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열

후한 말의 인물

왕열(王烈, 141년? 142년? ~ 218년? 219년?)은 후한 말의 인물로, 자는 언방(彦方)이며 병주(幷州) 태원군(太原郡) 사람이다.

사적 편집

진식의 제자 편집

젊어서 영천(潁川)으로 가 진식(陳寔)을 섬겼고, 진식의 두 아들과 벗하며 지냈다. 당시 순상(荀爽) · 가표(賈彪) · 이응(李膺) · 한융(韓融) 등이 모두 진식에게 가르침을 청하였으나, 그 중 왕열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 모두 감복하며 그를 따랐다.

영천에서 공부를 마친 왕열은 고향으로 돌아와 학교를 세우고, 마을 사람들을 교화시키는 데에 힘썼다. 왕열의 문인들은 그의 집을 드나들 때 용모를 단정히 하고, 바깥에서는 걸음걸이마저 달랐기에 사람들이 모두 왕열의 문인임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마을에 이러한 풍조가 생기니 모두 선한 사람이 되었다.

도둑의 뉘우침 편집

어느날 도둑이 소를 훔쳤다가 붙잡혔는데, 도둑이 죄를 빌며 말하였다.

제가 무엇엔가 홀렸나 봅니다. 앞으로는 착하게 살겠습니다. 용서해 주시더라도 왕열에게만은 알리지 말아 주십시오.

왕열은 이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 그를 용서해 주고 베 한 필을 내려주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왕열이 말하였다.

옛날에 (秦)나라 목공(穆公)은 자신의 준마를 잡아먹은 사람에게 술을 주었는데, 그 사람은 죽음을 무릅쓰고 목공을 위기에서 구해 주었습니다. 지금 이 도둑은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자라서 제가 알까 걱정하는 것입니다.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을 부끄러워하니 반드시 착한 마음이 생겨날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베를 주어 격려한 것입니다.

그 해에 어떤 노인이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가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짐을 대신 들어주고 수십 리를 함께 가 주었다. 노인은 집에 다다라 그의 이름을 물었으나 가르쳐주지 않고 갔다. 그런데 노인은 오던 길에 칼을 떨어뜨렸음을 알고 다시 되돌아갔다.

한편 나중에 그 길을 지나가던 사람이 칼을 발견했는데, 그대로 두고 가려다가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걱정되어 주인이 올 때까지 칼을 지키고 서 있었다. 해가 저물어 노인이 오니 칼을 주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아까 노인의 짐을 들어준 사람이었다. 노인은 그 사람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하였다.

전에는 내 짐을 들어 주고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칼까지 지켜주었구려. 자네 같은 사람은 여태껏 본 적이 없으니, 이번에야말로 이름을 들어 왕열에게 말해야겠네.

그러고는 왕열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왕열 또한 기특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게 했는데 전에 소를 훔친 그 사람이었다. 왕열은 감탄하며 말하였다.

소악(韶樂)은 아홉 가지 음이 어우러지고 우(虞)의 빈객들은 화목하게 지낸다더니, 사람을 감동시키면 이러한 경지에 이르는구나!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를 남다르게 대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