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대 이탈리아 (2010년 FIFA 월드컵):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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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슬로바키아 대 이탈리아'''는 2010년 6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년 FIFA 월드컵]]의 [[2010년 FIFA 월드컵 F조|F조]] 마지막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체코슬로바키아]] 분리 이후 첫 출전한 [[슬로바키아 축구 국가대표팀|슬로바키아]]가 전 대회 우승국인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이탈리아]]를 3 : 2로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하였다. 반면, 이탈리아는 이 경기에서 패배하며 2무 1패로 조 최하위를 기록해 [[1974년 FIFA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앞서 전 대회 준우승국이었던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프랑스]] 또한 1차전에서 [[우루과이 축구 국가대표팀|우루과이]]와 0 : 0으로 비긴 뒤 2차전에서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멕시코]]에 0 : 2,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국가대표팀|남아프리카공화국]]에 1 : 2로 패배하면서 1무 2패로 탈락했다. 결국 전 대회 우승국과 준우승국이 동반 탈락하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긴 셈이 되었다. 이후 이탈리아는 [[2014년 FIFA 월드컵]]에서도 1승 2패의 성적으로 조 3위를 기록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18년 FIFA 월드컵]]에선 아예 지역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 경기는 2010년대 이탈리아 축구 침체기의 시발점이 된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이 경기를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변 11위로 선정했다.<ref>{{뉴스 인용|뉴스 = 국민일보|저자 = 이현지|url =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005&aid=0001110890|제목 = 英 일간지 “한국-독일전 ‘역대 월드컵 충격적인 경기’ 2위”... 1위는?|날짜 = 2018-07-02|확인 날짜확인날짜 = 2018-11-11}}</ref>
 
==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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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진의 문제는 매우 심각했다. 중앙 공격수 [[빈첸초 이아퀸타]]는 190cm의 장신에 활동량이 왕성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의 장점은 정말 딱 그것 하나 뿐이었다. 스트라이커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득점인데 이아퀸타는 골 결정력이 매우 형편없는 선수로 악명높았다. 이아퀸타는 3경기 내내 선발 출전했고 고삐 풀린 말처럼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뛰어다녔지만 기록한 골이라고는 뉴질랜드전의 페널티킥 골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안토니오 디 나탈레]]는 세리에 A의 득점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아주리 군단 유니폼을 입고서는 2년 째 득점을 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이탈리아에는 소위 말하는 크랙과 플레이메이커가 없었다.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안토니오 카사노]]는 비록 멘탈에 문제가 있는 선수였지만 재능은 정말 뛰어난 선수로 이탈리아의 막힌 공격력을 풀어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리피 감독은 카사노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 이유만으로 카사노를 발탁하지 않았다. [[파브리치오 미콜리]]는 [[칼치오폴리]] 스캔들이 터졌을 때 前 유벤투스 단장이었던 [[루치아노 모지]]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은망덕한 선수 취급을 하며 또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반면, 젠나로 가투소 같이 한물 간 늙은 선수들은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로 발탁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는 매 경기마다 선제골을 내주고 시작하는 불리한 경기를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탈리아 공격수들 가운데 제대로 밥값이라도 한 선수는 냉정하게 말해서 슬로바키아전 후반전 45분만 뛰었던 [[파비오 콸리아렐라]]밖에 없었다. 콸리아렐라를 제외한 나머지 공격수들은 모두 형편없는 모습만 보였다. 이아퀸타는 고삐 풀린 말처럼 그라운드를 활발하게 뛰기만 할 뿐이었고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는 우스꽝스러운 개인기만 연발했으며 [[잠파올로 파치니]]는 그를 뒷받쳐줄 카사노가 없었기에 제대로 된 활약을 못했다. [[안토니오 디 나탈레]] 역시 이번 경기에서 기록한 줏어먹기 골을 제외하면 별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슬로바키아전 45분만 뛰었던 콸리아렐라가 이탈리아 공격수들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운이 조금만 따라주었다면 콸리아렐라는 이 경기에서 단 45분만 뛰고도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후반 21분에 날린 그 멋진 슛이 스크르텔의 무릎에 맞지만 않았다면 아니 무릎 맞고 나왔더라도 골 라인을 통과한 이후에 그랬더라면 혹은 후반 39분에 기록한 그 골도 오프사이드 선언만 없었더라면 콸리아렐라는 분명히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 있었다. 콸리아렐라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왜 리피 감독이 콸리아렐라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러한 리피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 선발은 막힌 이탈리아의 경기력을 풀어주지 못했고 이는 곧 조별리그 탈락이란 참담한 결과로 되돌아왔다.<ref>{{뉴스 인용|뉴스 = 골닷컴|저자 = 카를로 가르가네세|url =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216&aid=0000037341|제목 = [Goal.com] 침묵하는 공격진, 암담한 이탈리아|날짜 = 2010-06-21|확인 날짜확인날짜 = 2018-11-12}}</ref><ref>{{뉴스 인용|뉴스 = 스포탈코리아|저자 = 서호정|url =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22&aid=0002153693|제목 = 伊 ‘옛 영광’ 안주하다 몰락… 日은 “새 역사 쓰자” 반란|날짜 = 2010-06-25|확인 날짜확인날짜 = 2018-11-12}}</ref>
 
=== [[잔루이지 부폰]]의 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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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응과 경기 후 ==
=== 이탈리아 ===
이탈리아 국민들의 반응은 분노 그 자체였다. 이미 2차전에서 조 최약체 뉴질랜드와 졸전 끝에 1 : 1 무승부를 거둔 이후부터 조금씩 끓기 시작한 분노는 결국 반드시 이겨야 할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2 : 3으로 패해 [[1974년 FIFA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자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이 더 크게 분노하는 이유는 쉬운 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이 대회 이전에도 5차례나 있었지만<ref group="주"> [[1950년 FIFA 월드컵|1950년]], [[1954년 FIFA 월드컵|1954년]], [[1962년 FIFA 월드컵|1962년]], [[1966년 FIFA 월드컵|1966년]], [[1974년 FIFA 월드컵|1974년]]까지 총 5번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958년 FIFA 월드컵|1958년]]엔 지역예선에서 탈락했고 [[1970년 FIFA 월드컵|1970년]]엔 준우승을 차지했다.</ref> 그 때에도 최소 1승은 거두었었다. 북한에 0 : 1로 패배해 탈락하는 치욕을 겪었던 그 [[1966년 FIFA 월드컵|1966년]]에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을지언정 칠레를 2 : 0으로 이겨 1승은 기록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이탈리아가 무승으로 대회를 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한일월드컵 이상으로 최악의 결과였다. 북한보다도 못했다"고 질타했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희망조차 남기지 못하고 월드컵과 작별을 고했다"며 침울한 심정을 토했다. 대표적인 스포츠매체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굴욕을 안고 집에 간다"고 적으며 충격적인 상황을 전했다. ‘투토 스포르트’는 아예 "리피, 당신 잘못이다"라며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비난했다. 국민들도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팀을 비난하는 각 기사에는 “썩은 토마토를 준비해 공항으로 가겠다”, “이번에도 1966년처럼 밤에 몰래 들어오나 보자”, “전용 제트기를 타고 도망갈려고?”라는 반응들이 달리고 있다고 한다.<ref>{{뉴스 인용|뉴스 = 스포탈코리아|저자 = 서호정|url =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139&aid=0001963924|제목 = '무승 탈락'에 분노한 이탈리아 국민들, “썩은 토마토 준비하겠다”|날짜 = 2010-06-25|확인 날짜확인날짜 = 2018-11-11}}</ref>
 
[[1966년 FIFA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는 1차전에서 칠레를 2 : 0으로 이긴 뒤 소련과 북한에 각각 0 : 1로 패배하며 1승 2패에 그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는데 당시 이탈리아 선수들은 성난 팬들이 무서워 공항도 제노바 공항으로 바꾸고 한밤 중에 몰래 귀국을 시도하다가 들켜서 팬들로부터 썩은 토마토와 날계란 세례를 받는 굴욕을 당했다. 팬들이 썩은 토마토를 준비하겠다는 건 결국 이 패배가 44년 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의 패배와 맞먹는 수치로 느껴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골닷컴]]의 카를로 가르가네세 기자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바로 선수 선발을 엉터리로 한 마르첼로 리피 감독에게 있음을 지적했다.<ref>{{뉴스 인용|뉴스 = 골닷컴|저자 = 카를로 가르가네세|url =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216&aid=0000037545|제목 = '무승 탈락'에 분노한 이탈리아 국민들, “썩은 토마토 준비하겠다”|날짜 = 2010-06-25|확인 날짜확인날짜 = 2018-11-11}}</ref> 이탈리아의 주장 [[파비오 칸나바로]]는 [[2002년 FIFA 월드컵]] 한국전 패배, [[1966년 FIFA 월드컵]] 북한전 패배보다 오늘의 경기가 더 나빴다고 말하며 이탈리아 대표팀 역사상 최악의 패배라고 소감을 밝혔다.<ref>{{뉴스 인용|뉴스 = 골닷컴|저자 = 구자윤|url =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216&aid=0000037566|제목 = 칸나바로 “伊, 한국전 패배보다 더 나빠”|날짜 = 2010-06-26|확인 날짜확인날짜 = 2018-11-11}}</ref> 아울러 이탈리아가 최악의 성적을 거둔 원인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 때처럼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키우는 대신 기존 멤버들로만 (선수단을) 꾸렸다. 이는 국가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클럽 전체의 문제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구조적인 위기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 EU나 UEFA도 마찬가지다.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 팀이 얼마나 고전했고, 남미가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ref>{{뉴스 인용|뉴스 = OSEN|저자 = 이명주|url =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109&aid=0002116742|제목 = 칸나바로, “이탈리아 축구는 구조적인 위기”|날짜 = 2010-06-26|확인 날짜확인날짜 = 2018-11-11}}</ref>
 
그리고 이 경기의 패배는 단순히 1경기 패배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 몰락의 시발점이 되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번 대회의 성적을 책임지고 사임한 후 [[아주리 군단]]의 새 사령관으로 [[ACF 피오렌티나]] 감독이었던 [[체사레 프란델리]]가 부임했다. 체사레 프란델리가 이끄는 아주리 군단은 2년 후 [[유로 2012]]에서 매 경기마다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준우승을 거두며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고 [[2014년 FIFA 월드컵]]에서의 호성적을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2014년 FIFA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FIFA랭킹이 낮아서 톱 시드를 받지 못했고 이는 이탈리아에 악재로 돌아왔다. 이탈리아는 그 대회에서 [[우루과이 축구 국가대표팀|우루과이]],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잉글랜드]], [[코스타리카 축구 국가대표팀|코스타리카]]와 함께 D조에 속했다. 말 그대로 [[죽음의 조]]에 속하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는 1차전 경기에서 전반 35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의 골과 후반 5분, [[마리오 발로텔리]]의 골을 묶어 전반 37분 [[다니엘 스터리지]]가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잉글랜드를 2 : 1로 이기며 [[2006년 FIFA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을 2 : 0으로 이긴 뒤 4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던<ref group="주"> 프랑스와의 결승전은 1 : 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 : 3으로 승리했다. 공식 기록 상 승부차기는 무승부로 기록된다.</ref> 아주리 군단에게 첫 승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2차전에선 그 대회 돌풍의 팀 코스타리카에 전반 44분, [[브라이언 루이스]]의 골로 0 : 1 패배를 기록하여 가시밭길을 걷게 되었다. 2차전까지 D조의 순위는 2승을 기록한 코스타리카가 조 1위로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이탈리아와 우루과이가 1승 1패로 동률을 이루었으나 이탈리아가 2득점 2실점, 우루과이가 3득점 4실점이었으므로 골 득실에서 이탈리아가 1골이 더 앞서서 2위를 기록했고 우루과이는 3위였다. 그리고 2패를 기록한 잉글랜드는 탈락이 확정되었다. 이제 3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는 단두대 매치가 되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후반 13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이며 불리함에 빠졌고 우루과이의 [[루이스 알베르토 수아레스|루이스 수아레스]]가 센터백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의 어깨를 깨무는 반칙을 했음에도 주심 [[마르코 로드리게스]]가 하필 그 장면을 보지 못해 그대로 넘어가는 오심의 피해를 입었다. 그렇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 악착같이 버티던 이탈리아는 끝내 후반 36분, 우루과이의 코너킥 찬스에서 [[디에고 고딘]]에 결승골을 허용하며 0 : 1로 패배해 1승 2패로 조 3위에 그치며 또 다시 탈락이 확정되고 말았다. 이탈리아가 2개 대회 연속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62년 FIFA 월드컵]]과 [[1966년 FIFA 월드컵]]에서 연달아 탈락한 후 48년 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