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산문답
《의산문답》(醫山問答)은 1766년(조선 영조 42년) 홍대용이 지은 책으로서, 《담헌서(湛軒書)》내집에 보유로 포함되어 있다.[1] 북학파 실학자인 홍대용의 통합과학적 사상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2]
저술 배경
편집저자인 담헌 홍대용은 북학파를 대표하는 실학자이다. 홍대용은 벼슬을 하지 않고 평생을 실학 공부에 정진하여, 고학, 상수학, 수학, 음악 등에 통달한 학자였다. 29세 때 혼천의를 만들고, 35세 때 연행에 함께한다. 《의산문답》은 바로 이 연행의 체험을 포함한 홍대용 스스로의 학문적 성취와, 그의 철학을 집대성하여 엮은 책이다.
내용
편집허자(虛子)와 실옹(實翁)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허자는 유학, 즉 주자학과 성리학만을 공부한 사람, 실옹은 새로운 학문을 터득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허자가 묻고 실옹이 대답하거나, 실옹이 물어 허자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면서 진행되는데, 실옹이 허자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크게 인물균 사상, 우주무한론, 역외춘추론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책에 나타난 사상
편집인물균 사상
편집인물균(人物均) 사상이란 사람과 금수 및 초목이 모두 동등하다는 사상이다. '사람, 금수, 초목 세 가지 종류의 생물에 귀천이 있느냐'는 실옹의 물음에, 허자는 금수와 초목은 '슬기와 깨달음, 예의가 없기 때문에 사람보다 천하다'고 답한다. 이에 실옹은 사람의 예의와 금수, 초목의 예의가 다를 뿐 하늘에서 바라보면 사람과 물은 평등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동식물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자만심의 뿌리라고 말한다.
우주무한론
편집사람과 사물의 근본을 묻는 허자의 질문에, 실옹은 생명의 근본은 천지라고 하면서 천지의 모습을 설명한다. 실옹이 생각하는 천지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하늘은 텅 비어 기(氣)로 가득 차 있으며, 지구, 달, 해, 별은 그 기운이 모여서 만들어진 형체이다. 지구의 형체는 원형이며, 공중에서 쉬지 않고 돌면서 떠 있다고 하자 허자는 '옛 사람들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고 했다'고 반문한다. 이에 실옹은 월식 때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가 둥글다는 점, 높은 곳에 올라가도 먼 곳을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지구가 둥근 모양이고, 지구 밖에서 보면 위와 아래, 동서남북의 개념이 없으므로 지구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지구가 돌 때 지구 표면의 사람이나 사물이 넘어지지 않는 이유를 묻는 허자의 질문에는 지구의 몸체를 둘러싸는 두꺼운 기운이 지구와 같이 화전하므로 '맷돌에 붙은 개미'와 같이 회전을 느낄 수 없다고 설명하고, 공자와 같은 고대의 성인(聖人)이 땅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어리석은 일반 사람들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함이라고 덧붙인다. 지구에서 보기에 가까워 보이는 저 하늘의 별들은 실제로 몇 천, 만, 억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별들의 수는 무궁무진하며 하늘의 둘레는 한량없이 멀다고 설명한다. 즉 하늘만 회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즉 지구가 회전한다는 것이다.
역외춘추론
편집역외춘추론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비판하는 주장으로, 춘추를 집필한 공자가 중국이 아니라 변방 오랑캐에서 나왔다면 역외춘추가 나왔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논어 자공편 '공자가 구이에서 살고싶어하다.'라는 구절을 근거로한다.[3]
의의
편집허자(虛子)와 실옹(實翁)이라는 대립적인 이름에서부터, 허자로 대표되는 세속 유학자의 학문과 그 마음이 모두 헛된 것이었음을 드러낸다. 천지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하며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라는 유학의 사상을 타파하고, 사람이나 동식물이 모두 똑같으며 내가 있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며, 마음이 헛되어 유학, 즉 허학을 탐구하면 천하를 어지럽다고 말함으로써 실심(實心)으로 실사(實事)를 행해야 함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