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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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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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경상도 안동 출신으로 소록도의 병원에서 일하는 보건과장이며 작품 내에서는 섬사람의 하나로, 숨겨진 과거가 있다. 처음에는 조백헌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조백헌이 하는 많은 일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파고드는 정교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이정태===
취재기자이며 조백헌이라는 인물과 소록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작중인물은 당시 [[소록도]] 탐사 기사를 지면에 실었던 [[조선일보]] 기자 [[이규태]]를 모델로 하였다.<ref>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2/25/2006022570155.html</ref>
 
===황희백===
섬의 장로이며, 주민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가난과 병으로 인한 끔찍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 조백헌을 신이 내린 인물이라고 함
 
 
(새로운 편집자의 주장) 문학과 지성사는 한국문학사에 가장 실패한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절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영화 실미도의 원작소설가 백동호입니다. 초등학교조차 다니다 말다한 제가 피나는 노력 끝에 소설가로 살아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문학과 지성사는 이제 그만 소름끼치는 그 소설을 절판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1970년대 중반, 뒷골목 양아치(저)와 긴급조치 위반으로 들어온 지성인 K가 같은 감방에서 생활했습니다. 어느 날 K는 제법 독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양아치에게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어보라며 권했습니다.
 
소록도 한센인들이 오마도 간척사업을 하는 과정을 주제로 한 내용이다. 실제의 사건을 바탕으로 소록도 원장(조백헌, 본명: 조창원), 조선일보 신문기자(이정태, 본명: 이규태) 등 실존인물들이 가명으로 등장하는데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걸작이라는 친절하고 간단한 설명까지 곁들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독서토론이 벌어졌을 때 저는 소설 전체에 단 한마디의 진실도 찾아볼 수가 없고, 조선총독부가 항일독립투쟁사를 집필한 것 같다며 혹평을 했습니다. K는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세상은 자신이 쓴 안경 색깔대로 보이는 것.’이라며 저의 삐뚤어진 시각을 비난했습니다. 젊은 혈기에 토론이 길어지다 보니 서로 물러서지 않는 설전이 되었고, 감정까지 상했지요.
 
저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지성인 K가 답답하다 못해 경악스러웠습니다. 그날 감방에서 벌였던 길고 긴 설전에서 K의 주장과 논리는 훗날 인터넷 구글에 나오는 수많은 호의적인 평론과 독후감(저는 16만 건이나 되는 이런 글들이 아직도 화가 납니다.)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것과 전혀 다른 저의 주장과 논리만 요약해보겠습니다.
 
1. 이 소설의 가장 결정적인 문학적 오류는 정작으로 목소리를 내야할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들의 천국’에서 당신들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주체는 당연히 소록도의 힘없는 일반 한센인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소록도원장, 신문기자, 보건과장, 황장로(한센인 대표. 소록도직원 못지않은 권력자) 등 모두 아쉬울 것 없이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뿐이다.
 
때문에 소설은 100%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논리, 사고방식으로만 진행된다. 정작으로 비참한 생활, 가혹한 조건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간척사업을 해야 하는 수많은 한센인들이 소설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벙어리였으며 아예 감성조차 지니고 있지 않은 채 소설 속에서 허공을 떠돌고 있는 유령들이다. 이 같은 현상은 소설의 첫 장부터 시작된다.
 
새 원장이 부임해온 날 밤, 섬에서는 두 사람의 탈출사고가 있었다. 탈출사고는 실상 새 원장에 대한 우연찮은 부임선물이었다. ……
 
탈출지점에서 육지까지는 700m 남짓이다. 손가락 발가락이 없고 체력도 형편없이 약한 환자가 헤엄쳐 가기에는 아득히 먼 거리이다. 게다가 굴엿목(물살에 센 곳)이어서 수영선수도 건너가기가 만만치 않다. 그 점을 느낀 원장이 질문하자 보건과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헤엄쳐가는 녀석들이 물살에 휘말려버리는 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보건과장은 평소에도 탈출사고가 심심치 않을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환자가 그토록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오직 원장의 논리만 존재한다.
 
『소록도는 생활과 복지시설이 늘어가고, 일제강점기의 짓밟혀온 인권유린은 사라졌다. 이제 소록도는 나환자들의 낙원이며, 누구는 원하기만 하면 자유롭게 걸어서 나갈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원장에 대한 부임선물로 탈출자가 발생했다. 이것은 여러분(나환자)들이 불신과 배반이라는 질병을 뼛속까지 깊이 앓고 있기 때문이다.』(67쪽에서 편집)
 
나는 이 장면을 읽고 하도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원장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탈출한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적어도 당사자에게 자신의 목숨 값은 무한대이다. 이 세상에 어느 미친놈들이 인권유린도 전혀 없고, 복지시설도 훌륭한 낙원 속에서 살고 있으며, 자신의 의지대로 걸어서 나갈 수 있는데, 고작 원장의 부임선물, 또는 불신과 배반이라는 정체불명, 아리송한 마음의 병 때문에 거친 밤바다에 뛰어들어서 죽음의 탈출행진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는 말인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한센병은 육신의 병일 뿐 정신병은 아니다.
 
소설 ‘당신들의 천국’ 시대배경이 된 1960년대 모든 언론은 부랑아의 낙원(선감도), 비행청소년의 요람(고하도), 나환자의 천국(소록도), 갱생의 터전(갱생원) 등 강제수용소를 찬양일색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 한곳도 예외 없이 인권이 눈부시게 향상된 훗날의 형제복지원보다 훨씬 열악하고 끔찍한 생지옥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강제수용소는 모두 일제강점기부터 파견 근무했던 잔혹한 조선인(현직 일본경찰) 직원들이 광복 후에도 변함없이 권력을 틀어 쥔 터줏대감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친일경찰 출신의 직원 밑에는 더욱 악랄한 원생간부들이 있다. 그들의 폭력은 세상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언론의 찬양보도를 믿는 세상에 분노한 나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강제수용소를 폐지하던지 인권을 개선해달라는 편지를 썼던 적도 있었다.
 
더욱이 당시 소록도의 인권은 대한민국 모든 강제수용소 중에서도 가장 최악이었다. 힘없는 일반 한센인이 감히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반항하면 친일파직원과 한센인 간부들의 폭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가혹했다. 죽음의 탈출행렬은 그래서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최고의 문학가 지성인조차 당시의 소록도가 인권유린은 전혀 없었으며 나환자의 천국이라는 소설을 쓰고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로 믿어 의심치 않다니 나는 분노를 넘어 인생이 허무했다. 아마 나의 이런 심정은 평범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절대로 모를 것이다.
 
한센인의 소록도 탈출은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는 강력한 삶의 의지였다. 소록도에서 자유롭게 걸어 나갈 수 있는 극히 일부의 한센인 간부(직원 못지않은 권력자)나 힘깨나 쓰는 한센인은 절대로 거친 바다를 건너서 탈출하다가 죽을 리가 없다.
 
2.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는 오마도 간척사업도 민주적인 절차와 합의에 의해서 모든 나환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신바람 나게 일했다. 그런데 인근지역 주민들의 집요한 방해로 거의 완성한 간척지를 빼앗기고 말았다고 매우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간척사업의 과정에서도 역시 강제노역, 잔혹한 인권유린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하지만 오마도 간척사업은 일제강점기 못지않게 참혹한 강제노역이었다. 심신이 몹시 허약한 환자 수백 수천 명이 일치단결해서 사람의 등힘으로만 커다란 바위를 짊어지고 옮겼으며, 건강한 사람의 몇 배에 해당하는 노동력을 발휘해 바다를 메웠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속성상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게으른 사람과 의지가 약한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나 무수히 존재한다. 장밋빛 미래도, 이상적인 정착촌도 귀찮다. 너무 힘이 들어서 살수가 없다. 더 이상은 죽어도 못하겠다며 불과 1시간 만에 나가떨어지는 환자도 분명히 있어야 정상이다. 그때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무지막지하게 잔혹한 몽둥이뿐이다.
 
밑바닥 인생들의 가혹한 삶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저의 소설에 대한 짐작은 정확했습니다. 다음은 먼 훗날(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한센인 인권 실태조사」의「오마도 간척사업 관련자 증언」605-613쪽에서 한센인의 증언들을 발췌한 것입니다.
 
『일을 하다가 죽거나 병신 된 사람도 많았지 … 우리(중, 고등학생들)를 학업에 열중하게 해 달라. 그런데 그게 안됐어요. 살벌해가지고, 그때 무조건 뚜들겨 패면 장땡인데.』
 
『강제적으로 끌려 나가는 것이지. … 뭐하면 전부 다 감금실에 잡아넣으니까. … 안 하겠다고 해도 할 수가 없지. 얻어맞으니까. 』
 
3. 소설에서 가장 황당한 논리는 노루사냥 사건이다. ‘당신들의 천국’ 124쪽에는 일제강점기 노루사냥 사건이 나온다. 실제로 있었던 유명한 사건이다. 이순시(巡視 경찰보조)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순시가 1936년 8월 하순, 사소한 잘못을 범한 환자를 심하게 두들겨 팼다. 아무리 신분이 달라도 같은 조선인이면서 어머니뻘의 여자에게 중상을 입힌 것이다. 마을(구북리)청년들은 분기탱천했다. 단순히 두들겨 패면 잔혹한 보복을 감당할 수가 없다. 차라리 아예 죽여서 숲 속에 묻어버리고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하지만 이순시가 도망을 치는 바람에 흠씬 두들겨 패는 것으로 그치고 만다.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노루사냥 사건 가담자 11명이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소록도 형무소에서 보냈고, 출소 할 때는 단종수술을 했다며,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른바 그 노루사냥 사건은 그러니까 바야흐로 이 섬 안에 무서운 배반의 역사가 싹트기 시작한 상서롭지 못한 징후의 시초였다.』(126쪽)
 
도대체 누가 누구를 배반하는 역사라는 말인가. 소록도의 힘없는 일반 한센인(백성)들은 이 사건에 가슴이 터지도록 열광했으며, 청년들을 안중근의사 대하듯 존경했을 것이다. 그것은 누가 뭐래도 불의를 보고 일어선 열혈남아들의『의로운 항거의 역사』였다.
 
저는 훗날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에서 단군신화보다 현대역사가 더 거짓말이 심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모든 역사에서 소록도 역사보다 심한 거짓말은 없을 것입니다.
 
소록도 역사의 모든 거짓말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소록도 병원에서 발간한 ‘소록도 100년 사’가 얼마 전에 나왔다지만 제가 여러 번 읽고 연구한 ‘소록도 80년 사’의 일제강점기는 그보다 먼저 발행된 당신들의 천국에 묘사된 심한 거짓말을 거의 그대로 베낀 수준이었습니다. 소설이 소설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역사 자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문제는 뒤로 미루고 오마도 간척사업 얘기를 조금만 더 하겠습니다.
 
강철군화의 비상계엄군이 진압봉으로 시위대를 후려쳐 유혈이 낭자하듯 잔인하고 살기등등했던 오마도 간척사업의 강제노역을 지극히 민주적인 자발적 참여라고 미화시켜 독자로 하여금 그렇게 믿게 만든 것은 약과이다.
 
소록도라는 폐쇄된 왕국에서 사실상 한세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제왕, 역대 원장 중에서도 손을 꼽을 만큼 폭군이었던 조백원(조창원)원장(이것은 소록도 80년사에서도 인정했다)을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독선적인 면이 있지만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선한 의인으로 묘사했다. 실제의 소록도 원장과 작가는 전공도 다르고 몇 년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대학교 동문이다. 차마 모질게 쓰지 못한 상황도 있었겠지. 하지만 오마도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한센인 간부들은 가족을 모두 소록도에 둔 채 홀로 추방당하면서 ‘일제시대도 이렇지는 않았다.’며 피눈물을 흘렸다.
 
인류 역사에서 절대권력이 절대부패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마도 간척사업은 소록도 원장이 첫눈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오직 나환자의 낙원을 위해 봉사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간척사업에서도 적지 않은 금전적 부정이 있었을 것이다. 저는 이때의 생각이 맞는지 훗날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오마도 간척사업에서 나환자 임금 80만원(당시 80만원은 얼마나 큰돈일까. 한센인들이 건강한 사람의 2-3배나 성과를 올려야 하는 중노동의 하루일당은 고작 20원, 30원이었다)이 유용되었다. 그 외에도 식량 등 엄청난 액수가 유용되었으며, 부식구입 특혜, 70회에 달하는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부정지출 등 무려 26건의 유형에 수백회의 부정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 1964.12.25에서 편집)
 
당시 감사원에 의해 밝혀진 것만 이정도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한센인 인권실태 조사에 의하면 부정은 더욱 심했다.
 
하지만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일제강점기 소록도의 역사 왜곡은 오마도 간척사업에 대한 거짓말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이다. 마치 조선총독부 홍보담당이 자신들의 끔찍한 악행을 감추기 위해서 잔혹한 진실 위에 설탕을 범벅으로 입혀 놓은 것 같다. 이런 사실을 평론가와 독자는 물론 심지어 글을 쓴 작가조차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에서 손에 꼽을 악인은 제4대 원장 주정수(본명은 주방정수)의 양아들 ‘사토’뿐이며 조선인으로서 약간 악인으로 이순시가 나온다. 하지만 소록도의 3백 명에 달하는 경찰(일제강점기는 의사가 경찰 위생과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소록도 행정직원도 대부분 현직 경찰신분이 많았다)과 병원행정에 적극 협조하는 친일 한센인 간부들의 악행은 소설 당신들의 천국 덕분에 깨끗하게 세탁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지성인 K가 말하는 소설 속에 녹아든 작가의 훌륭한 철학, 인생관, 정치관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세상은 기득권자들의 논리로 움직인다. 하지만 문학만은 청정지역이어야 한다. 작가는 어째서 이렇게 거짓투성이의 소설을 쓰게 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소록도 원장,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고참직원, 소록도 의사출신 등 기득권자 위주로만 취재를 했고, 고통 받는 일반 나환자는 아예 만나보지도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그 어느 집단보다 완벽하게 폐쇄된 사회, 소록도 행정당국은 힘없는 일반 나환자가 소설가에게 추악한 진실을 폭로할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점잖은 선비, 격조 높은 문학가, 뛰어난 지성인이지만 밑바닥 인생들의 정서, 감성,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도 미루어 짐작할 만큼 작은 언턱거리도 없으며 전혀 모르는 백지세계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초등학교조차 다니다 말다한 양아치에 불과하지만 제법 독서를 했으며, 동료들의 편지와 소송서류 대필을 위해 원정까지 다니고 있을 정도로 약간의 글재주가 있다. 거창한 문학이라면 힘이 부족하다. 그러나 밑바닥 인생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글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진실을 쓸 자신이 있다.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이 두려워 진실을 쓰지 못하랴. 오지랖 넓은 짓이지만 우리 밑바닥 인생들을 대표해서 소설을 쓰고 싶다.
 
저는 그런 열망으로 흥분에 들뜬 밤을 새웠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 공부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5살부터 아동학대를 피해 도망 다니며 좀도둑질로 굶주림을 달래다가 다시 잡혀가서 몽둥이찜질을 당해야 했던 과거. 그리고 현재도 어둠의 뒷골목을 쏘다니는 비 맞은 개 같은 신세였으니까요. 저는 소설이 아니라 금고털이가 되는 것이 더욱 절실했습니다.
 
저는 그 후 어둠의 인생에서 그런대로 정상에 올랐지만 소설을 쓰고 싶다는 20대 초반의 열망이 앙금으로 가라앉아 있다가 무언가로 휘저으면 금방 뿌옇게 차오르곤 했습니다. 가끔 ‘당신들의 천국’을 다시 펼쳐보았고 그 옛날 제가 감방에서 K와 설전을 벌였던 내용들이 과연 옳았던가. 조사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교도소에서 개심의 기회를 얻어 새로운 인생의 직업으로 소설을 선택, 하루 20시간 공부, 과로와 영양실조로 쓰러지면서도 기어코 해낸 것은 그 옛날 읽은 당신들의 천국에 대한 영향 때문입니다.
 
문학과 지성사는 이제 그만 당신들의 천국을 절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학마저 기득권자들끼리 똘똘 뭉쳐서 진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