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韓紙, 문화어: 조선종이, Korean paper 또는 hanji) 또는 닥종이는 한국 고대의 종이로 중국의 제지술을 도입하여 이를 더욱 발전시켰고, 그 품질 또한 매우 우수하였다. 닥종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삼지닥나무·안피나무·닥나무·뽕나무·꾸지나무 등의 나무껍질의 섬유를 뜬 것이다.

한지

조선 후기에 활동한 문신 신위가 남긴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紙一千年 絹五百)’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한지는 그 제작방법의 특성상 보존성과 내구성이 우수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신라 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를 비롯하여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대방광불화엄경》 등은 천 년을 견디는 한지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유물들로 손꼽힌다.[1]

기원편집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중국의 채륜의 제지술이 삼국시대에 전래되어 개량되고 정착되었으리라 추정된다. 593년 고구려에 제지법이 전해졌으며, 610년 고구려에서 제묵법과 제지법을 일본에 전하였다. 한지라는 용어는 조선 시대 말엽에 전래된 서양식 기계 종이와 전통 종이를 구분하여 부르게 되면서 생긴 말이다.[1]

제지법편집

한지의 주원료는 닥나무 껍질과 닥풀(황촉규)이고 한지를 만드는 방법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일반적으로는 다음의 순서를 따른다.

  1. 우선 한지 제작에 사용할 닥나무를 채취하고 찐다(닥무지).
  2. 그 다음 닥나무 껍질을 벗겨 말리는데, 이를 흑피(黑皮)라고 한다.
  3. 흑피를 흐르는 물에 10시간 가량 담궈 백피를 만든다.
  4. 잿물을 만들고, 4~5시간 가량 백피를 삶는다.
  5. 백피를 두드리는데, 이 과정을 고해(叩解)라고 한다.
  6. 닥풀을 만들어 지료와 닥풀을 섞고, 물에 백피를 해리시킨다.
  7. 종이를 발로 뜬다.
  8. 물을 말리고 건조시킨다.
  9. 방망이질로 각종 주름을 펴주는데, 이를 도침(陶枕)이라 한다.

이처럼 물과 불, 잿물, 황촉규액(닥풀) 등 자연에서 얻어진 재료를 조화롭게 활용하면서 질긴 속성을 가진 닥나무의 섬유를 손상시키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두께가 얇아도 질겨 강도가 높고 보존성이 좋은 종이가 탄생한다.[1]

쓰임편집

조상들은 한지의 여러 특성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한지는 바람과 추위를 잘 막아주어 방을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에 방 안의 벽에는 물론 방문이나 창문에 한지를 발라 창호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때 한지는 햇빛이 은은하게 스며들게 하고, 방 안의 습도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지는 가볍고 질겨서 부채를 만들 때도 사용했다. 부챗살에 한지를 붙이고 그림을 그려, 부채를 만들었다. 또 한지를 여러 겹풀칠로 덧대어 반짇고리나 필통 등의 생활용품도 만들어 사용했다. 한지를 여러 겹을 겹쳐서 옻칠을 하면 가죽처럼 단단하고 질겨져서 그릇 같은 생활 용품이나 전쟁터에서 입는 갑옷도 만들었다. 옻칠을 입힌 몇 겹의 한지로 만든 지갑(紙甲)은 화살과 총알도 뚫지 못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한지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는 공장에서 값싸게 만들어 내는 양지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지가 쓰이는 곳은 많다. 한지는 다른 종이보다 먹이 알맞게 스며들어 서예나 동양화를 그릴 때 쓰이고 새해 인사 카드나 편지지, 편지 봉투에도 쓰이며, 선물 포장용으로 한지를 쓰기도 한다. 최근에 한지는 전통 공예품으로도 거듭나고 있는데 한지로 만든 닥종이 인형이 대표적이다.

종류편집

한지는 재료, 용도, 색채, 크기, 두께에 따라 분류되는데, 대표적인 종이들은 다음과 같다.[1]

  • 고정지(藁精紙): 귀리짚으로 만든 종이
  • 간지(簡紙): 편지 쓸 때 쓰던 종이
  • 감지(紺紙): 쪽물 등의 염료로 남색으로 물들인 종이
  • 선익지(蟬翼紙): 잠자리날개처럼 아주 얇은 종이

이외에도 용도에 따라 창호지, 복사지, 화선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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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단체편집

같이 보기편집

각주편집

외부 링크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