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어 위키백과의 사용자들 중 한 명인 YellowTurtle9입니다. 아직 위키백과의 여러 기능들을 잘 모르는 저에게 소식지에 기고문을 작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 매니저 이강철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고문의 주제로 무엇을 작성해볼까 하다가 2개월 전 2023년 에디터톤 공모전에 주제를 기고해 한 달 동안 축구 문서들을 작성·보강하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주제로 삼아 기고문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위키백과에 본격적으로 편집을 시작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은 뽀송뽀송한 새내기 유저이지만 스포츠 분야를 넘어 위키백과에서 덕질 활동을 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최대한 진솔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독자님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의 인터넷 세계에서 위키백과는 오타쿠들의 분야에 부정적인 위키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스포츠, 애니메이션, 역사, 시사 등등등 소위 오타쿠들의 분야들이라고 일컬어지는 부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정보들을 어디서 주로 찾는지 물어보면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한 열 명에서 7명 정도는 한국어 위키백과보다는 더위키와 같은 소위 엔하계 위키들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답합니다. 이러한 이유들을 물어보니 문장들의 출처가 대체로 없어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이 있긴 하지만 한국어 위키백과보다 관련 정보들을 담고 있는 문서들의 개수가 많고 더 최신의 정보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인식이 위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에 기여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덕질 분야들에 양과 질이 높고 최신의 정보가 있는 문서들이 적다보니 대체로 이러한 정보들을 찾는 분들이 위키백과보다 다른 위키들을 더 찾아보게 되고, 최신 정보들을 기술하는데 단순히 몇 줄만 추가하면 되는 다른 위키들에 비해 최신의 정보들을 서술하려면 출처를 찾으면서 장문의 글을 써야 되다 보니 정보를 찾고 적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위키백과보다 다른 위키들에 사람들이 더 기여를 하게 되면서 그 위키들로 또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결국에는 문서의 양과 질에 차이가 크게 일어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위키백과에서 축구 에디터톤을 진행하고 여러 문서들을 작성하면서 위키백과가 통념과 달리 재미있게 충분히 덕질을 즐길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위키들에 비해 더 장점이 많은 위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키백과는 무겁고 엄격하며 한 문장마다 교정과 검열이 들어가는 부담스러운 위키가 아닌 오히려 유저들의 자유로운 서술이 보장되고 다른 유저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서로의 서술을 보완해줄 수 있는 창구가 보장되어 있으며 검열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 많은 정보들이 작성될 수 있는 발판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위키라는 것을 이번 에디터톤을 통해 알게 되었고 위키백과가 덕후들에게 엄격한 위키라는 편견을 완전히 버릴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위키백과의 진입장벽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작성 내용의 출처 작성은 문서 작성에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문서 작성에 안정과 신뢰를 주고 있습니다. 위키백과의 확인 가능 정책에 의해 위키백과는 문장에 출처 작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명백한 사실이어서 굳이 출처를 남길 필요가 없는 문장을 제외하면 중립적이지 않거나 가치판단성 문구가 들어간 문장, 인용문, 내용을 검증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문장들에 출처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출처 작성에 부담을 느껴 위키백과에 기여를 하지 않는 분들이 있는데, 출처 작성은 위키에서의 덕질에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출처는 자신이 작성한 편집에 공신력을 부여해주며 한 출처에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정보를 추가적으로 더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의 길잡이 역할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출처는 주관적이거나 가치판단이 들어간 내용에 객관성을 부여해줘 이 서술이 문서에 적힐 수 있도록 하는 밑바탕을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출처는 작성한 서술이 다른 유저에 의해 수정되거나 지워질 때 작성한 부분들이 변형되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막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위키백과의 출처는 덕질에 장애물과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쓴 내용을 반달과 다른 편집 시도들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고 덕질하는 분야의 정보에 신뢰성을 높여주는 장치로 기능하면서 위키백과에서 덕질을 하는 유저들을 따뜻하게 보호해줍니다.
위키백과는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덕질을 할 기반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키백과는 내부의 정책과 지침을 준수하기만 하면 규칙에 얽매이지 마세요의 원칙에 입각해 자유로운 편집을 수행할 수 있고 이 편집들이 위키백과의 정책과 지침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문서 내용을 왜곡하지 않고 적절한 근거들을 통해 서술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수 있으면 편집한 내용들이 문서에 작성되는 것이 보장됩니다. 이러한 모습은 위키백과의 규정이 그 자체로 유저들의 편집 내용을 구속하거나 검열하는 바리케이드가 되지 않고 유저들의 편집 창의성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주도록 만들어 줍니다. 결론적으로, 다른 위키들은 위키백과에 비해 편집하기 쉬움을 주장하면서도 세부적인 사항들까지 모두 규정으로 만들고 이를 강제해 역설적으로 편집의 자율성을 억압하게 된 반면, 위키백과는 오히려 자유롭게 문서 서술을 할 수 있는 위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키백과는 다른 위키들과는 달리 '사랑방', '질문방', '사용자 토론'과 같이 다른 유저들끼리 편집에 관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 문서의 편집 방향에 관해 다른 유저분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추후에 생길 수 있는 편집 분쟁들을 사전에 방지하고 다른 유저분들의 시각에서 보는 편집 방향을 배우면서 자신의 편집을 보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넘어 다른 언어판 위키백과들과 연계가 잘 되어 있어 다른 위키들을 통해 많은 참조 자료들과 교차 검증할 데이터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위키들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다양하고 자세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이러한 활동은 '번역' 탭을 통해 보장되어 있습니다.
출처를 통한 전문성과 다양하고 자율적인 편집 지침과 원칙들을 바탕으로 위키백과는 다른 위키들에 비해 다양하고 정확한 덕질 관련 정보들의 작성을 효율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사례가 있지만 저는 여기서 축구를 비롯한 다양한 종목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이름 표기를 한 가지 사례로 언급하고 싶습니다. 위키백과를 포함해 다른 위키들에서도 선수들의 이름을 어떻게 표기하는지에 관해 외래어 표기법, 통용 표기 등의 지침을 통해 이들의 이름을 어떻게 작성하면 되는지, 문서 제목을 어떻게 설정하면 되는지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른 위키들에서는 선수들의 이름을 표기하고 문서 제목을 작성할 때 그 위키들에서 설정한 규정에만 몰두해 국제 음성 기호와 실제 언어의 발음대로 이름을 작성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러한 서술을 작성하는 유저들을 위키에서 쫓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키백과는 인물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신빙성 높은 출처가 있으면 이러한 이름들의 표기를 본문에 작성하는 것, 이러한 이름들을 문서 제목으로 설정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어 문서 초반부터 잘못된 정보들을 사실인양 왜곡해서 전달하는 다른 위키들과는 달리 신뢰성이 높고, 더 다양하고, 더 자세한 정보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기 전에 위키백과의 덕질 관련 분야를 작성하는 분들에게 편집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편집을 하다 보면 같은 분야를 편집하는 다른 분들과 편집 방식에 관해 충돌이 생기고 유저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이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되면 좋지만 갈등이 너무 깊어져서 실망감에 위키백과를 떠나거나 서로 사관에 신고를 작성하면서 싸움을 벌이는 것들을 목격했습니다. 비슷한 분야들을 편집하는 유저들의 편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들을 반달이나 반드시 수정되어야만 하는 서술로 생각하지 말아주시고 백:좋은 뜻으로 보기 원칙에 따라 그 서술 방식을 인정해주고 혹여 궁금한 부분이 있을 경우 사용자 토론과 문서 토론을 통해 해당 유저와 대화를 과감히 진행해주셨으면 합니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각자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고 서로 얼굴을 붉히며 수정전쟁을 벌일 필요 없이 각자의 편집 영역을 존중하며 편집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거든요.
축구를 넘어 위키백과에서 덕질 관련 분야 문서들을 작성하고 수정하면서 위키백과는 통념처럼 무거운 위키가 아닌 서술의 자유와 전문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가벼우면서도 알찬 위키백과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동안 위키백과에서 받았던 느낌을 다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한 번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아직 위키백과가 다른 위키들에 비해 부족한 문서들도 있고 아직 최신 정보들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문서들도 많지만, 정확하고 자유로운 위키백과의 면모들을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어 위키백과의 편집에 참여해 이러한 문서들이 알차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글을 작성하면서 생각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위키백과에서 활동하는 한 명의 덕후로써 위키백과를 알차게 만드는데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이 기고문을 보고 위키백과 기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덕후들이 한 분이라도 더 많아지길 기원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