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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은 이유로 재야사학의 이론, 특히 정통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를 반박하는 이론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신중히 검토를 할 경우 대부분 손쉽게 그 오류와 왜곡을 잡아낼 수 있다.
 
== 소위 재야사학의 문제 ==
재야라는 부류들이 주장하는 역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한민족(동이, 대동이, 쥬신 등)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했고 위대한 민족이었다. 또는 한민족은 인류 문명의 시초이다. 또는 인류의 시초는 한민족이다.
* 한민족은 고대에 만주를 지배한 강대국이었다. 또는 중국 대륙 전체를 지배한 강대국이었다.
* 중국의 한족을 제외한 동아시아의 모든 민족은 한민족이다.
* 이렇게 위대한 한민족의 역사를 두려워한 중국은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왜곡된 기록을 해 왔다.
* 이렇게 위대한 한민족의 역사를 은폐하기 위해 일제는 중국과 한국의 수많은 역사책들을 모조리 불태우고 왜곡하였다.
 
각각의 주장 자체가 서로 상충한다는 기초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상과 같은 소위 재야의 주장들은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일단 주장 자체의 신빙성이나 진실성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의 주장으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두 가지이다.
* '''패배주의''' : 고대의 한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했지만 지금의 한민족은 친일파와 사대주의자들에 의해 쪼그라들어 형편없다.
* '''국수적 팽창주의''' : 중국 대륙의 저 땅들은 모두 우리 민족의 땅이니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 또는 우리의 옛 땅을 차지하고 있는 저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
 
이것은 1930년대 독일과 일본에서 나타나 전 세계를 전쟁의 업화로 몰아넣었던 나치즘-전체주의의 재현과 다를 바 없다. 유럽의 대평원이 아리아인에게 약속된 땅이라 외치며 유태인 수백만 명을 학살하였던 나치의 만행, 덴노의 영광을 위해 광신적인 돌격을 거듭하던 일제의 망령이 떠오르는 것은 나의 허황된 생각일 뿐일까? 이들에게 현실적인 권력이 없다면 그저 자위(自慰) 행위에 불과할 테지만, 혹시라도 이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전 국민을 아수라장으로 빠뜨릴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에서는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는 일이다. 국가 권력이 역사학에 개입하여 신화를 역사로 만들고 있는 것이 중국 역사학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역사학계는 세계 역사학계에서 말 그대로 병신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이러한 작업을 통해 중국의 시민들이 그릇된 국수주의에 빠져들어 위험한 선택을 하기라도 한다면 세상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소위 '''재야사학'''이 가진 최대 규모의 역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