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의 법적 국어는 우크라이나어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어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1]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사용 인구는 유럽에서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언어 집단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사용 인구는 국외에 거주 중인 러시아어 사용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러시아어 공동체이다.[2]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크라이나 정부의 러시아어 사용금지와 러시아어 이용자에 대한 탄압을 이유로 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배경과 같다.[3]

하지만 정책적으로 탈러시아화 정책을 진행하면서 러시아와는 구별된 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관련 정책은 국가성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우크라이나어는 러시아어로의 언어적 동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어가 국가 공식 언어로서 제대로 기능하게끔 함으로써 정치적 독립성 뿐만 아니라 문화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 편집

12세기부터 카르파티아 지방은 헝가리에게 복속되고 볼린은 리투아니아에게, 갈라치아는 폴란드에, 부코비나는 14세기 터키의 지배하에 있던 모스크바 공국에 의해 복속된다. 1569년 루블린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역은 폴란드-리투아니아 공국의 영지로 귀속되었다. 우크라이나, 벨로루시는 이 시기로 하여 종교적, 문화적으로 러시아와 다른 폴란드의 영향을 받게 된다.[4]

우크라이나는 서부 지역은 리투아니아, 폴란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은 반면, 동부 지역은 러시아 지배를 받았다. 러시아 제국의 통치 하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탄압하고 소러시아주의가 확산한 것은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가 사용되게 된 배경이 되었다. 키예프의 출판 산업은 새로운 출판이 금지되면서 쇠퇴했다.

1991년 소련 연방이 붕괴하면서 러시아는 러시아인과 러시아어 사용자의 지위가 우크라이나 동화와 러시아어 축소 및 금지에 의해 축소되고 하락하였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5]

정치 편집

우크라이나어를 주로 사용하는 서부와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동남부의 지역별 언어는 지역별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러시아와의 재통합을 요구하는 것과 러시아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받고자 요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6][7]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러시아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에 관해서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가장 큰 명분 중 하나는 박해받는 러시아어 사용 주민의 해방인데,

러시아 급진 민족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친서방의 서부와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동남부로 나뉜다고 본다. 이들은 동남부가 역사적 착오에 의해 우크라이나의 땅이 되었다고 보며[8] 우크라이나 나치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이 해방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9]

통계 편집

우크라이나 인구총조사는 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를 배타적으로 선택하도록 구성되어있다.[10]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Київський міжнародний інститут соціології)의 에브헤노비치 흐멜코(Хмелько, Валерій Євгенович)는 18세 이상 17만 3천 명을 대상으로 하여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실시한 설문 조사를 2004년에 발표하였다. 흐멜코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모두를 모어로 여기는 응답자를 제외할 때만 러시아어를 모어로 생각하는 응답자의 수가 일치하므로, 두 언어 중 한 언어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응답자들의 무의식적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 더 모어스러운 것을 골랐을 것이라고 보았다.[11][12]

또한 흐멜코는 일반적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인구총조사가 모국어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에 기반하여 응답자를 식별하므로써 두 개 이상의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았다.[13][14]

흐로마즈카 둠카(Громадська думка)의 설문 조사도 이중 언어 구사자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15]

각주 편집

  1. 정영주 2014, 56쪽: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어를 헌법상의 유일한 국어로 인정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어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이중언어 국가이다"
  2. 우준모 2011, 279쪽: "현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사용인구는 유럽에서 국가로부터 자신들의 사용언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인구집단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다. 또한 러시아연방 입장에서 볼 때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사용인구는 재외거주 러시아인 및 러시아어 사용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러시아어 공동체에 해당한다"
  3. 정경택 2023, 185쪽: "2013년 말부터 본격화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러시아어 사용금지와 러시아어 사용자에 대한 탄압을 원인으로 내세웠다"
  4. 최승진 2012, 33쪽: "12세기부터 카르파티아지방은 헝가리에게 복속되고 볼린 지역 은 리투아니아에게, 갈리치아는 폴란드에게, 부코비나는 14세기 터키 지배하에 있던 모스크바 공국으로 귀속되었다. 이러한 끊임없는 외세의 지배는 우크라이 나어가 민족의 고유 언어로 발전할 기회와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고 제한받는 결 과를 초래하였다. 1569년 루블린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역은 당시 연방국이 었던 폴란드-리투아니아공국 대공의 영지로 들어갔으며 브레스트연합은 우크 라이나가 종교적으로 폴란드화를 앞당기게 한 구실이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백 러시아가 러시아와의 종교적, 문화적 관계를 단절하고 이 지역이 러시아정교로 부터 벗어나 로마 카돌릭화의 촉진을 의미한다"
  5. 정경택 2023, 186쪽: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인, 우크라이나어와 문화를 러시아의 그것과는 다른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특히 1991년 소련 해체 즈음에 시작된 러시아인을 비롯한 러시아어 사용자의 지위 하락, 배제, 탄압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화, 이와 수반하는 러시아어의 지위 하락과 삭제, 그 사용 영역의 축소와 금지에 강하게 반발해왔고, 결국 이를 우크라이나 침공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제기하고 있다"
  6. 우준모 2011, 279쪽: "동부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어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지닌 현실의 정체성, 즉 러시아와 언어, 역사, 문화적으로 전통을 공유해온 다양성을 존중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어 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으로서 국민적 통합성 형성에는 적극적으로 순응하려는 인식과 이해를 갖고 있었다. 그들이 러시아와의 재통합을 꿈꾸는 분리주의자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유럽헌장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는 원칙과 러시아연방의 적극적인 재외동포 권익수호 정책 등을 고려하여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언어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이 국민적 통합성 제고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7. : "예를 들어 체르닙치 주(Чернівецька область)는 동부만큼 우크라이나어 사용 비중이 낮고 언어법 통과 이후에 러시아어를 지역어로 선포하기도 하였으나 대선에서는 티모셴코를 지지하였다. 동부의 루한스크 주(Луганська область)는 크림보다 더 야누코비치를 지지하였으나, 루한스크 주 북부는 우크라이나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의 언어상황과 정치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뒤에서 보게 되겠지만,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것과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것, 동부의 러시아 편입을 지지하는 것은 각기 다른 차원의 일이다"
  8. 박지광 2022, 182쪽: "그리고 전세가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 되자 군사력을 동·남부 전선에 집중하는 이유도 동·남부는 우크라이나에게 실수 로 양도된 러시아의 일부라는 강한 믿음 때문이다"
  9. 박지광 2022, 182쪽: "이에 더해 러시아 급진 민족주의자들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남부의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며(Kuzio 2017), 이들은 러시아가 자신들을 우크라니아 나치 세력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Mankoff 2022; Gupta 2022)"
  10. 정영주 2014, 57쪽: "이 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를 배타적으로 선택하도록 문항을 구성하였다"
  11. 정영주 2014, 57쪽: "위의 결과에 대하여 흐멜코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둘 다를 모어로 여기 는 응답자를 제외할 때에만 러시아어를 모어로 생각하는 응답자의 수가 일치한 다고 지적하면서, 두 언어 중 한 언어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응답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언어에 가치 평가를 내려서 ‘더 모어스러운 것ріднішу'을 골랐을 것 이라고 분석하였다(Хмелько, 2004: 3-4)"
  12. Хмелько 2004, 3쪽: "він мимоволі має налаштовуватися на ціннісне ставлення до мови, має визначати, так би мовити ріднішу" (응답자가 비자발적으로 언어에 대한 가치 태도에 맞추고 더 모어에 가까운 언어로 응답했을 것이다)
  13. Хмелько 2004, 3쪽: "під час перепису в нашій країні мовна ідентифікація респондента здійснювалася в залежності від відповіді на запитання стосовно рідної мови. Причому, опитувальний лист не передбачав можливості фіксації наявності у людини двох або декількох рідних мов"
  14. Хмелько 2004, 3쪽: "Хоча батьків у людини як правило двоє, а живих дідусів і бабусь може бути четверо, і не завжди усі спілкуються з дитиною однією мовою" (한 사람은 두 명의 부모를 가지고 있고, 네 명의 조부모를 갖고 있는데, 이들이 항상 같은 언어로 소통한다고 할 수는 없다)
  15. 정영주 2014, 57쪽: "이 설문에서도 이중언어 구사자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참고 문헌 편집

같이 보기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