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진화에 있어서의 성선택>


1. 정의


2. 이론의 소개

2.1 이론이 제기된 배경

2.2 이론의 시사점 및 유성생식에 관한 가설들

2.2.1. 복권이론

2.2.2. 뒤엉킨 강둑이론

2.2.3. 붉은 여왕이론

2.2.4. DNA 복구 이론


3. 성선택이론의 인간에의 구체적 적용

3.1


4. 이론의 한계 및 비판





2.1 이론이 제시된 배경


성선택이론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자연선택론'의 보완책으로 성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하여 도입한 이론이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자연선택론'을 소개하며 생명체의 진화에 대해 설명하였다. 하지만 암컷/수컷과 같은 성의 진화 등 몇 가지 현상들은 이 '자연선택론'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그는 1871년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성선택이론을 새롭게 소개하였다. '성선택이론'은 암수의 진화와 같은 특수한 형질의 진화에서는 종 내에서의 번식경쟁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간하며 '자연선택론'을 세상에 소개하였다. 인간이 침팬지와 유사한 영장류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그의 '자연선택론'은 당시 유럽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가 제시한 '자연선택론'은 당시 유럽 사회의 세계관과 윤리관을 송두리째 뒤엎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종교계에서는 찰스 다윈의 이론을 성을 모독하는 이론이라며 배척하였다. 하지만 '자연선택론'은 당대 많은 사람들의 이해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다윈은 1871년, 즉 <종의 기원>이 발간된 지 12년 후에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이라는 책을 발간하며 유럽사회에 더 큰 파장을 일고 왔다. 다윈이 그 전에 제시했던 자연선택론은 동물들 중 어떠한 개체들은 살아남아서 자신의 유전자를 대물림하고, 또 어떤 개체는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하고 죽는지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하였다. 많은 조류의 암컷들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포식동물의 눈에 띄지 않도록 우중충한 색을 갖게 된 것, 그리고 가젤의 몸이 천적보다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발달한 것 등 모두 '자연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공작 수컷의 화려한 깃털이나 엘크 수컷의 무겁고 거대한 뿔과 같이 자연선택이 설명해 주지 못하는 특성들도 있다. 즉, 어떤 동물의 경우에는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다윈은 자신의 기존 이론인 '자연선택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러한 현상들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다. 여기서 다윈은 진화에 종 내에서의 번식경쟁을 끌어들이며 '성선택 이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다. 공작새의 꼬리나 엘크의 거대한 뿔은 성선택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번식경쟁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성선택이야말로 진화가 성립되기 위한 필수 요건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윈은 성선택이론을 도입하기 전에 진화론, 즉 자연선택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의문들은 '인간 존재의 탄생'과 관련된 것이었다. 다윈은 첫 번째로 큰 뇌와 복잡한 마음이 어떻게 진화사의 종반부에서 극소수의 종에서만 생겨났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지구상에서 대부분의 동물들이 침팬지보다 작은 뇌를 지녔지만 그들의 생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진화는 큰 뇌와 월등한 지능을 지향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큰 뇌를 거부하는 쪽으로 진행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의문은 인간의 진화에 있어서도 뇌가 팽창한 시점과 인간이 폭발적인 능력을 갖추게 된 시점까지 매우 오랜 시간의 간극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단적인 예로 뇌의 용량은 25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 사이에 세 배나 커졌는데, 우리 조상들은 이 기간 동안 줄곧 똑같은 종류의 주먹도끼를 사용한 것이다. 세 번째 의문은 유머, 음악, 언어, 자의식 등 현대인들의 자질이자 능력으로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성들이 생존에서 어떤 보상을 주는 것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다윈은 단순히 기존의 적자생존의 관점으로는 이 의문들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성선택이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다윈은 기회주의적이고 공평한 진화가 왜 유독 인간에게만 지적 능력을 부여하였는지 의문을 가졌다. 다윈은 자신이 제시한 진화론의 ‘자연선택론’을 보완하는 한 방안으로 ‘성선택론’에 착안했다. 즉 짝 고르기를 통한 성선택은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다각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수렴 진화가 아니라 발산 진화의 길로 나아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 가설을 확대하면 인간 마음의 가장 특별한 능력들이 애초에 구애 장식으로 생겼지만, 뇌의 크기가 세 배나 커지는 동안에 생존 이익은 별로 없었다는 모순적인 측면도 규명할 수 있다. 당시에 뇌가 주는 이익은 주로 번식 이익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2.2 이론의 시사점



자연선택에 의하면 성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일 성으로 인한 거대한 이점이 없다면 성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거나 진화의 과정에서 도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선택이론이 시사 하는 바, 성이 존재하고 그것이 인간 진화에 영향을 미친 구체적 양상 즉 유성생식은 ‘흔한 적자생존‘의 논리로는 유성생식이 무성생식을 진화의 성공모델로서 대체했다고 볼 수 없다. 우선 여기서는 유전자의 절반만이 전달된다. 이는 유전자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무성생식에 비하여 생식 자체를 하는 행위에 엄청난 수고가 드는 것은 물론, 적합한 파트너를 찾지 못한 경우 생식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 위험에 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유성생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유성생식이 번식에 있어 갖는 어떠한 이점 때문일 것이다.

아래에 제시된 이론들은 사뭇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큰 듯 보이는 유성생식이 왜 여지까지 존재하게 되었느냐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이론들 4가지이다.


(1) 복권이론(the Lottery Principle)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즉 무성생식을 통해 태어난 자식들은 부모와 똑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체들은 급작스런 환경이 변화할 경우 종의 전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2) 뒤엉킨 강둑 이론 (The Tangled Bank Hypothesis)


이 가설은 성이 자식들을 복잡한 세계에 준비시키려고 진화 했다는 이론이다. 로버트 트리버스와 그의 동료 조지 크리스토퍼 윌리엄스에 의해 제기된 이 이론은 다윈의 종의 기원에 마지막 단락에서 유래되었다. 트리버스와 윌리엄스는 모든 동물이 생명의 강둑에 자기 보금자리를 갖는다는 것이 진화의 신비라면, 가장 많은 보금자리를 확보한 생명체가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다양한 자손을 남기는 분화(diversification)가 진화과정에 있어 프리미엄을 누리게 된다. 유성생식이 변화한 환경조건에 더 잘 반응하고 새로운 환경공간을 확보하는 데 있어 단지 클론에 불과한 무성생식의 후손들에 비해 이점을 누리기 때문이다.


(3 붉은 여왕 이론 (The Red Queen Hypothesis)


루이스 캐롤이 쓴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소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의 질문에 매우 철학적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이 나라에서는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으려면 있는 힘껏 달려야 해!”

이론을 제기한 해밀턴과 베일런은 생명체도 이와 똑같은 처지라고 생각했다. 생명체, 그중에서도 특히 수명이 긴 생명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생충인데, 기생중은 매우 빠른 속도로 번식하며 주변의 많은 세대의 개체들을 감염시킨다. 이때 개체들이 비슷할수록 속도는 더 빠르게 확산되며 감염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들은 기생충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성생식을 하는 생명체의 경우, 모든 자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기생충이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 동안 숙주인 생명체는 다시 유성생식을 하여 자신의 적인 기생충의 생활 토대를 어렵게 한다. ‘군비경쟁’(arms race)은 이렇듯 두 개체 간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변화를 일컬음이다. 즉 종족 보존은 변화의 가능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4) DNA 복구 이론 (the DNA Repair Hypothesis)


DNA는 최소한 두 가지 방식으로 손상 될 수 있다. 하나는 유전적 코드를 변형 시킬 수 있는 방사능이나 돌연변이 유발물질에 의한 변이이다. 둘째는 복제 과정 자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이이다. Cartwright에 의하면 대부분의 변이는 해롭다. 이렇든 변이가 발생할 경우, 무성생식을 하는 개체와 유성생식을 하는 개체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무성생식의 경우 정의상 한 세대 내에서 발생한 변이는 자동적으로 다음 세대에 유전될 것이다. 매트 리들 리가 그의 책 ‘붉은 여왕’에서 예로 들었듯이 원본을 복사한 후 복사본을 복사하고 그의 복사본을 또 복사하는 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복사본의 질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기 마련이다. 무성생식을 하는 개체들은 그들이 변이를 누적하게 됨에 따라 결국에는 진화에 도움이 되는 생식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뮬러의 래칫’(Muller's Ratchet) 가설로 알려져 있음; 무성 생식하는 종의 개체군에 유해한 돌연변이가 누적됨으로써 적응능력이 가장 큰 개체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멸종해 가는 과정을 말함) 하지만 유성 생식은 개체들에게 두 개체의 유전자를 섞은 자식을 만들 수 있게 하며 따라서 이러한 하향 래칫 (downward rathcet)을 제거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왜냐하면 변이가 다음 세대로 여전히 전달될지라도 그 변이가 자손에게 나타나기 위해서는 부모 모두에게 그 유전자가 나타나야하기 때문이다.


3. 인간에의 적용


4. 비판 및 한계

4.1 젠더 표현과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을 설명 할 수 없음


생물학자 조안 러프가든에 따르면 자연은 비유하자면 이빨과 발톱이 으르렁거리는 경쟁의 정글인 ‘다윈의 정글’이 아니라, 개체가 다양한 성적 행동을 통해 온갖 종류의 우정과 협력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곳이다. 그리고 이 사회적 관계에는 성적 다양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성선택 이론은 젠더 표현과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진다. 성선택 이론의 논지에 따르면, 한 종 내에 여러 젠더가 있다면 번식능력이 열등한 젠더는 진화과정에서 없어져야 마땅하다. 그 자체로는 번식할 수 없는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다음의 4가지 팩트들은 기존의 성선택이론의 한계를 지적한다.

(1). 몸과 젠더는 이분법적 모형을 따르지 않는다.

생식세포의 이형성이 이분법적인 몸과 젠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윈은 동시적 자웅동체인 따개비를 연구하여 많은 동물들이 단순한 성 이분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종들은 제쳐두고 "대체로 성이 구별되어 있는 거의 모든 동물들"은 암컷과 수컷의 보편적인 틀을 따른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형태적 특징, 행동역할, 그리고 성이 표현된 몸의 생활사에 따라 젠더는 두 가지 이상이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도 세 가지 수컷 젠더, 두 가지 암컷 젠더를 가진 사회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성선택 이론에서는 젠더가 두 가지인 경우만을 다루고 있다.


(2). 동성 섹슈얼리티는 흔하다.

성선택 이론에서 동성애의 존재는 일탈 행동 또는 속임수로 치부하여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척추동물의 동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광범위한 기록을 통해 볼 때 동성애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으며, 동성 섹슈얼리티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형질을 설명하는 성선택 이론에 모순된다.


(3) 암컷은 '훌륭한 유전자'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암컷이 성선택 이론에 따라 수컷에게 있다고 짐작되는 훌륭한 유전자를 얻으려 한다는 이유만으로 짝을 고르는 일은 거의 없다. 서열이 낮은 수컷의 새끼들이라고 해도 능력 면에서는 서열이 높은 수컷의 새끼들과 그리 다르지는 않다.


(4) 짝짓기의 주목적은 번식, 즉 정자 전달이 아니다.

성선택 이론에서 번식 경쟁을 하는 개체들에게 있어 짝짓기는 주로 정자 전달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나는 짝짓기의 양은 수태만을 위해 필요한 양보다 100~1,000배 더 많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성애든 동성애들 짝짓기는 단순히 번식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참고자료

인터넷 사이트

http://www.trueorigin.org/sex01.asp




<사랑, 그 혼란스러운>,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드 지음, 21세기 북스, p164-183

<붉은여왕>, 매트리들리,

<진화의 무지개>, 조안 러프가든(Joan Roughgarden)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