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구형 지진
해구형 지진(海溝型地震, 영어: Trench type earthquake), 영어권에서는 비슷한 명칭으로 메가스러스트 지진(영어: Megathrust earthquakes)은 판 사이의 수렴 경계, 그 중에서도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스러스트 단층 지진을 의미한다. 판 경계에서 일어나는 이 지진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보통 모멘트 규모 M9.0을 넘는다.[1][2] 또한 지구상에서 규모 9 이상의 초거대지진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1900년대 이래로 M9.0 이상의 모든 초거대지진이 해구형 지진이었기 때문에, 보통 해구형 지진중 모멘트 규모가 큰 강한 지진을 거대지진(巨大地震)으로 묶어 부르기도 한다.[3] 대표적인 거대지진으로 2011년 규모 M9.1의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 있다.
발생 원리
편집영어권에서 자주 쓰이는 해구형 지진의 "메가스러스트"(megathrust)란 순다 메가스러스트같이 섭입대를 따라 판 경계면에서 형성되는 거대한 규모의 충상단층을 의미한다.[4][5] 하지만 메가스러스트라고 해서 반드시 해양판과 대륙판의 섭입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히말라야산맥 메가스러스트처럼 대륙판끼리의 충돌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6] 메가스러스트 단층은 1,000 km 길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7]
충상단층(스러스트 단층)이란 역단층의 일종으로 단층 위의 지층이 단층 아래의 지층과 비교해 위로 올라 탄 형태이다. 충상단층은 단층 위의 지층이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정단층이나 단층 한 쪽의 지층이 다른 쪽과 비교하여 수평으로만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과는 구분된다. 충상단층의 단층 각도는 일반적으로 45도 이하의 매우 낮은 각도[8]로 다른 평범한 역단층과 큰 차이점이 있으며 단층의 변위길이도 매우 길다.[9][10] 충상단층은 사실상 단층 위의 지층이 단층 아래의 지층 위로 올라타 얹혀져 있는 모양이다. 충상단층은 지각이 지구조적인 힘으로 압축되는 지역에서 볼 수 있다.[11]
메가스러스트 단층은 두 지각판과 해양판이 충돌하는 곳에서 볼 수 있다. 두 판 중 하나가 해양판 암석권이라면 그 해양판은 다른 판 아래로 밑으로 내려가면서 슬래브(Slab) 형태로 지구의 맨틀로 가라앉으며 해구를 형성한다. 두 판이 충돌한 접촉면은 침강하는 슬래브판을 기준으로 위에 얹혀진 가벼운 판의 암석이 위쪽으로 이동하는 메가스러스트 단층이 된다.[5] 메가스러스트 단층을 따라 마찰이 일어나면 두 판이 서로 아래로 침강하다가 두 판의 왜곡이 쌓인다. 왜곡이 쌓이다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 판이 갑자기 움직이면서 단층이 파열될 때 메가스러스트 지진이 일어난다.[7]
발생과 특성
편집메가스러스트 지진은 대부분 지질학적인 섭입대에 국한해서 일어나며 절대 다수는 태평양과 인도양에 있다.[5] 이런 거대한 섭입대는 거대한 지진을 일으킬 뿐 아니라 환태평양 조산대(불의 고리)에 있는 여러 화산 활동을 일으키기도 한다.[12]
거대 섭입대와 관련된 지진은 해저 지형에 변형을 가하기 때문에 종종 거대한 쓰나미 파도를 만들어낸다.[13] 섭입대의 지진은 최대 3-5분 넘게 지속될 정도로 오랜 시간 강한 흔들림과 지반 운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14]
인도양 지역에서는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섭입대인 순다 메가스러스트가 미얀마, 수마트라섬, 자와섬, 발리섬, 오스트레일리아 서북부 해안에 이르기까지 약 5,500 km 길이로 이어져 있다. 순다 섭입대는 모멘트 규모 Mw9.1-9.3의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을 일으켰다.[15]
일본에서는 필리핀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난카이 해곡에서 일어나는 섭입대 지진이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과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16] 또한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일본 해구에서 거대한 산리쿠 해역 지진이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17]
북아메리카에서는 북아메리카판 아래로 섭입하는 후안데푸카판이 밴쿠버섬 중앙부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미국 워싱턴주를 지나 캘리포니아주 북부까지 이어지는 캐스케이디아 섭입대를 형성하고 있다. 캐스케이디아 섭입대는 규모 M8.7-9.3의 1700년 캐스케이디아 지진을 일으켰다.[18] 또한 태평양판이 북아메리카판 아래로 섭입하는 미국 알래스카주 본토에서 알류샨 열도까지 이어지는 알류샨 해구에서는 역사상 수많은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났다.[19] 대표적인 지진으로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강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지진이자 태평양 전역에 닥친 쓰나미를 일으킨 규모 M9.2의 1964년 알래스카 지진이 있다.[20]
세계에서 가장 강한 지진인 규모 M9.4-9.6의 1960년 발디비아 지진은 나스카판이 남아메리카판 아래로 침강하는 페루-칠레 해구에서 일어난 지진이다.[21] 페루-칠레 해구의 메가스러스트 지진은 주기적으로 초거대지진을 일으켰으며 2010년에도 규모 M8.8의 칠레 지진을 일으켰다.[22]
2016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매우 거대한 규모의 메가스러스트 지진은 매우 얉은 깊이로 침강한 슬래브, 이른바 평판 슬래브 섭입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23]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진과 비교했을 때 메가스러스트 지진은 지진 지속 시간이 더 길고 단층 파열 속도도 더 느리다. 거대한 메가스러스트 지진은 두꺼운 퇴적물이 쌓인 섭입대에서 일어나며, 암석 위에 두껍게 쌓인 퇴적물 덕분에 단층 파열이 막히지 않고 먼 거리까지 쭉 이어진다.[5]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 Meier, M.-A.; Ampuero, J. P.; Heaton, T. H. (2017년 9월 22일). “The hidden simplicity of subduction megathrust earthquakes”. 《Science》 357 (6357): 1277–1281. Bibcode:2017Sci...357.1277M. doi:10.1126/science.aan5643. PMID 28935803. S2CID 20666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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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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