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상나라

마지막 의견: 12년 전 (Cnsuh님) - 주제: 답변


상나라 동이족 설에 대하여 편집

1. 일단, 현대 역사학과 전근대 역사학이 가지는 중요한 시각차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전근대 역사학은 사마천의 《사기》 이래로 삼황오제로부터 이어지는 유구한 역사를 설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역사학은 1928년 구제강(顧頡剛, 한국에서는 고힐강으로도 불림)이 제창한 의고(疑古) 이후로 이러한 유구한 역사를 모두 신화로 판명했습니다. 고힐강은 중국의 고대 신화의 실제 성립 연대가 오히려 정 반대의 순서로 누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사료 고증을 통해 밝혀 냈습니다. 삼황오제와 하, 은, 주의 순서로 이어지는 전근대의 역사가 실제로는 정 반대로 하·은·주의 신화-역사가 먼저 형성되고 난 뒤에 계속해서 오제의 사적이 생겨나고, 뒤이어 삼황의 사적이 만들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전국시대에 수많은 제자백가 사상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사상적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고대의 신화적 존재를 만들어내거나, 혹은 신화적 존재의 업적으로 꾸며내는 일이 수도 없이 벌어졌다고 하는 것이죠. 이러한 의고를 통해 고힐강과 그의 고사변학파, 그리고 그 대의를 이은 현대 역사학은 이러한 신화의 창조 과정을 인식하고 신화와 역사의 실체를 구분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고힐강의 《고사변》이 그 대표적인 저서이며, 저는 김선자 저,《만들어진 민족주의 황제 신화》를 참조했습니다.)

2. 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미 아사달 논쟁에서도 말했다시피, 신화와 역사를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근대 중국의 상고사(기원전 841년 이전)는 태반이 신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나라가 동이이라는 주장은 분명 존재합니다. 심지어 사료 상의 기록으로도 존재하고, 현대 역사학 이전의 전근대 역사학자들 중에서 그렇게 주장한 사람들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신화입니다. 애초에 동이라는 존재 자체도 특정한 민족이나 종족을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며 주나라 이후 전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 단순히 동쪽에 살던 여러 종족일 뿐입니다. 당연히 이들 여러 종족의 구분은 상고대 사료에서도 모호해서, 상나라는 자국을 중심으로 보고 자국의 동쪽에 살던 부족을 가리켜 동이라고 멸칭했으며, 주나라가 상나라를 멸망시킨 뒤에는 상나라도 동이라 멸시당했습니다.(이상의 내용은 아래 논문 및 기타 중국사 통사/대학교재 수준의 기초 지식을 근거로 함 / 이성규, 〈선진문헌에 보이는 '동이'의 성격〉, 《한국고대사논총》1, 1991), 당연히 이러한 동이를 가지고 상나라는 동이족이니까 한족과 다른 민족이다라고 주장하는 건 그냥 본인이 신화와 역사도 구분할 줄 모른다는 선포에 불과합니다.

3. 그럼 사용자 아사달 님께서 직접 가져온 내용들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민족의 기원과 중국인 : 중국인이란 황하 유역에서 기원하여 황제와 염제를 조상으로 받들고 이곳으로부터 각 지역으로 확산되어 갔다. 때문에 중국인 스스로는 염황의 자손이라 하고, 황하 유역에서 기원하는 화하(華夏) 민족이라고 하는 문화의 일원론이 나왔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고 본래 중국에는 여러 민족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이 융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다원론이 있다. 여기에서 나온 설이 이른바 '이하동서설(夷夏東西設)'이다. 즉, 화북 지역에 양대 민족이 살고 있었는데 동쪽에는 이(夷), 서쪽에는 하(夏)가 있었다. 이들은 당시 농업이 잘 되는 중원 지역을 둘러싸고 싸움을 벌였는데, 먼저 서쪽에 있던 하가 동쪽의 이족을 물리치고 이 곳을 차지하고 있다가 다시 동쪽에 있던 상족에게 빼앗겨 상 왕조가 지배하게 되었다. 그런데 서쪽의 주가 일어나 상 왕조를 멸망시키고 이를 되찾았다고 설명하는 이원론이다.

강조한 부분을 보건대, 아무리 보아도 저것이 정설이라고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물론 당연히 제가 아는 중국사 일반에도 저러한 이하동서설은 일설의 하나로 취급될 뿐입니다. 게다가 그다지 근거도 없는.

다른 인용문을 보니 그냥 헛웃음만 나오네요. 인터넷 검색 결과1, 인터넷 검색 결과2 인터넷에서 검색 한번 한 것을 가져와 놓고 무엇을 어쩌라는 말씀이십니까? 확실하게 요청드립니다. 저 책을 직접 확인하셨습니까? 저 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출판된 것인지 아십니까? 저 책들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인터넷 검색에서 이러이러한 책을 봐라 은나라 동이족설은 정설이다라고 하면 그것을 믿어야 하는 겁니까? 지금 위에 1번과 2번 항목을 서술하고 난 뒤에 이 검색 결과를 찾고 나니 참으로 허탈합니다. 아사달 님께서 그래도 중국의 뭔가 어떤 책을 보긴 했구나 하고 생각했던 제가 한심해지기까지 합니다.

덧붙여, 두번째 검색 결과를 보다시피 저 책들은 다 1900년대 초반, 현대 역사학이 제대로 확립되기 이전의 것들이네요. 현대 역사학에서 확고하게 정설로 인정된다면서요? 1941년에 쓰여진 책이 현대 역사학의 정설입니까? 참 기가 막힙니다.

4. 어쨌든 하던 비판은 마저 하겠습니다. 이제 중국어 위키의 동이, 상왕조 항목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东夷是中國古代,尤其是商朝、周朝時期,對東部部族的称呼,因有九支主要部族又稱九夷。随着商代的东夷与華夏的融合,东夷後來改為對东方外族的泛稱。

동이는 중국 고대, 특히 상왕조와 주왕조 시기 동부부족의 호칭으로 9개의 주요 부족이 있어 구이라고도 불렀다. 상대의 동이와 화하의 융합에 따라 동이는 동방 이민족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보다시피, 상왕조 시기에도 동부부족을 가리켜 동이라고 불렀습니다. 상왕조 자신이 동이인데도 그랬단 말입니까? 위에 제가 서술했다시피, 동이는 그저 동쪽에 사는 여러 부족을 가리키는 멸칭일 뿐입니다. 동부의 부족을 동이라 부르던 상왕조도 주왕조에게 멸망하고 난 뒤에는 주왕조에 의해 동이라 불립니다. 그리고 이것이 상왕조 동이족 설의 가장 역사학적 해석입니다.

夏朝時商的勢力範圍在夏的東邊,夏人將商歸類為東夷中九夷之一。
하왕조시대 상의 세력 범위는 하나라 동쪽 방면에 위치하였고 하나라 사람들은 상(나라 혹은 부족)을 구이의 하나인 동이로 분류했다.

물론 하왕조의 시각 같은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하왕조는 아예 신화 속의 국가니까요. 그리고 하왕조가 상왕조를 가리켜 동이라 불렀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왕조의 중심 세력은 하왕조보다 동쪽에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동이라고 불렀을 뿐, 그것이 상왕조가 동이족이라는 의미도 아니고, 설사 상왕조가 동이족(종족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이라고 해도 그것은 역사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전근대의 평가일 뿐입니다.

이상으로 비판을 마치겠습니다. 솔직히, 아사달 님께 대단히 실망했습니다. 겨우 인터넷 검색 결과를 가지고 중국 역사학계의 정설이라 주장하시다니.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무슨 변명을 하실 수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이라면 합당하게 해명해 주십시오.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Xakyntos (토론) 2012년 2월 19일 (일) 19:08 (KST)답변

참고로 아사달 님께서 학계의 정설이라 주장하신 이하동서설(夷夏東西說)에 대한 중국어 위키의 설명을 첨부합니다. 전혀 정설도 아니고, 심지어 여러가지 반론을 받고 있군요. 저 위키는 반론을 소개하는 선에서 끝맺고 있는데, 실제 학계의 논의에서 이하동서설은 그다지 참고할만한 주장으로 취급되지도 않습니다.--Xakyntos (토론) 2012년 2월 19일 (일) 21:34 (KST)답변

夷夏東西說在1933年由傅斯年提出,是過時的中国史前文化起源理論。
이하동서설을 1933년 푸쓰넨(부사년)이 제기한 것으로 이는 중국의 선사 문화의 기원에 대한 시대에 뒤쳐진(过时的 : 즉, 논파되었다는 의미)이론이다.
在20世紀50年代后,夷夏東西說受到了一些學者的質疑,以下是反對者的論據。
1950년대 이후 이하동서설은 여러 학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하는 반대자들의 논거이다.


상나라는 동이족이 세운 나라 편집

Xakyntos 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근거도 많이 찾아서 제시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몰랐던 내용도 새로 알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객관적 사료에는 서로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해석상의 이견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 근대 이전의 중국 측 문헌 편집

상나라가 동이족의 나라라고 한 것은 근대 이전의 중국 문헌에 수도 없이 많이 나옵니다. 아마도 제대로 찾아보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은(殷)과 주(周)는 동일계통의 민족이 아닐뿐 아니라 은은 동이민족(東夷民族)이었다.」- 중국 청화대학《국학론총(國學論叢)》, 서중서(徐中舒)

「중국의 고대사(古代史)를 다시 상고(詳考)해본 결과 은은 동이민족임을 단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은족(殷族)과 동이족(東夷族)간에 알려져있는 난생신화(卵生神話)도 그 내용이 같다.」-《동북사강(東北史綱)》, 전사두(傳斯斗)

「은(殷)이 동이민족(東夷民族)이었다는 것은 중국(中國) 사학계(史學界)의 정론(定論)으로 성립(成立)되었다.」-《중국상고사도론(中國上古史導論)》, 양관(楊寬), 1938년.

(1)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글이라고 폄하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노국통감 / 노피현 칼럼(출처 : http://nopihyun.org/10112076947 )이라고 실명으로 쓴 글로서 위 사료를 글쓴이가 조작했다고 볼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2) 은이 동이민족이라는 것이 "중국 사학계의 정론"이라고 한 것이 1938년이므로 전 근대 역사학에 기반한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 이후 중국 사학계의 정론이 바뀌었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중국 사학계의 정설이라고 제가 표현한 부분은 확실하지 않으므로 취소하겠습니다. "근대"까지는 정설이 확실했는데, "현대"까지도 정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현대" 중국 사학계의 정설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은 취소하겠습니다. 다만 적어도 수천년간, 심지어 근대까지도 중국 사학계에서는 상나라를 동이족의 나라로 본 것이 확실했다는 선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2. 현재 중국 측 자료 편집

상나라를 동이족의 나라라고 하는 주장은 현재 중국 위키백과에도 나오고, 기타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원문은 동일하지만, 한글 번역은 제가 약간 바꿔보았습니다.

夏朝時商的勢力範圍在夏的東邊,夏人將商歸類為東夷中九夷之一。
하 왕조시대 상의 세력 범위는 하나라 동쪽 방면에 위치하였고, 하나라 사람들은 상을 동이 중 구이의 하나로 분류했다.

이건 2012년 2월 현재 내용입니다. 물론 위키백과에 실린 내용이라고 해서 중국 현재 역사계의 정설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따라서 이 문장을 근거로 정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현대 중국학계의 '정설'이라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설이 아니라는 근거도 될 수가 없습니다. 즉, 근대까지도 정설이었고, 심지어 "현재" 중국의 위키백과에도 상나라는 동이족이라고 나오지만, 역사학계의 정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3. 한국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편집

대한교과서(주)에서 나온 책에 상나라는 동이족이 세운 나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교과서 내용을 읽고나면 누구나 한국에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동이족 설을 정설로 보고 있다고 충분히 이해(오해?)할만한 상황입니다.

상[(商) 또는 은(殷)] 왕조는 동이족이 거주하는 황하 하류에 있던 오래된 부락에서 발전하였다. 문헌에 따르면 설(契)이 상족의 조상으로 되어 있다. - 신승하, 《중국사》(상), 대한교과서(주), 1998년, 78쪽.

주나라 사람들은 스스로 하 왕조 사람들과 같은 조상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공주(共主)로서 하 왕조를 멸망시킨 동이의 상을 멸망시키고 중국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 같은 책, 90쪽.

이 책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한국에서 발행한 다른 중국사 책에도 다 비슷하게 나올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런 책 많이 읽었습니다. 그래서 상나라를 동이족의 나라라고 주장하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4. 해석의 문제 편집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근대 이전의 중국 측 문헌에 따르면 상나라는 동이족의 나라였습니다. 둘째, 현재 중국의 위키백과 등에도 동이족이라고 나옵니다. 셋째, 현대 한국 교과서에도 동이족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저는 이제까지 이런 의견에 대한 다른 반대 의견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첫째, 근대 이전의 문헌에서 상나라가 동이족의 나라가 아니라고 하는 문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둘째, 현재 중국 학계에서 상나라가 동이족의 나라가 아니라는 학설이 있는지 알지를 못합니다. 셋째, 어떤 한국 교과서에서도 상나라가 동이족의 나라가 아니라는 글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오늘 Xakyntos 님이 쓴 글을 보고서, 처음으로 반대 의견이 무엇인지 그 핵심 내용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 의견이 나름 상당히 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에도 수긍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Xakyntos 님은 일단 저를 어느 정도 설득하는데 성공을 한 것입니다. (^_^) 다시 또 말하지만 현대 중국학계의 정설이라는 말은 취소합니다.

다만 여전히 제가 좀 의아스러운 점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해석상의 문제입니다. 비록 저도 어느 정도 Xakyntos 님의 견해에 동의를 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인된 의견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묻겠습니다. Xakyntos 님의 해석(!)은 공인된 해석입니까? 만약 공인되었다면 한국 측, 중국 측 어느 문서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까? 출처가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Xakyntos 님의 해석이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각종 교과서와 심지어 중국 측 위키백과에까지 저렇게 반복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그런 교과서에 나오는 서술은 삭제를 해 버리고, 동이에 대한 Xakyntos 님의 해석을 바탕으로 위키백과를 마음대로 편집해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설령 그 편집 내용이 옳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 등 수없이 많은 문헌들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사실(즉, 상나라는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다는 사실)을 일체 무시하고, Xakyntos 님의 해석을 기준으로 백과사전을 편집해도 되는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명백한 반대 의견이 있고 그것이 정설로 이해(오해?)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인데, 별다른 출처도 없이 자신의 해석을 기준으로 반대 의견을 삭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동이냐를 묻는 것입니다. 차라리 동이족이라는 전통적인 학설을 써놓고 그 뒤에 합리적인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닌가를 묻는 것입니다.

아사달 (토론) 2012년 2월 19일 (일) 22:04 (KST)답변


비판 편집

1. 이미 말했습니다. 근대 이전의 기록을 수없이 쌓아 놓아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마치 근대 이전 성경을 기반으로 창조론이 세상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과학적으로 부정된 것처럼, 근대 이전 역사서를 기반으로 삼황오제부터 하나라에 이르기까지를 역사라고 말해봤자, 현대 역사학에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근대 이전에 상나라는 동이족이라는 문헌, 기록을 아무리 가져와봤자 다 쓸모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저 글들이 고작해야 인터넷에서만 떠돌아 다니는, 수없이 capy & paste된 글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누군가 본인의 실명을 내놓은 채 일개 블로거가 쓴 글 따위를 믿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 글쓴이 자신도 저 글이 과연 어떤 출처에서 돌아다니는지 모르고 있을테니. 그리고 본인의 실명을 걸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사람의 주장을 보증하는 증거라고 순진하게 믿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2. 바보가 아닌 이상, 중국어 위키에 나온 내용을 하나라에서는 상나라를 동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이상의 해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냥 그대로 진실입니다. 하나라, 또는 하나라와 관련된 기록은 하나라에서 상나라를 동이라고 생각했다는 것만 기록하고 있을 뿐 상나라가 진짜 동이족이다라는 것을 증명해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고대 기록에서 하나라의 역사를 장황하게 쓰고 있지만 현재 아무도 하나라는 실존한 국가이다라고 믿고 있지 않는 것처럼요. 그저 하나라, 혹은 하나라라는 신화를 기록한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만 말해줄 뿐입니다.

상[(商) 또는 은(殷)] 왕조는 동이족이 거주하는 황하 하류에 있던 오래된 부락에서 발전하였다.

3.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군요. 대체 저 문장 어디에 상왕조가 동이족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까? 동이족이 거주하던 지역의 부락이라는 의미 말고 어떠한 의미도 추론할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오로지 아사달 님처럼 상나라 동이족설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아야만 그렇게 해석됩니다. 두번째 인용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것은 주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의미일 뿐, 상나라가 진짜 동이족이라는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4. 위에 제가 제시한 논문이라도 먼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성규, 〈선진문헌에 보이는 '동이'의 성격〉, 《한국고대사논총》1, 1991) 그리고 이 책도 보시기 바랍니다. (김선자,《만들어진 민족주의 황제 신화》, 책세상, 2007) 김선자의 책은 동이족과 관련된 직접적인 비판은 없으나, 현대 역사학이 고힐강의 의고 이후로 심하게는 동주 이전, 적어도 상나라 이전의 역사를 신화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파악하고, 그 안에서 역사를 구분해내려 하는 노력과 그것을 현대 중국이 각종 공정을 통해 부정하는 연원을 파악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김선자의 책에서 한 문장을 인용합니다.

하지만 역사학의 입장에서 보면 "소위 찬란한 고사, 영예로운 4,000년 역사, 삼황부터 하상까지의 정제된 계보와 햇수들은 정밀하게 따져보면 모두 위서(僞書)의 결정이다."라고 말한 그의 견해는 여전히 옳다.

고힐강의 주장 자체는 물론 일부 맞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고증으로부터 시작된 현대 역사학의 신화와 역사를 구분하려는 노력은 그 큰 뜻을 같이 하며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5. 덧붙여 생각해보니 아사달 님의 말씀이 참으로 웃기네요. 귀하는 고작 20세기 초반의 지식을 근거로 현대 역사학은 모르겠으나 옛날에는 이랬다. 넌 대체 근거가 뭐냐고 물어보시는 겁니까? 이미 21세기가 접어든지 10년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쓴 글들이 그저 제가 마음대로 해석한 것 같습니까? 그야말로 현대 역사학자들이 들으면 코웃음칠 일입니다. 귀하야말로 이 책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한국에서 발행한 다른 중국사 책에도 다 비슷하게 나올 것입니다.라는 이 말씀부터 증명해 보십시오. 참 화가나고 모욕감마저 느껴집니다만, 그래도 마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진나라의 통일 이전에는 황하, 회하 유역을 중심으로 한 중국 동북부와 기타 지역에 거주하는 북방 몽골리안계 종족을 지칭하였다. 그러나 진나라 통일 이후에는 산둥반도의 일부가 중국 역사에 흡수됨으로써, 발해만을 끼고 만주와 한반도에 분포한 한, 예맥 등을 동이로 지칭하였다. 즉 동이족의 범위가 상당히 동쪽으로 축소 이동한 것이다. - 두산 엔사이버 백과

동이라는 존재가 다양한 종족을 지칭함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으며, 현재 중국 역사에 흡수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중국역사 초기에 ‘동이’라는 것은 한족이 동방의 이민족에게 붙였던 범칭으로서 특정한 종족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방위개념을 첨가한 한족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한족의 활동영역이 확대되고 지리적 지식의 양이 증가하면서 점점 일정한 종족적 개념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중략).... 그러나 은나라와 동이의 종족적 관련성을 부인하는 견해도 있으며, 설사 기자가 은나라의 후예이고 은나라가 동이의 하나라 하여도 동이가 한민족이며 동이문화가 곧 고조선문화라는 등식은 위험하다는 견해도 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상과 동이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견해라는 말이 보이십니까? 그리고 엄밀히 말해 현대 역사학은 상나라가 동이건 말건 신경도 안씁니다. 애초에 저 시대의 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중국 한족이 아닌 다른 민족이라는 의미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상나라가 동이라는 기록이 있어도 별 문제가 안됩니다. 주나라 혹은 하나라가 자기네보다 동쪽에 있던 은나라를 싸잡아서 동이라고 불렀다는 해석으로 해결되니까요.

중국인의 동이족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이것은 중국인의 지리적 인식증대 및 중국의 영역확대와 관련이 깊었다. 진(秦)이 중국을 통일한 BC 3세기말까지 중국인이 인식하고 있는 동이족은 산둥[山東] 반도와 화이수이 강, 쓰수이 강 지역을 중심으로 발해만 일대에 거주한 종족을 의미했으나, 진의 통일 후에는 중국에 편입된 영역을 제외한 발해만 일대와 만주·한반도·일본에 거주하는 종족을 가리키는 용어로 바뀌었다.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역시 동이라는 개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으며, 물론 이들이 모두 중국에 편입되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설의 어머니 간적이 제비 알을 삼키고 설을 낳았다 한다. 난생 신화는 매우 널리 분포되어 있다....(중략)... 아마도 이족은 새와 관련된 출생을 좋아했던 것 같고, 동방에 살던 황제족이 이족의 영향을 받아 제비 알에서 설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생겼을 것이다. - 판원란(範文瀾), 《중국통사》, 1960년대

제곡의 둘째부인인 간적이 현조의 알을 먹고 설을 잉태했다는 설화를 통하여 종래 상족을 동이족으로 파악하려는 견해가 제시되었다....(중략)...단순히 비슷한 것이 아니라 같은 부족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하여 동이족의 활동범위를 넓혀 잡으려는 주장이다. 그러나 상의 설화는 알에서 직접 사람이 태어나는 난생설화와는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 - 이근명 역, 《중국역사》上, 1993 中, 이 책은 일본의 중국 전근대사 책 4권을 정리하여 편역한 것이다.

위의 중국통사의 경우 정확한 저술 시기는 제가 지금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온 뒤 적는 것이라 알 수 없습니다만 저자의 약력으로 보건대 1969년에 사망한 사람이니만큼 60년대의 저술일 것입니다. 아직 전근대적 요소가 남아 있는 서술임에도 불구하고, 이족의 영향으로 생겨났을 뿐, 상을 황제족이라 파악하고 있습니다. 뒤의 일본의 견해 역시 동이가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6. 정리하겠습니다. 전국시대 이후,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면서 완전히 흡수되어 소멸된 선진 시기의 동이(진나라 통일 이전의 동이)는 단순히 중국을 기준으로 동쪽 지역에 살던 이민족들을 싸잡아서 부르던 호칭입니다. 게다가 진시황 이후로 이미 저 동이는 아예 중국 한족이 되어 버렸습니다. 후계 민족도 존재하지 않고, 그냥 중국 한족의 일부인 것입니다. 즉, 선진시대의 원조 한족들이 동쪽에 살던 부족들을 오랑캐라고 멸시하여 불렀든 말든, 진시황 이후로는 저 동이의 역사도 그냥 중국사의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상나라가 동이이건 말건 원래부터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은나라가 동이라고 치더라도 그 동이는 그냥 중국 한족으로 흡수되었으니까요. 하다못해 전근대 역사학은 동이의 개념을 확장해서 사용하다가 그대로 착각을 해서 동이족 = 한반도의 한민족으로 등치해 이해하는 오류라도 범했지만, 이미 그러한 오류를 극복한지 오래인 현대 역사학에서 은나라가 동이던 말건 대체 그게 왜 중요하겠습니까? 어차피 같은 중국입니다. 게다가 이미 말했다시피 동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민족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도 아닙니다. 그러니 중국이 저들을 흡수해 버렸다고 지탄할 이유도 없습니다. 애초에 저들 동이라는 존재 자체도 중국사의 무대에서 함께 역사를 만들어간 같은 배우들이니까요.
주나라는 은나라에게 서융이라 취급당했습니다. 말 그대로 서쪽 오랑캐입니다. 춘추시대 초나라는 남쪽 오랑캐라는 의미로 남만이라 멸시당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중국사의 일부이며, 중국 역사를 구성한 구성원들입니다. 대체 저들이 동이이건 서융이건 남만이건 무슨 상관입니까? 애초에 동이, 서융, 남만이라는 말 자체가 중국 한족과 다른 어떤 특별한 종족을 말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상나라가 있던 시절에는 주나라가 서융이었습니다. 주나라가 있던 시절에는 상나라가 동이였습니다. 한마디로 둘 다 그냥 자기네랑 다른 부족-국가를 서로 오랑캐라고 부른 겁니다. 정말 둘이 서로 다른 민족이었을까요? 그렇든 아니든 사실 상관 없습니다. 둘 다 중국 역사의 한 장이고 한 구성원이니까요.
광개토왕릉비에는 신라를 가리켜 동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동쪽 오랑캐라는 의미입니다. 어차피 중국의 기준으로 보면 둘 다 동이인데, 고구려는 왜 신라를 동이라고 불렀겠습니까? 그냥 동쪽에 우리랑 다른 부족-국가가 있으니 그냥 간단하게 동쪽에 사는 잡놈들이라고 부른 것 뿐입니다. 애초에 저 시대에도 동이라는 개념을 특정 종족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7. 이런 기본적인 역사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동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상나라는 동이족, 그러니까 중국 것이 아니다는 프로파간다에 속아넘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네. 그냥 선전 선동일 뿐입니다. 상나라가 동이족이라는 말은. 전근대 사람들이야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상고시대 동이와 한민족을 가리키는 동이가 같은 것이라고 착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동이라고 기록된 상나라는 우리 한족의 나라가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윤내현 같은 사람들이 민족주의적인 감정을 이용해서 은나라는 우리나라 것이다라고는 선전 선동 하기 위해 이미 극복된지 오래인 개념을 쓰레기통에서 줏어온 것일 뿐입니다. 참고로 이 문단의 내용은 학계의 견해가 아닌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견해입니다. 학계에서는 애초에 이런 저열한 수준까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속된 표현으로 “동이족? 피식, 옛날얘기네. 오늘 점심은 김교수 자네가 사지?” 하고 넘어갈 뿐입니다. 불행히도 그렇기 때문에 저런 저열한 선동이 이렇게나 인터넷과 한국 곳곳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기도 하겠지요.
아무튼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대충 다 한 것 같습니다. 이제 판단은 아사달 님께 달렸습니다. 그럼 건필하십시오.--Xakyntos (토론) 2012년 2월 19일 (일) 23:54 (KST)답변
추가합니다. 아사달 님께서는 게다가 한국의 각종 교과서와 심지어 중국 측 위키백과에까지 저렇게 반복해서 서술하고 있는데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만, 이미 저는 한국의 교과서, 중국의 위키백과에서 서술되는 내용이 상나라 동이족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백과사전은 상나라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 밝혀드리겠습니다.

전기의 유적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허난성 얼리터우[二里頭]의 유적이다. 이 유적은 이보다 앞선 허난성 신석기시대 룽산문화[龍山文化]의 영향을 받아, 상(商)의 최전기(最前期)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이 유적들은 허난성 중부에서 산시성[陝西省]에 이르는 황허강[黃河] 연변의 황토지대에 분포되어 있다. - 두산 엔사이버 백과

룽산문화는 대표적인 중국의 신석기시대 문화로, 상나라가 고고학적으로도 중국의 일부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저 백과사전의 설명 어디에도 상나라와 동이족의 연관성을 말하는 서술은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전근대의 서술일 뿐이니까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역시 동이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덧붙여, 아사달 님께서 근대 이전의 문헌에서 상나라가 동이족의 나라가 아니라고 하는 문헌을 본 적이 없습니다.라는 경천동지할 말씀까지 하셔서 추가합니다. 애초에 상의 시조인 설의 세계는 황제 헌원으로부터 이어져 제곡 고신의 둘째 부인의 아들로 이어집니다. 황제 헌원이 누구인지는 아시겠지요. 뿌리부터 정통 한족입니다. 오히려, 상나라를 동이족으로 보는 문헌이 더 소수입니다. 아니, 엄밀히 말해 상나라 및 그 시조 설은 뿌리부터 한족이기 때문에 특별히 어떠한 종족이라고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동이족이라 주장하는 극소수의 문헌이 오히려 더 많아 보이는 것이고, 또한 귀하께서 인터넷 검색이나 음모론자들의 글만 보시니 그런 것입니다. 아마도 설을 동이족으로 보는 주장은 저 설의 출생 설화를 동이족의 설화라고 해석한 소수의 학자들과, 그것을 받아들여 뻥튀기한 몇몇 음모론자들이 퍼뜨린 것일 것입니다.--Xakyntos (토론) 2012년 2월 20일 (월) 00:39 (KST)답변


답변 편집

Xakyntos 님, 이번에도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자세한 근거까지 제시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님의 글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제 글을 읽고 마음 상한 부분이 있다면, 제 본 뜻이 아니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Xakyntos 님의 좋은 토론과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부탁말씀 : 바쁘시겠만, 한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편집

제가 지금 "한국의 김씨는 흉노족의 후손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잡지에 실릴 아주 짧은 글인데요. 일반인을 위한 흥미 위주의 잡지입니다. 아래 링크에 제 글 초안이 있습니다. 염치없는 부탁입니다만, 아주 짧은 글이니, 한 번 읽어보시고 수정할 사항이 있는지 지적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한된 지면에 역사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위주로, 흥미 위주로 쓰다 보니, 다소 부적당한 표현이 있을텐데요.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론:김 (성씨)#한국의 김(金)씨는 흉노족의 후손인가?

아사달 (토론) 2012년 2월 20일 (월) 04:28 (KST)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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