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튀랭 박사의 장례식

마튀랭 박사의 장례식』(1839)은 장차 사실주의(réalisme)의 대가로 불리게 될 프랑스의 작가 플로베르가 젊은시절 쓴 이야기들 중 한 편으로, 가장 마지막에 집필되었다. “알코올에 대한 찬가”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철학 콩트엔 박사 마튀랭과 그의 두 제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술을 퍼부어 마시며, 형이상학적이고도 현실 비판적인 대화를 나눈다. 죽음을 앞에 둔 순간에서 조차 쾌활한 박사는 결국 술에 취해 숨을 거두고, 주검 역시 카바레에서 옮겨진다. 어린 플로베르는 마튀랭 박사를 빌려 세상에 대해 회의적인 그러나 에피쿠로스적인 자신의 시각을 드러낸다.

작품 줄거리 편집

‘관찰하는 사람’인 마튀랭 박사는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감기와 쇠약해진 자신의 몸에 싫증이 나 있다. “죽음에게 붙잡혀 있느니 차라리 죽음을 예고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박사는 진정으로 죽음을 원하고 기다린다. 침대에 누워있던 마튀랭은 제자 두 명이 자신을 보러 오자, 질 좋은 술을 잔뜩 준비하고는 본격적인 잔치를 시작한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술을 퍼부어 마시며, 모든 것은 어차피 “무”이기 때문에 잘 마시고, 잘 먹는 것이 존재의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제 삶의 철학을 전달한다. 박사는 알코올과 죽음을 예찬하며 “행복은 취기 속에 있고 영원은 죽음 안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고 가는 그들의 대화는 형이상학적이지만 그 와중에 현실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마튀랭의 비판은 신랄하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나 좋은 것”이고, 로베스피에르는 “최악의” 인물이다. 완전히 주정뱅이가 된 셋은 잠시 후, 집을 나가 마을로 향한다. 마침 이 날은 일요일이었고, 축제의 날이었다. 이들은 카바레로 향한다. 그러나 카바레에 도착하자, 마튀랭이 갑자기 죽어 버린다. 박사가 왜 갑자기 죽었을까? 차에 치였나? 자살인가? 살인인가? 물에 빠져 죽었나? 그의 당혹스런 죽음은 스캔들처럼 번졌고, 우매한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든다. 평범한 민중들도 있고, 기자들과 문인들도 있다. 기자들은 이 사건에 대해 생각없이 펜을 놀리고, 마을의 벽은 박사의 죽음에 대한 낭설로 가득 찬다.

마튀랭의 제자 둘은 곧 박사의 장례식을 치러 준다. 그들은 마튀랭의 주검을 평화로운 초원으로 데려가, 묻고는 그 위에 두 병의 와인을 뿌려 준다. 이제 박사 마튀랭은 녹음이 가득 한 이곳에서, 그토록 애정하던 알코올의 향기에 파묻혀 영원한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 편집

화자인 '나(je)'가 '독자들(vous)'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철학 콩트의 등장인물은 단순하다. 대체적으로 서술은 화자에 의해 이뤄지지만, 작품의 중간은 직접화법의 대화문들로 채워져 있다.

마튀랭 박사docteur Mathurin : 편집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약 70세의 노인이다.온전한 정신의 소유자지만, 몸은 병들어 쇠약하다. 세상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으며, 남다른 통찰력으로 인간의 “영혼”을꿰뚫어보는 인물이다. 플로베르적 인물로 모든 사물을 ‘관찰’한다.

자크Jacques와 앙드레André : 편집

마튀랭 박사의 두 제자들로서 마튀랭 박사와 함께 술을 마시며, 철학적인 대화를 나눈다. 마튀랭 박사가 죽고 나서 장례식을 치러 주는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