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항(白元恒, ? ~ ?)은 고려 후기의 문신이자 정치인이며 시인(한시작가)이다.[1] 본관은 청도(淸道)로 추정된다.[2]

생애 편집

안향의 문인으로 1279년(충렬왕 5) 국자감시(國子監試)에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아직 현달하기 이전에 일찌기 안향으로부터 "훗날 반드시 귀현(貴顯)하리라"는 말을 들었다.[3]

1311년(충선왕 3) 다시 선군(選軍)을 설치할 때 지언부사(知讞部事)로서 별감사(別監使)가 되었다. 이때 사복영사(司僕令史)를 장살(杖殺)한 일로 영흥도(靈興島)에 귀양갔다. 뒤에 풀려나 전교령(典校令)이 되었다. 1314년(충숙왕 1)에 윤신걸(尹莘傑)·윤선좌(尹宣佐) 등과 함께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진강(進講)했다. 1317년(충숙왕 4)에 총부전서(摠部典書)로 동지공거(同考試官)가 되어 진사(進士)를 뽑을 때 홍의손(洪義孫) 등을 급제하게 했다.[4]

1321년(충숙왕 8) 밀직사(密直使) 첨의평리(僉議評理)가 되었으며, 그 해 박효수(朴孝修)와 함께 원나라 중서성(中書省)에 대위왕(大尉王)[주 1]의 환국(還國)을 청원하는 상서(上書)를 올렸다.[4]

사후 편집

평가 편집

형부(刑部)와 선군(選軍)의 일을 잘 처리하여 명성이 있었다. 밀직사로 있을 때 행궁(行宮)의 여비를 착복하였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또 옹인(甕人) 한만복(韓萬福) 등이 충숙왕(忠肅王)의 비(妃) 복국장공주(濮國長公主)의 사인(死因)이 왕의 구타에 의한 것이라는 진술이 무고임을 밝히는 글을 써서 원나라 중서성에 보내는 등 충선왕(忠宣王)을 위하여 헌신하였다. 그 해 김순(金恂)·윤석(尹碩) 등과 함께 상왕 충선왕의 신임을 받고 권세를 부리고 뇌물을 받아 막대한 부(富)를 누리던 권한공(權漢功)·채홍철(蔡洪哲) 등을 귀양보냈다.

가계 편집

  • 부 : 백진생(白眞生), 중랑장(中郞將)
  • 모 : 이씨(李氏)[2]

유작 편집

『동문선』(東文選)에「조강」(祖江)[주 2] 등 한시 16수가 전한다. 많은 수의 한시를 남겼음에도 생몰년 등 작가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많지 않음이 애석하다.[5]

  • 「백사음」(白絲吟) [주 3]
  • 「연도추야」(燕都秋夜) [주 4]
  • 「상최정승종준」(上崔政丞宗峻) [주 5]
  • 「주상제태부심양왕」(主上除太傅瀋陽王) [주 6]
  • 「권우생가음주」(權友生家飮酒) [주 7]
  • 「설제모춘소우」(雪齋暮春小雨) [주 8]
  • 「행도조강유작」(行到祖江有作) [주 9]
  • 「취제한원」(醉題翰院) [주 10]
  • 「궁거동일(窮居冬日)」 [주 11]
  • 「금련천」(金連川) [주 12]
  • 「증소년이이동 종련」(贈少年李異同 終聯) [주 13] 등이 전해진다.


「조강」(祖江)과 「백사음」(白絲吟), 「연도추야」(燕都秋夜)를 대표작으로 꼽는다.

참고 문헌 편집

  • 『고려사』(高麗史)
  •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 『백씨대동보』(白氏大同譜), 1982

노트 편집

  1. '충선왕(忠宣王)'을 말한다.
  2. 원제는「행도조강유작」(行到祖江有作)이다.
  3. 白絲鮮鮮雪華白 錦上新紋眩紅碧。 美人意在公子衣 纖手殷勤把刀尺。 姑惡姑惡姑果惡 不許儂家事縫作。 古來巧語悅如簧 使妾今朝還故鄕。 出門背立泣風雪 西北萬里雲天長。 雲天長不見郞 斷蓬路遠心茫茫。 欲彈朱絃世無耳 空嗟白日東流水。 白絲一染無白時 棄妾重來當有期。 '흰 실은 곱디 고와 눈처럼 흰데/ 비단 위 새 무늬는 울긋불긋 눈이 어지럽다// 미인의 속내는 낭군의 옷에 닿아/ 고운 손 은근히 칼과 자를 잡으니// 시어미 밉다 시어미 밉다 과연 그렇다/ 내 바느질 허락지 않는구나// 예부터 교묘한 말, 피리소리처럼 좋아하는 법/ 오늘 아침 나를 고향집으로 돌아가게 하시니// 문을 나가 등지고 서서 눈바람에 울고있으니/ 서북 만리 구름 낀 하늘은 멀기도 하구나// 구름 낀 하늘은 멀고 낭군은 볼 수 없어/ 쫓겨난 이 몸 길은 멀어 아득하고 마음이 망망하다// 붉은 거문고 타려 하나 세상에는 귀가 없어/ 부질없는 대낮에 동으로 흐르는 물을 한탄하노라// 흰 실은 한 번 물들면 희어질 리 없지만/ 버렸던 첩 다시 올 날 기약 있으리라//'
  4. 思家步月未成歸 庭樹秋深錦葉飛。 故國三千八白里 夜闌雙杵擣寒衣。'집 생각에 달빛 아래 걷나니 돌아가지 못하고/ 뜰 나무에 가을 깊어 비단같은 단풍 바람에 날리니// 내 나라 삼천 팔백리에선/ 이 밤에도 대문 걸고 겨울옷 다듬질하리//
  5. 蟬冠駞劍押朝班 德齒爭高仰莫攀。 際會千年忠貫日 功名四代望如山。 琴書素蓄無餘玩 几杖曾辭尙未閑。 明主乞言偏注意 天留一鑑照人間。 '선관과 타검으로 조정의 우두머리에 계시니/ 깊은 덕과 나이의 높이 더욱 우러러보이신다// 천년만의 제회에 충성이 해를 꿰고/ 4대 이은 큰 공업 명망이 산과 같다// 평소 거문고와 책만 모으시고 달리 취미 없으시니/ 궤장을 사양하시며 한가함이 여전하지 않으시다// 임금이 뜻을 물으시며 유달리 공에게 더 마음을 두시니/ 하늘이 거울 하나 마련해 인간세상 비추는구나//'
  6. 玉詔傳從碧縷門 新除太傅作東藩。 千年遇主山河誓 三葉勤王雨露恩。 兔郡桑麻添國界 鶴城花月入宮園。 日迎賀客身無暇 又被呼來謁至尊。 '옥조가 벽루문에 내리시와/ 새로 태부로 제수하사 동방의 번방을 삼으셨다// 천년만에 임금 만나 산하에 맹세하고/ 3대째 근왕하여 받은 은혜 비와 이슬 같도다// 토군의 뽕나무와 삼나무가 나라강토 보태주고/ 학성의 꽃과 달이 궁원으로 들어오는다.// 날마다 하객 맞아 조금도 여가가 없는데/ 또 부름 받으시어 황제께 알현하시는도다//'
  7. 靑松生南山 白日沒西海。 世上英雄何代無 綠鬢朱顔不長在。 昔人園樹成枯査 昔人俠骨歸泥沙。 同人之心非楚越 百年光景何飄忽。 諸賓散盡髠獨留 醉臥君家滿堂月。 '푸른 솔은 남산에 나고/ 흰 해는 서해로 떨어진다// 세상 어느 대에 영웅이 없으리만/ 검은 머리 고운 얼굴 오래지 못하였다// 옛 사람의 동산 나무 마른 등걸이 되고/ 옛 사람 의협의 뼈는 진흙 모래 되었다// 친구의 마음은 초월이 아닌데/ 백년 세월이 어찌 이리 허무한가// 여러 손님이 흩어진 뒤에 홀로 곤만을 만류해/ 그대 집 당 가득한 달에 취해 누워 있다//'
  8. 綠楊十里野人家 餘在春風也不多。 盡日倚欄山鳥語 碧苔微雨落梨花。 '푸른 버들 십리 길 야인의 집에/ 봄바람 불 날 몇 남지 않아// 종일 난간에 기대니 산새들 울고/ 푸른 이끼에 보슬비 배꽃을 떨구네//'.
  9. 小舟當發晩潮催 駐馬臨江獨冷咍。 岸上世情何日了 前人未渡後人來。 '쪽배 떠나라고 늦 물결 재촉하는데/ 말 세우고 강에 닿아 혼자 쓴웃음 짓네// 언덕 위 세상 일은 언제 끝나려나/ 앞 사람 건너기도 전에 뒷사람 오는구나//'
  10. 今夕不知是何夕 偶與靑州從事同。欣然引滿醉復醉 席上爛熳回春風。半壁靑燈翳復吐 時聞玉漏聲丁東。論交到深夜 不覺金樽空。醉鄕差可樂 世事終無窮。明朝醉醒後 揮汗紅塵中。'이 밤이 무슨 밤인지 모르는데/ 우연히 청주종사 함께 한다// 흔연히 가득 부어 취하고 또 취하니/ 자리 위에 난만한 봄바람이 도는구나// 반 벽의 푸른 등불 어두워졌다 다시 일어나는데/ 때때로 옥루 듣는 소리 뚝뚝 들린다// 우정을 논하다가 밤이 깊은데/ 금 동이 빈 줄을 깨닫지 못하였다// 취한 천지는 조금은 즐거워도/ 세상 일은 끝이 없더라// 내일 아침 술이 깨이면/ 홍진 속에 또 허덕일 것을//'
  11. 破屋颼颼薪欲絶、袁郞高臥門遮雪。江南地暖足田蠶、妻子圍爐深夜說 '낡은 집에 바람 일고 땔나무 바닥 보이는데/ 원랑은 높이 누워 눈에 문이 막히었네// 강남은 날이 좋아 농사나 누에치기 좋다고/ 화로가 처자들 둘러 앉아 깊은 밤에 이야기하네//'
  12. 平野殘山遠入烟 川流不盡草無邊。 此行償得男兒志 打破醯鷄甕裏天。'넓은 들 나지막한 산 까마득히 연기에 쌓여/ 냇물은 끊이지 않고 풀밭 끝이 없다// 이번 여정 값으로 사나이 뜻 이루면/ 술항아리 속 좁게 비친 하늘 깨어부수리라//'
  13. 君不見南山於菟兒 始生三日窺牛胾。又不見丹穴鳳凰雛 一鳴已作王者瑞。李郞所蘊亦不凡 襁褓養出靑雲器。讀書不煩勞 涉獵輒强記。作詩不用心 妙盡西峯意。及看新月篇 更覺天生智。氷姿盈盈二六餘 朱絃入手人心醉。我疑東璧星降靈 三韓主文字。我疑紫霞仙偶下 人間一遊戲。不然造物奚有偏 賦與才貌於君備。科登甲乙可前知 將相功名自家事。我初識子大人門 半面暗許平生志。往年相見在重陽 前年相見在冬至。今年何處樽酒同 杜鵑半落城西寺。別來幾多時金鶯 亂啼庭樹翠。 人生聚散如旋蓬 羲和汲汲催龍轡。 勸君須惜紅顔年 勸君須知結交地。古人愛士信陵君 能爲侯生入屠肆。直窮下客靑松心 東海生塵北斗墜。 '그대는 못보았는가 남산의 범 새끼 처음 나는 것을/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소 잡아먹으려 한다// 또 못보았는가 단혈의 봉 새끼를/ 한 번 울면 벌써 왕자의 상서가 된다// 이랑의 자질이 범상치 않나니/ 포대기서부터 청운의 그릇을 내었네// 글을 읽는데 번거로움 없고/ 얼른 보아도 오래 기억하네// 문득 애쓰지 않아도 시를 짓기에/ 묘하게 서봉의 지은 뜻을 대했네// 그리고 신월편을 보니/ 하늘이 낸 지혜 다시 깨닫겠네// 얼음같이 맑은 자질 이륙(12세)세에/ 주현이 손에 들면 사람 마음 취하네// 나는 의심한다 동벽성 내려와/ 삼한에 문자를 맡았는지// 나는 또 의심한다 자하의 신선이 우연히 내려와/ 인간계에 한 번 장난하는지// 아니 그렇다면 조물 마음이 얼마나 편벽되어/ 재주와 얼굴 그대만 가졌는가// 과거하여 갑을에 오를 걸 미리 알았고/ 장상의 공명이 그대 일임을 미리 알았다// 대인의 문하에서 처음 그대 알아보고/ 가만히 평생의 뜻을 허락하였다// 그 전 해는 중양절에 서로 보았고/ 작년에는 동지 때 또 보았건만// 올해는 어디서 동이 술을 같이 할까/ 두견화 반쯤 떨어진 성서 절에서// 이별한 지 얼만데 황금 꾀꼬리 요란스레 울고/ 뜰 앞 나무 푸르네// 인생의 모였다 흩어짐은 선봉 같은데/ 희화는 바삐 용의 고삐 재촉한다// 권하노니 그대는 젊은 때를 아끼고/ 그대는 모름지기 사람 사귈줄 알아 달라// 옛날에 신릉군은 선비를 사랑하여/ 후생을 위해 백정 집에 들어갔다// 손 아래로 솔 같은 마음을 가지기를/ 동해에는 티끌이 일고 북두는 떨어지도록//'

각주 편집

  1. 『동문선』
  2. 『백씨대동보』
  3. 『고려사』「안향열전」
  4. 『고려사』「세가」
  5. '백원항의 생애와 시세계', 여운필, 동아대 석당논총 제44집 53~94PP.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