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그 미래와의 만남
                            아시안 하이웨이 6


1996년에 이루어진 러시아구간, 1.2000km 모터사이클 횡단과 AH6, TRANS SIBERIA"라는 이름을 가진 2014년의 26,oookm의 유라시아 대장정 그리고 2017년의 "AH6, TRANS EURASIA 2017"을 통해 7,000km의 대륙의 길에 대한 자료를 구축했다.

1995년, 러시아와 인연을 맺으면서 이십삼년에 걸쳐 이루어진 세번의 대륙횡단이다. 모두 모터사이클이 이동수단이 되었으며 단독으로 이루어진 행위이다.

1996년에는 통일 이후의 한국, 곧 대륙이라는 한반도로부터 확장된 공간에 대해 누군가 자료를 구축해야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시도한 계획이었다.

한편, 1991년 12월에 이루어진 소비에트의 몰락으로서 러시아를 중심으로 독립국가연합이라 불리는 유라시아대륙은 새로운 시장이자 자원의 보고로서 서방세계에는 이십세기 마지막 기회의 땅이 되었다.

나는 이 대륙에서의 기회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이 대륙횡단계획을 준비하고, 졸업식 날 모터바이크를 비행기에 싣고 시베리아로 떠났다. 열개의 시차와 백 이십 개 이상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나라를 8개월에 걸쳐 횡단하게 된다.

2014년의 유라시아 대장정은 2010년의 러시아횡단도로의 완성과 2014년 한. 러 무비자협정의 발효가 그 배경이 되었다.

러시아횡단도로의 완성으로 유럽의 끝으로부터 극동에 위치한 한반도까지 길로 이어지게 되었다.

한국은 대륙으로 향하는 두개의 국제고속도로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아시안 하이웨이1, 6호선이 그것이다.

부산에서 시작되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은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북한의 원산과 나진. 선봉을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과 만난다. 그리고 유럽의 끝인 로테르담까지 하나의 길로 이어진다.

러시아횡단도로의 완성은 엄청난 역사이다.

2014년, 러시아횡단도로의 완성으로 나는 통행료 한 푼 지불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대륙의 끝까지 모터바이크로 달릴 수 있었다.

대륙을 횡단하는 자동차 길을 통한 물류의 운송이 기차나 배와 비행기에 대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2014년 대륙횡단의 주요 목표가 되었다.

귀국을 하자마자 대륙횡단도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에 대해 알리고자 강연과 전시회를 확대해서 전국투어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촛불 정국을 맞아 자동적으로 정지가 되었다.

2017년 나는 다시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대륙횡단에 나섰다.

팀을 만들어 이 대륙횡단도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들을 구체적으로 자료화하고 싶었지만 결국 나 홀로 길을 나섰다.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배가 출발하는 동해시를 향해 밤을 새워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홉 명의 바이크 여행자들을 만났다.

나를 포함해 십 인의 무사들이다.

휴학한 대학생으로부터 조기 퇴직한 중년과 육십 대의 멋쟁이 아저씨까지 가지각색의 소시민들이 전국에서 모인 것이다.

물론 서로 처음 만났거나 서로를 오랫동안 알지 못한 사이들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확장된 공간으로서의 대륙을 경험하기를 간절히 바래왔다.

그리고 이십년이 넘도록 내 주위를 중심으로 나의 경험들을 나누기 위해 외쳐왔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고독한 시간들이었다.

2017년 6월18일, 서로를 알지 못한 채로 단지 배를 타기 위해 동해항에서 만난 이들. 유라시아 대륙 횡단! 누가 시키지 않았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저마다 낮은 자리에서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한다.

단지 모터바이크와 카드 한 장 만을 들고 온 분도 있다.

이들을 통해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반도로부터 이어지는 대륙의 맛을 볼 수 있을 것 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나의 계획이 2014년과 같은 로테르담까지에서 바이칼 호수까지로 바뀌는 순간이다.

대한민국사람, 누군가가 당장 지금 대륙을 향해 움직일 수 있는 시간과 거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바이칼호수까지는 4,000km 정도이다.

14일 정도의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샐러리맨을 기준으로 자신이 현재 타고 있는 자동차로 당장 지금 움직였을 때 왕복할 수 있는 거리가 바이칼 호수였다.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는 바이칼 호수는 한반도로부터 확장된 공간으로서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가진 곳이다.

나는 러시아의 도로와 주변의 인프라의 완성도와 양국의 무비자 환경과 세관에서 바이크를 찾는 작업 등을 잘 정리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이 대륙의 맛을 볼 수 있는 자료를 구체적으로 만들고 돌아왔다 (7,000km 육로왕복).

2014년 러시아 바이칼스크의 외곽, 검은담비 산에서 열린 모터바이크 축제에서 만난 러시아방송은 페이스 북을 통해 나와 이야기를 계속해왔다.

2017년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긴 도로(러시아횡단도로)를 가지고 한 한국인이 반복해서 프로젝트화 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시안 하이웨이 라는 국제고속도로네트워크에 대해 설명을 했으며 러시아횡단도로의 완성으로 유라시아대륙이 길로 연결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대륙횡단도로가 만들어낼 커다란 변화에 대해 무척 기대가 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동의 자유가 확대된 세계화 시대이자 실시간으로 지구 저편을 바라볼 수 있는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시대인 지금,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정보를 따라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자신의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디지털 유목민들이 활성화 되는 시대이다.

가격경쟁력을 가진 다국적 자본은 대륙의 오지까지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역시 중앙아시아의 다디단 과일들은 저기(지구) 숲의 끝인 툰드라의 구멍가게까지 점유해가고 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사백여 킬로미터 안에 갇혀있는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할 때이다

 탐험가 김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