 확인함. 

같이 보기 편집

외부 링크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