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발생생물학: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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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진화발생생물학''' 또는 '''이보디보'''({{llang|en|Evo-devo; 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은 다양한 [[동물]]과 [[식물]]의 [[발생]]과정을 비교하여 [[공통 조상]]에서부터 [[진화]]한 [[생물]]의 공통 요소와 변이를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이다.
'''진화발생생물학'''은 [[생물학]]의 한 분야로, 공통의 조상 관계를 결정짓기 위해 생물들의 발생과정을 비교하고 발생 과정 상의 [[진화]]에 대해 연구한다.
이보디보는 [[발생]]의 근원과 발생 경로의 진화, 발생에서의 변화가 낳은 새로운 [[형질]]들, 발생의 유동성이 진화에서 가지는 역할, [[생태학]]이 발생적•진화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 진화적 상동의 발생학적 배경에 대해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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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념 및 의의 ==
=== 이보디보란 무엇인가 ===
[[그림파일:Evodevo.jpg|400픽셀|썸네일|이보디보가 포함하는 학문들]]
진화발생생물학을 가리키는 또 다른 말인 이보디보는 생물학의 한 분야로, 공통조상 관계를 결정짓기 위해 서로 다른 생물체의 발생과정을 비교하고 발생과정이 어떤 경로로 진화해왔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이보디보는 발생의 근원과 진화 과정, 발생에서의 변화가 일으킨 새로운 [[형질]]의 탄생, 발생의 유동성이 진화에서 가지는 역할, [[생태학]]이 발생적•진화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 진화적 상동의 발생학적 배경에 대해 정의한다. 이보디보에서 진화란 발생학적 과정들이 얽혀있는 오래된 [[유전자]] 체계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구조를 만들거나 다른 생물체들에서 유사한 운동을 하도록 보존하게끔 바꾸는 것이다.<ref>{{cite journal저널 인용|title=Squid Pax-6 and eye development
| first=Stanislav I. |last=Tomarev |first2=Patrick |last2=Callaerts |first3=Lidia |last3=Kos |first4=Rina |last4=Zinovieva |first5=Georg |last5=Halder |first6=Walter |last6=Gehring |first7=Joram |last7=Piatigorsky
| doi=10.1073/pnas.94.6.2421
| year=1997 |journal=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ume=94 |pmc=20103 |issue=6 |pages=2421–2426 |url=http://www.pnas.org/content/94/6/2421.full | pmid=9122210 | bibcode=1997PNAS...94.2421T}}</ref>
<ref>{{cite journal저널 인용|title=Pax genes and eye organogenesis
| first=Franck |last=Pichaud |first2=Claude |last2=Desplan |year=2002 |month=August
| doi=10.1016/S0959-437X(02)00321-0
| journal=Current opinion in genetics and development |volume=12 |issue=4 |pages=430–434 |pmid=12100888 }}</ref>
 
학자들의 초기 관심사는 몸의 체제와 [[조직]]의 발생을 조절하는 세포와 분자수준의 메커니즘에서의 유사점을 발견하는 데에 쏠려있었지만, 현대에는 [[종 분화]]와 연관된 발생학적 변화들에까지 접근하고 있다.<ref>{{cite journal저널 인용| author = Pennisi, E | title = EVOLUTIONARY BIOLOGY:Evo-Devo Enthusiasts Get Down to Details| journal = Science | volume = 298 | issue = 5595 | pages=953–955. | year =2002 | doi = 10.1126/science.298.5595.953 | pmid = 12411686}}</ref>
 
=== 이보디보의 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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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윈은 [[폰 베어]]의 [[분지형태이론]]과 그가 주장한 변화를 수반한 후손의 개념을 연결 지어서 왜 자연적 분류를 할 때, [[배아]]로부터 유도된 특징들이 [[성체]]로부터 유도된 특징들과 동등한 중요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에른스트 헤켈]]은 [[장바티스트 라마르크#라마르크주의|라마르크 주의]]와 [[자연철학]]을 통합하여 다윈의 종합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는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재연한다’라는 주장을 하였다.<ref name=b170>{{harvnb|Bowler|2003|pp=170, 190~191}}</ref> 즉, 모든 종의 배아의 발생(개체발생)만으로 그 종의 진화적 발생과정(계통발생)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파일:Haeckel drawings.jpg|350픽셀|썸네일|1874년 헤켈은 여덟 종의 척추동물―어류, 도마뱀, 거북이, 닭, 돼지, 소, 토끼, 사람―의 배아의 발생 과정을 그렸다.]]
당시 그의 이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신임을 얻지는 못했지만, 현대 진화론 종합설이 세워진 이래 발생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 접근을 [[종단부가]]로 진화를 설명하는 데 이용하였다. 종단부가란 개체 발생의 마지막 과정에 새로운 형질이 더해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재연한다는 헤켈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헤켈주의자(혹은 [[반복론자]]라고 한다)들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헤켈의 주장이 설명되기 위해서는 계통 발생의 과정에서 새로운 형질이 항상 조상 생물의 개체 발생 도중이 아닌 마지막에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종단부가가 일어나면 조상 생물에 비해 후손 생물의 개체 발생이 차츰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반복론자들은 새로운 단계가 더해지며 진화적 발전이 일어나면, 항상 오래된 단계를 압축하거나 삭제하는 과정이 일어나 발생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이 주장은 어느 순간 동물의 성장이 지연되고 생식기관이 성숙하여 번식하는 형상, 즉 [[유형성숙]]을 관찰한 것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ref>{{cite book서적 인용|last=Ridley |first=Mark |year=2003 |title=Evolution |url=http://www.blackwellpublishing.com/ridley/ |isbn=978-1-4051-0345-9 |publisher=Wiley-Blackwell}}</ref> 유형성숙의 발견은 개체 발생에서 어떤 기관의 발생이 특히 촉진되거나 지연되는 [[이시성]]의 관점에서 확장되어, 진화적 변화의 메커니즘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ref>{{cite book서적 인용| last=Gould |first=Stephen Jay |authorlink=Stephen Jay Gould |year=1977 |title=[[Ontogeny and Phylogeny (book)|Ontogeny and Phylogeny]]| publisher=Harvard University Press |location=Cambridge, Massachusetts |isbn=0-674-63940-5}}</ref> [[다아시 톰슨]]은 1917년에 출판한 그의 책 『성장과 형성』에서 성장 속도의 차이가 형태 상의 변이들을 만든다고 선언했다. 그는 생물 개체의 체제에 있어서 근본적인 유사점들과 기하학적인 변이들이 생기는 과정이 변이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이용될 수 있다고 보였다.
 
1970년대 후반 [[독일]]의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루이스]] 등은 [[노랑초파리]]에서 180개의 [[염기서열]]로 구성된 특정 [[DNA]] 단편인 [[호메오박스]]를 발견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 동일한 염기서열을 갖는 [[호메오박스]]가 [[포유류]]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이들이 동일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초파리 배아의 앞과 뒤를 결정하는 호메오박스 유전자는 포유류에서 [[척추]] 형성에 관여한다. 즉, 유사한 유전자는 [[계통]]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생물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초파리의 특정 호메오박스 유전자를 생쥐의 [[배아]]에 이식한 실험에서 초파리의 호메오박스 유전자는 정상적인 생쥐의 그것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호메오박스의 발견은 배의 발생과 진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진화발생생물학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ref name="최재천">최재천(서울대), 분자생물학 만능 시대 극복하는 통합 생물학 - 진화와 발생으로 아우르는 이보-디보의 첫걸음, 과학동아 2003년 4월호, 동아사이언스, ISBN AB-D2-00304-0</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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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RRRKRTA-YTRYQLLE-LEKEFLF-NRYLTRRRRIELAHSL-NLTERHIKIWFQN-RRMK-WKKEN}}
 
[[그림파일:혹스D.jpg|400픽셀|썸네일|HoxD 유전자무리]]
하나의 호메오도메인 단백질만으로는 타깃이 되는 유전자만을 인식해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호메오도메인 단백질들은 다른 전사인자들과 함께 복합체를 이루며 그들의 타깃 유전자들의 [[프로모터]] 부위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복합체들은 단일 호메오도메인 단백질보다 훨씬 높은 타깃 특이성을 보인다.
 
최초로 호메오도메인을 찾은 곳은 초파리의 [[호메오단백질]]들과 [[분절형성단백질]]들이었다. 이후 [[발생유전학]]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척추동물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에서 호메오도메인이 보존되어 있음을 밝혔다.<ref name="PUB00000591">{{cite journal저널 인용|author=Scott MP, Tamkun JW, Hartzell III GW |title=The structure and function of the homeodomain |journal=Biochim. Biophys. Acta |volume=989 |issue=1 |pages=25–48 |year=1989 |pmid=2568852}}</ref><ref name="PUB00005390">{{cite journal저널 인용|author=Gehring WJ |title=The homeobox in perspective |journal=Trends Biochem. Sci. |volume=17 |issue=8 |pages=277–280 |year=1992 |pmid=1357790 |doi=10.1016/0968-0004(92)90434-B}}</ref><ref name="PUB00005540">{{cite journal저널 인용|author=Schofield PN |title=Patterns, puzzles and paradigms - The riddle of the homeobox |journal=Trends Neurosci. |volume=10 |issue= |pages=3–6 |year=1987 |doi=10.1016/0166-2236(87)90113-5}}</ref>
[[그림파일:Antennapedia2.jpg|160픽셀|썸네일|안테나페디아 돌연변이가 생긴 초파리의 머리|왼쪽]]
[[그림파일:Bithorax.jpg|160픽셀|썸네일|바이토락스 돌연변이가 생긴 초파리|왼쪽]]
 
호메오도메인은 [[나선 대 나선연결구조]]를 만들며 DNA와 결합한다. 나선 대 나선연결구조는 두 개의 [[알파나선]]들로 이루어진 특징을 지니는데, 이 나선들은 DNA와 호메오도메인이 가까이 닿게 하고 짧은 회전 동안에 결합할 수 있게 한다. 이중 두 번째 나선은 [[곁사슬]]들과 DNA의 회전으로 생기는 [[주홈]]에서 밖으로 노출된 염기들과 [[티민]] [[메틸기]]들 사이의 수소결합과 [[소수성]]의 상호작용들을 통해 DNA와 결합한다.<ref name="PUB00005540" /> DNA와 호메오도메인의 두 번째 나선이 결합하면, 첫 번째 나선은 그 구조의 안정화를 돕는다.
호메오 유전자들은 배아의 [[전후축]]을 따라서 배아 내 각 구역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필수적인 유전자다. 호메오 유전자들은 호메오도메인을 포함한 [[전사조절인자]]들을 암호화하는데, 전사조절인자들은 동물의 전후 체축을 따라서 다른 유전적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ref name="PUB00010002">{{cite journal저널 인용|author=Alonso CR |title=Hox proteins: sculpting body parts by activating localized cell death |journal=Curr. Biol. |volume=12 |issue=22 |pages=– |year=2002 |pmid=12445403 |doi=10.1016/S0960-9822(02)01291-5}}</ref> 1984년에 [[에디 드 로버티스]]는 [[손톱개구리]]속에서 최초로 [[척추동물]]의 [[호메오 유전자]]를 분리하여 얻어, 이보디보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했다.<ref>Carrasco, McGinnis, Gehring and De Robertis, Cell 37, 409-414, 1984</ref> 척추동물에서, 같은 조상 유전자에서 유도된 네 개의 유전자들은 약간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의 새로운 기능들을 획득했다. 예를 들어, [[HoxA]]와 [[HoxD]] 유전자는 다리 축을 따라 그 구역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이러한 유전자들의 주된 매력은 바로 그들의 독특한 행동에 있다. 호메오 유전자들은 보통 조직화된 하나의 무리에서 발견된다. 무리 내에서 이 유전자들의 배열 순서는 영향을 끼치게 되는 구역과 시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이러한 현상을 [[공통직선성]] 이라 한다. 공통직선성으로 인해,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자 무리의 변화는 보통 유전자의 영향이 미치는 구역에 유사한 변화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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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동물의 특정 부분이 동물의 [[전체부]]로 발생하는 것을 담당하는 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그 부분이 원래보다 [[후체부]]에 발생하게 된다. 이 현상을 [[전위]]라 한다. 초파리에서의 전위의 유명한 예시로는, 머리에 더듬이 대신 다리가 생기는 [[안테나페디아]]와 두 개의 가슴이 생기는 [[바이오토락스]] 돌연변이가 있다.
 
분자적 증거들은 몇 개의 [[호메오 유전자]]들이 [[좌우대칭동물]] 이전의 [[자포동물]]에서도 발견됨을 보여주는데, 이것으로 호메오 유전자들이 [[고생대]]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추정된다.<ref>{{cite저널 journal인용| last = Ryan |first = Joseph F |coauthors = Maureen E. Mazza, Kevin Pang, David Q. Matus, Andreas D. Baxevanis, Mark Q. Martindale, John R. Finnertyl | title = Pre-Bilaterian Origins of the Hox Cluster and the Hox Code: Evidence from the Sea Anemone, Nematostella vectensis | journal = PLoS ONE | url = http://www.plosone.org/article/info:doi/10.1371/journal.pone.0000153 | volume = 2 | pages = e153 | doi = 10.1371/journal.pone.0000153 | issue = 1 | date = 2007-01|accessdate =2008-04-30| pmid = 17252055| pmc = 1779807| editor1-last = Fay| editor1-first = Justin}}</ref>
 
=== 유전자 툴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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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에서의 호메오 돌연변이체들의 매력은 단 하나의 유전자의 문제로 몸 전체가 전혀 다르게 변했다는 것에 있었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 데 열쇠가 되는 [[유전자 복제]]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몇몇 생물학자들이 초파리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수년의 연구를 통해서 초파리의 호메오 유전자들이 두 개의 복합체로 나뉘어서, 초파리의 총 네 염색체 중 세 번째 염색체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았다. 첫 번째 복합체는 세 개의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초파리의 [[전체부]]를, 두 번째 복합체는 다섯 개의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초파리의 [[후체부]]를 조절하고 있었다. 신기한 점은 바로 호메오 유전자들이 복합체 속에 배치된 순서가 유전자가 조절하는 몸 부위의 순서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ref>A. S. Laughon and M. P. Scott, 『Nature』 310 (1984) pp.25~31</ref>
 
1983년 이래 생물학자들은 두 복합체를 분석하면 초파리 형성의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 아래에서 두 복합체의 DNA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 복합체 내 8개의 유전자로부터 다양한 호메오 단백질들이 발현되고, 이들은 각각 특정 신체부위에 독자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한편으로는 약 아미노산 60개에 해당하는 유사서열을 지니고 있어 공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호메오 유전자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이 180개 염기쌍 서열은 DNA 내에서 상자 모양으로 보였으므로 호메오박스 유전자라 불렸다.<ref>Peter Lawrence 『The Making of the Fly』 (Medford, Mass. : Blackwell Science, 1922)</ref><ref>W. Gehring 『Master control genes in the development and Evolution: The Homeobox Story』 (New Haven : Yale University Press, 1999)</ref>
이 같은 놀라운 발견에도 불구하고, 당시 생물학계의 정설에서는 [[포유류]]와 초파리와 같은 벌레는 발생법칙 자체가 매우 다르다고 생각했으므로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포유류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비교적 [[하등생물]]들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의 교류가 없어 일어난 일이었다. 예외적으로 [[빌 맥기니스]]와 [[마이크 레빈]]은 연구 도중 호메오 돌연변이에 마음을 뺏기고, 포유류가 특별하다는 이전의 편견을 버렸다. 두 사람은 초파리의 모든 호메오 유전자들에 호메오박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벌레, 지렁이, 개구리, 소, 사람 등과 같은 온갖 생물들에서 DNA를 분리해 호메오박스를 찾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초파리 이외의 동물에서도 호메오박스들을 발견하고 심지어 그것들이 매우 유사한 서열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냈다.<ref name ="다른동물호메오박스발견">{{cite journal저널 인용|last=McGinnis |first=William |authorlink= |coauthors=Michael Kuziora |year=1994 |month=February |day= |title=The Molecular Architects of Body Design |journal=[[Scientific American]] |volume=270 |issue=2 |pages=36–42 |pmid=7906436}}</ref> 이를 통해, 학자들은 호메오 유전자들은 모든 생물의 발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잘 보전되어 왔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쥐의 호메오 유전자 배열을 초파리와 비교해본 결과 마찬가지로 유전자들이 몇 개로 나뉜 복합체로 존재하였다. 뿐만 아니라, 각 복합체 속 유전자 배열은 초파리에서와 같이 유전자가 발현되어 영향을 미치는 쥐의 신체부위 순서와 일치했다.<ref name="체축일치">D.Duboule and P. Dolle 『EMBO Journal』 8(1989), pp. 1497~1505</ref><ref>A. Graham, N. Papalapov, N. Papalapov, and R.Krumlauf, 『Cell』 57 (1989) pp. 367~378</ref> 이 연구를 통해, 호메오 유전자 복합체들이 파리와 쥐처럼 서로 다른 동물들의 발생에서 유전자의 염기 서열, 유전자들이 복합체로 존재하는 방식, 심지어는 배아에서 이용되는 방식에 같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되면서, 생물계에 거대한 혁명의 바람이 몰려올 것을 암시하게 되었다.
 
또한 빌 맥기니스와 마이크 레빈이 있었던 [[발터 게링]] 실험실에서는 초파리의 [[아이리스]](눈 없음) 유전자를 발견하고 사람에게도 이와 대응되는 유전자 [[아니리디아(무홍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ref>R.Quiting et al, 『Science』 265 (1994) pp. 785~789</ref> 아니리디아 유전자는 또한 쥐의 [[스몰아이]] 유전자와 같았다. 상이한 눈 조직을 형성하는 데 같은 유전자가 관련됨에 대해 의문을 가진 연구자들은 추가로 한 실험에서, 아이리스 유전자가 초파리의 다른 신체부위에서 발현되도록 조작을 하면 그 부위들에서 눈 조직이 형성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ref name="눈">G. Halder, P. Callaerts, and W. Gehring 『Science』 267 (1994) pp. 1788~1792</ref> 이로써 아이리스 유전자가 눈 발생을 조절하는 [[마스터 유전자]]임을 알게 되었다. 더 놀라운 결과는 쥐의 스몰아이 유전자를 초파리에 넣었을 때, 쥐가 아닌 초파리의 눈 조직이 유도되었다는 것이다.
쥐 유전자가 파리의 눈 발생을 촉진한 것이었다. 이후, 아이리스, 아니리디아, 스몰아이 유전자를 묶어 [[팍스-6]] 유전자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들은 모든 종류의 동물에서 눈 형성과 연관되어 있음으로 보아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이 팍스-6 유전자를 눈 형성에 사용했으므로 진화되는 내내 재사용되고 보존되어왔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유전자에 손상을 입으면 초파리의 다리의 바깥쪽에 변이가 일어나는 [[디스탈리스]] 유전자가 모든 생물의 [[부속지]]를 만드는데 사용되고<ref name ="디스탈리스">G. Panganiban et 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USA』 94 (1997) pp. 5162 ~ 5166</ref>, 초파리의 심장 형성에 필수적인 [[틴먼]] 유전자들이 척추동물의 심장 형성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밝혀졌다.<ref>R. Bodmer and T.V. Venkatregh, 『Developmental Genetics』 22(1998) pp. 181~186</ref>
 
사소한 초파리의 호메오 돌연변이를 시작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어왔던 진화생물학자들의 ‘서로 다른 동물들은 오랜 기간 동안 각자 다른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완전히 별개의 방법으로 진화되어 왔다’는 생각은 무너졌다. 상이한 동물에서 공통된 유전자가 동물의 발생에 매우 유사한 기능을 함이 알려지자, 생물학자들은 다시 동물의 발생과 구조의 기원, 동물의 진화에 대해 철저히 재검토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 이보디보의 확장 ==
[[그림파일:Newborn with polydactyly of both feet.jpg|250픽셀|썸네일|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을 경우 사람에서 다지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헤지호그 유전자가 병아리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하며, 초파리에서는 초파리 유충에 많은 섬모가 돋아나게 한다.]]
 
초파리에서 호메오 유전자를 발견한 후, [[분자생물학]]자들은 초파리의 호메오 유전자를 [[탐침]]으로 사용하여 다른 생물에도 이러한 유전자가 존재하는지를 알아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선충]]에서 코끼리까지 모든 동물에서 호메오 유전자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심지어 염기 서열 또한 매우 비슷함을 보였다.<ref name="다른동물호메오박스발견"/> 이는 호메오박스가 [[진핵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매우 초기에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쥐의 호메오 유전자의 배열에 관한 연구는 호메오박스의 기능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학자들 조차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쥐의 호메오 유전자들은 파리와 마찬가지로 몇 개의 복합체를 이루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 순서는 발현되는 쥐의 신체부위 순서에 정확하게 대응했다. 이는 동물들의 호메오 유전자의 유사성이 서열의 유사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합체 조직을 이루는 방식, 나아가 배아에서 활용되는 방식에까지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로써 호메오 유전자 복합체들이 동물들의 발생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ref name="체축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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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그러므로 이 나비들의 널따란 날개막을 서판 삼아, 자연이 그 위에 종의 변형에 대한 이야기를 써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로 자연 조직의 모든 변화들이 그 위에 간직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게다가 날개의 색깔 패턴은 일반적으로 종간의 혈연 정도를 말해주는 썩 규칙적인 증거가 된다. 자연의 법칙은 모든 존재들에게 동일할 것이므로 곤충의 한 종류인 이들에게서 끌어낸 결론은 전체 유기체 세계에 적용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나비를 연구한다는 것은, 설령 산뜻하고 하늘하늘한 생명체라서 선택한 대상이라 하더라도, 경멸 받을 일이 아니다. 도리어 언젠가 생물과학의 가지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연구로 인정받을 것이다.}}
 
영국의 박물학자 [[헨리 월터 베이츠]]가 그의 책 『아마존 강의 박물학자』에서 나비를 언급한 뒤로, 나비는 진화적으로, 또 생태학적으로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다.<ref>Henry Walter Bates 『Naturalist on the River Amazons』 (London: John Murray, 1863)</ref> 그 중에서도 이보디보는 나비가 어떻게 그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흔히 나비의 날개에는 어떠한 규칙성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몇몇 [[비교생물학]]자들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의 나비 무늬의 설계도를 작성하였다.<ref name="네이하우트">Frederick Jihout 『The Development and Evolution of Butterfly Wind Patterns』 (Washington D.C. : Smithsonian Instituion Press, 1991)</ref>
각각의 나비 종들은 이 기본 설계 계획으로부터 다양한 수준으로 벗어난 [[변이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실의 나비 날개 무늬들은 각각의 무늬 요소들을 최대로 포함하는 기본 설계와는 달리 특정 요소들이 강조되거나 생략되고 조금씩 변형되고는 한다. 이러한 나비의 날개를 관찰함으로써 알 수 있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무늬 요소들이 다른 무늬 요소들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형태와 색과 크기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척추동물이나 절지동물에서 본 [[모듈]] 구조가 나비의 날개구조 진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파일:Taenaris catops.jpg|210픽셀|썸네일|나비의 눈꼴무늬|왼쪽]]
다양한 나비 날개무늬의 구성 요소 중에서도 과학자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나비의 [[눈꼴무늬]]에 대해서였다. 눈꼴무늬는 점박이 형태로, 색이 다른 [[인편]]들이 여러 겹의 동심원을 이루어 만들어진다. 눈꼴무늬는 [[포식자]]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연약한 몸통으로부터 분산시켜 날개 가장자리로 향하게 함으로써 포식자의 습격으로부터 나비를 방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