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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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 ==
* 강영계 역, [http://zmanzclassics.blogspot.kr/2011/02/also-sprach-zarathustra.html 지만지 2011년], {{ISBN|978-89-6680-499-3}}
* 탁양현 엮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Zarathustra는 이렇게 말했다
 
적잖은 시간 동안, 나의 청춘을 온통 지배했던, 고뇌와 비탄의 철학자 Friedrich Wilhelm Nietzsche를 여전히 추억한다. 지금껏 여러 이유로, 너무나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온갖 사상들을 알고서는 이미 망각해버렸지만, 아마도 내 죽음의 순간까지도, 니체의 추억만큼은 망각되지 않을 듯하다.
니체를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제목에 드러나 있는 바처럼, 차라투스트라는 정작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려고 했던 최후의 발언은 ‘위대한 침묵’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것이 지금 이 텍스트를 지어내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많은 이들은, 니체에 관해 이런 말들을 한다.
“비록 깊은 밤 숨죽인 도둑처럼, 니체의 고뇌와 비탄을 슬쩍 훔쳤을지라도, 니체를 읽지 않은 자와의 만남과 대화는 너무나 소모적이다.”
“결국 부득이한 생존을 핑계 삼으며, 니체의 本意를 짐짓 모른 체하고 외면해야만 하더라도, 니체를 알지 못 하는 자와 철학이나 문학을 論辯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아가 인문학 자체에 대해서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어쩌면, 이제 니체를 기억하거나 추억하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21세기는 이미, 굳이 니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뇌와 비탄에 찬 시대인 탓이다.
이제 내게도, 청춘의 시절처럼 니체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전집은 물론이며, 독일어판 원서까지 무작정 뒤적여대던, 무모할 정도의 열정은 이제 없다. 그런데 그렇게 강렬하던 열정이 식어버린 후, 외려 니체는 아주 선명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선다. 참으로 묘한 노릇이다.
 
누구에게나 니체를 고뇌했다는 것은, 인간존재의 삶 자체에 대해서 참으로 절실히 고뇌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그래서 일견 니체는 곧, 고뇌 자체다. 무릇 고뇌 자체로서의 니체다.
니체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서, 스스로의 고뇌를 차라투스트라의 발언으로써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렇게 니체의 고뇌는, 차라투스트라의 발언으로써 마감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마감의 순간에, 정작 차라투스트라의 발언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후, 차라투스트라의 발언은 줄곧 계속 되고 있다.
차라투스트라의 발언과 차라투스트라의 침묵, 발언하는 차라투스트라와 침묵하는 차라투스트라.
이러한 차이를 안다면, 이제 차라투스트라의 발언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고뇌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21세기는, 차라투스트라의 가혹한 발언 이후의 위대한 침묵을 새로이 고뇌해야 할 시절이라고 할 것이다.
 
제1장. 차라투스트라 序說
 
 
1.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한 몰락
 
 
“차라투스트라Zarathustra에 대해서 들어 본 적 있나?”
“들어 봤지.”
 
“차라투스트라는 서른 살이 되었을 때, 그의 고향과 고향의 호수를 떠나서, 아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지.
그곳에서 그는 고독 자체를 즐기면서, 10년 동안이나 아무런 권태倦怠도 느끼지 않으며 지냈어.
 
그러다가 문득, 차라투스트라는 심경心境의 변화를 일으켰지.
그래서 그는, 어느 날 아침 동이 트자, 일어나서 태양 앞으로 나아가 이렇게 말했지.”
“심경의 변화라.”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천체天體여!
지금 그대에게 그대가 비추어 줄 만한 대상이 없다면 그대의 행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10년 동안, 그대는 어김없이 여기 나의 동굴 위로 떠올랐다.
그런데 만약 나와 나의 독수리와 나의 뱀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대는, 그대의 빛과 그대의 행로行路에 이미 지쳐버렸을 것이다.”
“독수리와 뱀이라.”
 
“우리는 매일 아침 그대를 기다렸고, 그대의 충일充溢을 빼앗았으며, 그 대신 그대를 축복했다.
 
보라!
이제 나는, 너무 많은 꿀을 모은 꿀벌처럼, 머릿속을 꽉꽉 채우고 있는 나의 지혜에 지쳐버렸고, 때문에 나는, 나를 향해 내미는 여러 손이 필요하다.”
“지치게 하는 지혜라.”
 
“나는 증여贈與하고 나누어 주고 싶다.
인간들 가운데서, 현명한 자들이 다시금 어리석음을 얻고, 가난한 자들이 다시금 풍부함을 얻을 때까지.
 
그러므로 나는,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가 매일같이 저녁이면, 저 깊은 바다 속으로 떨어져서 지하세계를 비추는 것처럼.”
“가장 밑바닥이라.”
 
“이미 가득 차서 넘쳐나는 천체여!
이제 나는,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려고 한다.
인간들의 표현에 따른다면, 나는 그대와 마찬가지로 몰락沒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아무런 시기猜忌도 없이, 가장 큰 행복을 바라볼 수 있는 고요한 눈이여.
나를 축복해다오.
그리고 이 잔杯도 축복해다오.
 
온갖 물이 황금빛으로 흘러나오고, 방방곡곡으로 그대의 환희의 반사反射를 옮길 만큼 넘쳐흐르는 이 잔을.
보라!
이 잔은 다시 텅 빈 잔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이제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인간이 되고자 한다.”
“이렇게 해서,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이 시작되었지.”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이라.”
 
== 외부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