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랭(alexandrin) 혹은 12음절시(十二音節詩) 또는 알렉산더격 시행(-格詩行)은 프랑스 극문학의 주요 운율이다.

형식 편집

한 행이 12음절로 이루어지며 이는 6음절의 두 반행(半行)으로 나뉜다. 제1, 2강세(음절을 강하게 발음하는 것)가 있는데, 제1강세는 각 반행의 마지막 음절, 제2강세는 각 반행의 중간에 위치한다. 6음절의 반행이 한 호흡을 이루고, 제2강세는 문맥에 따라 그 위치가 비교적 자유로우므로, 유동성과 범용성을 갖는 운율형식으로, 다양한 주제에 적용하기에 용이하며, 의미에 따른 강세를 주기 때문에 감정표현이나 서술적 묘사 혹은 장엄한 표현 등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하는 압운각운(脚韻)으로, 즉 마지막 음절에 압운이 걸린다. 여성각운남성각운이 교대로 걸리는 것이 특징인데, 불어에서 여성각운이란 묵음 -e로 끝나는 음절의 각운, 남성각운이란 그 외의 각운을 말한다.

역사 편집

12세기 중세 프랑스 문학궁정문학작품 <알렉상드르 이야기>(Roman d'Alexandre)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알렉상드랭이라는 명칭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중세의 지배적인 운율 형식은 10음절시(décasyllabe)였으나 16세기 플레야드파가 부활시켜 사용한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산문적이라고 거부반응도 있었으나 곧 17세기 프랑스 문학의 연극이나 시 작품의 주류 운문 형식이 된다. 그 이후로도 프랑스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16세기에는 영국에도 퍼졌고, 6개의 강세를 갖는 약강 6보격(iambic hexameter)로 변용되기도 하였으며, 17세기에는 독일네덜란드에서도 사용되었으나, 주로 쓰인 것은 프랑스에서였다.


예시 편집

대표적인 알렉상드랭 작품인 고전주의 작가 피에르 코르네유의 희비극 르 시드의 일부분으로 알렉상드랭의 구체를 알아보자. 3막 3장, 로드리그가 약혼자 시멘의 부친 고메스를 결투에서 살해한 뒤, 시멘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연인을 죽여야 하는 운명을 개탄하는 장면으로서, 르 시드 중에서도 특히 명구로 기억되고 있다.

809 Pleurez pleurez mes yeux - Et fondez vous en eaux
플뢰/레/플뢰/레/메/죄 - 에/퐁/데/부/장/
울어라 울어라 내 눈아 - 물이 되어 녹아라
810 La moitié de ma vie - a mis l'autre au tombeau
라/무아/티에/드/마/비 - 아/미/로트르/오/통/
내 삶의 한 반쪽이 - 다른 반쪽을 무덤으로 보냈나니
811 Et m'oblige à venger - après ce coup funeste
에/모블/리주/아/방/제 - 아/프레/스/쿠/퓌/네스트
이 치명타를 안겨주고 나서 - 내게 짐지우는구나
822 Celle que je n'ai plus - sur celle qui me reste
셀/르/크/주/네/플뤼 - 쉬르/셀/르/키/므/레스트
내가 잃은 절반의 원수를 - 내게 남은 반쪽에게 갚으라고.

각 행이 12음절로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만 822행은 celle(셀)의 끝 묵음e를 유음화하여 '셀르'라 발음, -le를 음절화해 12음절을 충족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행마다 각운(굵은글씨)이 걸려있어 마지막 음절이 같은 자모음의 조합으로 끝난다. funeste(퓌네스트)와 reste(레스트)는 묵음e로 끝나므로 여성각운이며, eaux(오)와 beau(보)는 그렇지 않으므로 남성각운이 된다.

대사는 행 단위로 되어있는게 일반적이나 짧은 대사를 주고받을 경우에는 둘 이상의 대사가 합하여 한 행을 이루기도 한다. 동작품 3막 3장 995-998행을 보자.

로드리그
995 O miracle d'amour !
오/미/라/클/다/무르
아 사랑의 신비로다!
시멘
O comble de misères !
오/콩/블/드/미/제르
아 극심한 역경이로다!
로드리그
996 Que de maux et de pleures - nous coûteront nos pères !
크/드/모/에/드/플뢰르 - 누/쿠/트/롱/노/페르!
우리의 아비들 덕에 - 아픔과 눈물을 겪게 되는구나!
시멘
997 Rodrigue, qui l'eût cru !
로/드리/그/키/뢰/크뤼
로드리그라니, 누가 상상조차 했을까!
로드리그
Chimène, qui l'eût dit !
시/멘/느/키/뢰/
시멘이라니, 누가 말조차 했을까!
시멘
998 Que notre heur fût si proche - et si tôt se perdit !
크/노트르/외르/퓌/시/프로슈 - 에/시/토/스/페르/
우리의 행복이 그토록 가깝더니 - 이토록 빨리 사라지는구나!

995행과 997행이 로드리그와 시멘의 대사로 반행씩 나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