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재산권: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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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의 발달 과정을 구술 시대-인쇄 시대-디지털 시대로 구분하여 검토해 보면 지적 소유권의 위상이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지적 소유권'이란 근대 인쇄혁명이라는 사회 역사적 조건에서 생겨난 법률적 제도다. 인쇄 시대 이전의 구술 시대에는 지적 소유권이란 개념이나 제도 자체가 성립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지식이 개인에게 '소유되는(owned)' 것이 아니라 집단의 공동성에 기반을 두고 '수행(performed)'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의 창조성이나 독창성이 공동체적 집단성 속에 파묻혀 있었다. 추상적인 관념을 저장할 글이 없거나 정보의 비트를 담을 도구가 없었던 구술 사회에서는 텍스트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며 지식은 매 순간 말로 전달되었다. 절차적 지식은 구전에 의해 도제식 방식을 통하여 일회적으로 전수되었다.
 
지식에 대한 배타적 소유는 책이라는 저장 장치의 발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인쇄혁명 이전 문자 시대의 필사와 그림 베끼기는 고통스런 자기화 과정이었다. 15세기에 시작된 인쇄혁명으로 구술 시대의 지식 전달-수행자의 역할을 인쇄된 텍스트가 떠맡자 저자와 독자 간의 구분이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식과 생각이 담긴 텍스트는 저자의 독창성이 담긴 사고의 외화물로서 저자와 독자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실체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기계 복제를 통해 생산된 텍스트는 시장에서 교환가치를 갖는 상품으로서 팔리기 시작했고 저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저작권이란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제 인쇄된 다른 사람의 지식과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전유하려면 먼저 그것을 담고 있는 책을 시장에서 구입해야만 했다.
 
인쇄혁명은 지식의 상품화와 더불어 저작자 개인의 창조성과 독창성을 드러내게 하였다. 저작권에 의해 아이디어의 창시자와 소유자가 확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저작권으로 저자는 그의 아이디어에 대해 지불받을 권리 및 수정하거나 정정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지식과 지식 창안자 간의 분리가 이루어졌고 지식은 창안자로부터 독립되어 남에게 양도할 수 있는 상업적 권리로까지 확장되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사고에 대한 전유는 이제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품처럼 교환가치에 따라 구입되어 사용되는 상품화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활판 인쇄술이 단어 자체를 상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기계 복제를 통한 인쇄혁명은 책이라는 형태로 지식을 외화시킴으로써 지식에 대한 배타적 소유라는 개념을 낳았다. 이러한 개념은 저작권을 통해 법제화되면서 지식의 물화를 촉진하게 되었다. 전기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와 음반, 방송도 이러한 서적의 저작권과 유사한 경로를 겪으면서 발전해 왔다.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실제로는 콘텐츠 소유권자의 일방적인 권리만을 보장하는 법적 체제가 갖추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