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개회식

영국에서 의회 개회식 (State Opening of Parliament)은 영국 의회의 회기 시작을 알리는 행사이며, 퀸스 스피치 (또는 킹스 스피치)라고도 일컫는 개원연설 (Speech from the Throne)을 함께 거행한다. 의회 개회식은 영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대 정치까지 보여 주는 상당히 성대한 의식이다.

의회 개회식은 영국 상원 회의장에서 열린다. 그리고 2011년 전까지는 매년 11월이나 12월에 주로 열렸고,[1] 총선이 열리는 해에 새 의회가 소집될 때 열렸다. 따라서 총선이 두 번 열렸던 1974년에는 의회 개회식이 두 차례 거행됐다.

2011년부터는 회기를 5년으로 하는 고정임기 의회제를 도입하면서, 5월이나 6월에 의회 개회식이 열린다. 의회 총선거는 5로 나누어떨어지는 해마다 5월에 치뤄진다 (가장 최근의 총선은 2015년). 2012년 개회식은 5월 9일에 거행됐고, 그 이후로는 2013년 5월 8일, 2014년 6월 4일, 2015년 5월 27일에 각각 거행됐다. 다만 의회 개회식은 의회가 불신임 투표로 해산되었다면 그 해의 다른 시기에 열릴 수는 있다.

당시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3년 즉위 이래 매 회기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개회식을 거행했다. 다만 1959년과 1963년에는 앤드루 왕자에드워드 왕자를 각각 임신했기 때문에 불참했다. 이 두 해의 개회식은 캔터베리 대주교 (1959년에는 제프리 피셔, 1963년에는 아서 램지)가 수장으로 있는 상원의장이 여왕 폐하로부터 위임을 받아 열었다. 그리고 개원연설은 대법관 (1959년에는 킬뮤어 자작, 1963년에는 딜혼 경)이 대신했다.

식전 절차 편집

의회 개회식은 여러 절차로 이루어진 화려한 의식으로,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지하 창고 수색 편집

먼저 근위병이 제 2의 화약음모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지하 창고를 수색한다. 1605년에 벌어졌던 음모 사건은 잉글랜드의 로마 가톨릭 신자들이 국회의사당 지하 창고에 폭약을 넣어 폭파시키고 개신교 신자인 제임스 1세 국왕과 귀족들을 살해하려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건이다. 그 때부터 지하 창고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데, 본연의 목적도 있지만 기념 행사라는 의미가 매우 크다.

상하원 의원 소집 편집

상원 의원들은 예복을 입고 상원에 소집한다. 그리고 원로 사법부 대표들과 외교 사절단 일원에 합류한다. 마찬가지로 하원 의원들은 평상복을 입고 하원 회의장에 소집한다. 그리고선 다른 날처럼 기도를 다함께 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의회의 인질 인도 편집

국왕이 버킹엄 궁전을 떠나기 전에 궁내 회계관과 감사관, 그리고 부시종장 (모두 여당 원내 총무)이 여왕에게 흰색 장대를 의례적으로 전달한다.[2] 국왕의 안전한 귀궁 보장을 위해 여왕은 의회 개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부시종장을 '죄수'로 가둔다. 죄수라고는 하지만, 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풀려날 때까지 그곳에서 잘 대접받게 된다.[2] 이렇게 부시종장을 감금하는 것은 감시를 받으며 있긴 하지만 오늘날에는 완전히 의례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는 국왕이 자신에게 적대적일 수도 있는 의회 내로 들어가면서 국왕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런 전통은 의회와 자주 충돌하는 관계였다가 결국엔 국왕과 의회 간에 내전이 벌어져 1649년 참수형을 당한 찰스 1세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찰스 1세를 사형하라는 그 당시 영장의 복제본이 왕궁 로비실에 전시되어 있는데, 이 역시 의회에 간섭하는 국왕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여왕에게 상기시킨다는 의례적인 용도를 지니고 있다.

왕실 상징물 수송 편집

국왕이 도착하기 전에 제국 왕관이 전용 의전 마차에 담겨 웨스트민스터 궁전으로 옮겨진다. 이 왕관은 빅토리아 타워에서 여왕의 마부의 손을 거쳐 궁내부 감사관에게 전달된다. 그런 다음 어검 (Sword of State), 관모와 함께 로열 갤러리로 수송한 뒤 전시된다.

국왕의 도착과 의회 소집 편집

 
1936년 11월 3일 계보 문장원의 문장관들이 주위에 서있는 가운데 본인의 유일한 의회 개회식에 참석한 에드워드 8세

여왕은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전을 떠나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도착하는데, 빅토리아 타워 아래에 있는 국왕의 대문을 통과해 들어간다. 이때 여왕은 에딘버러 공작과 동행하며 (원래는 아들인 찰스 왕세자가 필립 공을 대리하도록 되어 있다), 가끔씩 왕실의 다른 가족과 동행하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찰스 왕세자나 콘월 공작부인, 앤 공주가 있다. 전통적으로 영국군 대표들이 버킹엄 궁전에서 웨스트민스터 궁전까지의 행로를 줄지어 간다. 국왕의 대문 위에는 왕기유니언 기를 대신해 게양되며 여왕이 참석해 있는 동안 펄럭인다.

각주 편집

  1. “State Opening of Parliament”. 영국 의회. 2009년 10월 6일. 2008년 6월 15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09년 10월 14일에 확인함. 
  2. House of Commons briefing note: The Whip's Office Doc ref. SN/PC/02829. Last updated 10th Octorber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