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진정
멸진정(滅盡定, 산스크리트어: nirodha-samāpatti)은 다음의 분류, 그룹 또는 체계의 한 요소이다.[1][2][3]
- 무상정(無想定)과 멸진정(滅盡定)의 2무심정(二無心定) 가운데 하나이다.
-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5위 75법의 법체계에서 4번째 위(位: 그룹)인 불상응행법(不相應行法: 14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 대승불교의 유식유가행파와 법상종의 5위 100법의 법체계에서 4번째 위(位: 그룹)인 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24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멸진정은 멸정(滅定) · 멸진등지(滅盡等至) · 멸진삼매(滅盡三昧) · 상수멸정(想受滅定) 또는 멸수상정(滅受想定)이라고도 한다.[2][3][4][5]
멸진정은 무상정(無想定)과 마찬가지로 마음[心]과 마음작용[心所]을 소멸[滅盡]시켜 무심(無心)의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선정이다.[2] 무상정은 이생범부(異生凡夫)가 닦고 득(得)하는 선정임에 비해 멸진정은 성자가 모든 심상(心想)을 다 없애고 적정(寂靜)하기를 바래서 닦는 선정으로,[1] 특히 선정의 장애[定障]를 멀리 떠난 부처와 구해탈(俱解脫)의 아라한이 그 지닌 바 역량을 바탕으로 득(得)하는 선정이다. 멸진정은 무색계의 4천 중 제3천인 무소유처(無所有處)의 번뇌를 이미 떠난 상태에서 닦는 선정이기 때문에, 그 경지가 거의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적정(寂靜)에 비견된다.[2]
멸진정에 대해서는 부파 또는 종파에 따라 의견이 서로 다르다. 같은 부파 또는 종파의 논서들에서도 멸진정의 세부 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그리고 현대의 학자들의 해석에도 차이가 발견된다. 이러한 각종의 이설(異說)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들을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2][3]
- 멸진정이 무색계의 최고위의 하늘인 비상비비상처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와는 달리, 비상비비상처에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서 득해야 하는, 크게 보아 비상비비상처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의 선정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는 멸진정을 별도의 실체, 즉 실법(實法)으로 본다. 반면 부파불교의 경량부와 대승불교의 유식유가행파는 멸진정을 실법(實法)으로 보지 않으며, 마음[心]과 마음작용[心所]이 전전(轉轉)하지 않는 분위(分位: 국면, 양태, 단계, phase)를 마치 실재인 것으로 가립한 가법(假法)으로 본다.
- 설일체유부에서는 멸진정이 모든 마음(즉 6식)이 다 소멸된 완전한 무심의 상태라고 보는데, 유식유가행파에서는 마음(즉 8식) 중에서 제7식인 말나식까지만 소멸되며 제8식인 아뢰야식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본다.
- 분별론자(分別論者)는 멸진정에 들면 상(想)과 수(受)의 마음작용이 함께 소멸되지만 '미세한 마음[細心]'이 소멸되지 않고 남아있다고 본다.
부파불교
편집아비달마품류족론
편집《아비달마품류족론》에서는 멸진정(滅盡定)을 멸정(滅定)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 논서에 따르면, 멸진정은 무소유처(無所有處)의 번뇌[染]을 떠난 상태에서 지식상(止息想: 멈추어 쉬려는 생각, 의도 또는 의지)을 작의(作意: 결심하고 실행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마음과 마음작용이 소멸되는 선정이다.[6][7]
아비달마구사론
편집《아비달마구사론》에 따르면, 멸진정(滅盡定)은 무상정과 마찬가지로 마음과 마음작용이 소멸되게 하는 선정이다. 그리고 멸진정과 무상정은 모두 개별적 실체, 즉 실유(實有) 또는 실법(實法)이다.[8][9]
이러한 점에서는 두 선정은 동일하지만, 무상정의 경우 해탈을 구하기 위하여 출리상(出離想: 벗어나 떠나려는 생각, 의도 또는 의지)을 작의(作意: 결심하고 실행함)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으며, 멸진정은 정주(靜住: 마음이 산란을 떠나 고요히 머무는 것)를 구하기 위하여 지식상(止息想: 멈추어 쉬려는 생각, 의도 또는 의지)을 작의(作意: 결심하고 실행함)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8][9]
무상정이 색계의 4선천(四禪天) 중 최고위인 제4정려에 존재하는 것임에 비해, 멸진정은 오로지 유정(有頂, 산스크리트어: bhavāgra) 즉 무색계의 4천(四天) 중 최고위인 바로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만 존재한다. 유정(有頂)은 유정천(有頂天) 또는 유정지(有頂地)라고도 하는데 비상비비상처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정(有頂)은 문자 그대로는 '유(有)의 꼭대기[頂]'라는 뜻으로, 욕유 · 색유 · 무색유의 3유(三有)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유정(有頂)이라고 한다. 또는 거기에 태어난 유정(有情, 중생)의 소의신은 최상의 업에 의해 낳아진 것이기 때문에 유정(有頂)이라고 한다. 따라서, 멸진정은 3계 중 가장 고급한 상태 또는 경지에 도달한 후에야 비로소 획득할 수 있는 선정이다. 따라서 아직 부처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부처의 상태에 거의 근접한 성자들 즉 아라한들만이 획득할 수 있는 선정이다.[8][9][10] 즉, 멸진정은 부처와 구해탈(俱解脫: 정력(定力)과 진지력(眞智力)으로써 번뇌장과 해탈장을 함께 벗어나는 것[11])을 성취한 아라한만이 득할 수 있는 선정이다.[2]
멸진정은 무상정과 마찬가지로 이염득(離染得)이 아니라 가행득(加行得)이다. 즉, 무상정이 색계의 제3정려의 번뇌를 끊고 제4정려에 올랐다고 해서 저절로 획득되는 선정이 아닌 것처럼, 멸진정 역시 무색계의 제3천인 무소유처의 번뇌를 끊고 비상비비상처에 올랐다고 해서 저절로 획득되는 선정이 아니다. 즉 멸진정은, 무상정과 마찬가지로, 비상비비상처에서 가행(加行) 즉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비로소 득(得)할 수 있는 선정이다.[8][9][12][13] 단, 부처의 경우에는 진지(盡智)를 성취할 때, 즉 일체의 번뇌가 이미 다하였다는 것을 알 때, 즉 성불(成佛)할 때, 즉 보리(菩提)를 증득할 때 멸진정이 획득되기 때문에, 가행득이 아닌 이염득이다. 그리고, 성불한 존재 즉 부처의 원만한 덕성[圓德]은 가행 즉 노력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욕락(欲樂)에 의해 갖추어지는 것 즉 필요시 원할 때 저절로 갖추어지는 것으로, 멸진정이라는 원만한 덕성 또는 공덕을 포함한 부처의 모든 공덕은 모두 이염득이다.[8][9]
무상정은 이생(즉 범부)이나 외도가 닦는 선정이고, 멸진정은 성자가 닦는 선정이다. 무상정의 이숙과는 색계 제4선 광과천으로, 여기서는 소의신을 갖기 때문에 무상(無想)에 들더라도 존재가 소멸된다는 두려움이 없으므로 이생(즉 범부)도 획득할 수 있지만, 멸진정은 그 이숙과가 무색계의 유정천 즉 비상비비상천이기 때문에 무상에 들게 되면 존재가 소멸된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생(즉 범부)은 결코 획득할 수 없다.
그리고 유정천의 견소단의 혹(惑)을 끊지 못한 자는 멸진정을 일으킬 수 없는데, 유정천의 견혹은 유루지로써는 끊을 수 없고 오로지 무루지로써만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멸진정은 오로지 성도(聖道)의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비달마순정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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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
편집유가사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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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양성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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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아비달마집론·잡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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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오온론·광오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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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백법명문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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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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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편집- 곽철환 (2003). 《시공 불교사전》. 시공사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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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권오민 (1991). 《경량부철학의 비판적 체계 연구》. 동국대학원 철학박사 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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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미륵 지음, 현장 한역, 강명희 번역 (K.614, T.1579). 《유가사지론》. 한글대장경 검색시스템 - 전자불전연구소 / 동국역경원. K.570(15-465), T.1579(3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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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세친 지음,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K.644, T.1614). 《대승백법명문론》. 한글대장경 검색시스템 - 전자불전연구소 / 동국역경원. K.644(17-808), T.1614(3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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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운허. 동국역경원 편집, 편집. 《불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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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중국어) 무착 조, 현장 한역 (T.1602). 《현양성교론(顯揚聖敎論)》. 대정신수대장경. T31, No. 1602, CB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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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중국어) 세친 조, 현장 한역 (T.1612). 《대승오온론(大乘五蘊論)》. 대정신수대장경. T31, No. 1612, CB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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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중국어) 세친 조, 현장 한역 (T.1614). 《대승백법명문론(大乘百法明門論)》. 대정신수대장경. T31, No. 1614, CB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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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각주
편집- ↑ 가 나 운허, "滅盡定(멸진정)". 2013년 1월 9일에 확인
"滅盡定(멸진정): 대승에서는 24불상응법(不相應法)의 하나. 소승에서는 14불상응법의 하나. 또는 2무심정(無心定)의 하나. 성자(聖者)가 모든 심상(心想)을 다 없애고 적정(寂靜)하기를 바라서 닦는 선정. 소승에서 불환과(不還果)와 아라한과의 성자가 닦는 것은 유루정(有漏定)으로, 6식과 인집(人執)을 일으키는 말나(末那)만을 없애는 것. 대승의 보살이 이를 닦는 것은 무루정(無漏定)으로, 법집(法執)을 일으키는 말나까지 없앤다." - ↑ 가 나 다 라 마 바 星雲, "滅盡定". 2013년 1월 9일에 확인
"滅盡定: 梵語 nirodha-samāpatti。又作滅受想定、滅盡三昧。心不相應行法之一,俱舍七十五法之一,唯識百法之一。即滅盡心、心所(心之作用)而住於無心位之定。與無想定並稱二無心定,然無想定為異生凡夫所得,此定則為佛及俱解脫之阿羅漢遠離定障所得,即以現法涅槃之勝解力而修入者。聖者遠離無所有處之煩惱,其定之境地可喻為無餘涅槃之寂靜;故為入無心寂靜之樂者,乃依修此定,即可生無色界之第四有頂天。諸宗派對此定有各種異說,如說一切有部主張此定別有實體;但經量部、唯識宗等不認其為實法,唯於心、心所不轉之分位假立此定,唯識宗且以為在此定中未斷滅阿賴耶識;分別論者則謂,入此定之聖者,其想與受已滅,然仍有細心未滅。
另據宗鏡錄卷五十五所舉,滅盡定與無想定有四種不同:(一)證得者之異,即滅盡定為佛、羅漢所證出世間之定;無想定則為凡夫、外道所證世間之定。(二)祈願之異,即滅盡定者唯求出世功德;無想定者則求世間樂果。(三)感果與不感果之異,即滅盡定為無漏業,不感三界生死果報;無想定則為有漏業,能感無想天果報。(四)滅識之異,即滅盡定能滅除第六識,兼能滅第七識之染分;無想定僅滅除第六識分別之見,其他諸邪見尚未能斷盡。〔中阿含經卷五十八、品類足論卷一、大毘婆沙論卷一五二〕(參閱「無想定」)" - ↑ 세친 조, 현장 한역 & T.1612, p. T31n1612_p0849b29 - T31n1612_p0849c05. 심불상응행(心不相應行)
"云何心不相應行。謂依色心心法分位。但假建立不可施設。決定異性及不異性。彼復云何。謂得無想等至滅盡等至無想所有。命根眾同分。生老住無常。名身句身文身異生性如是等類。" - ↑ 세친 지음,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 K.618, T.1612, p. 8 / 12. 심불상응행(心不相應行)
"이른바 마음이 상응하지 않는 지어감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물질과 마음과 마음 법의 한계와 위치에 의하여 다만 시설할 수 없는 결정적인 다른 성질과 다르지 않는 성질을 가정으로 세움이다. 저것이 또 어떠한 것인가. 이를테면 얻음[得]과 생각 없는 선정[無想等至]과 아무것도 없는 선정[滅盡等至]과 생각 없는 하늘[無想所有]과 또는 생명의 뿌리[命根]와 중동분(衆同分)과 나기와 늙음과 머뭄과 그 덧없음과 명신(名身)과 구신(句身)과 문신(文身)과 범부의 성품[異生性] 이러한 등류들이다." - ↑ 세우 조, 현장 한역 & T.1542, 제1권. p. T26n1542_p0694a20 - T26n1542_p0694a22. 멸정(滅定)
"滅定云何。謂已離無所有處染止息想作意。為先心心所滅。" - ↑ 세우 지음,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 K.949, T.1542, 제1권. p. 11 / 448. 멸정(滅定)
"멸정(滅定)이란 무엇인가? 이미 무소유처천(無所有處天)의 번뇌[染]를 여의고 멈추어 쉰다는 생각[止息想]으로 마음을 내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는 심·심소가 소멸한 것이다." - ↑ 가 나 다 라 마 세친 조, 현장 한역 & T.1558, 제5권. pp. T29n1558_p0024c26 - T29n1558_p0025a23. 멸진정(滅盡定)
"滅盡定其相云何。頌曰。
滅盡定亦然 為靜住有頂
善二受不定 聖由加行得
成佛得非前 三十四念故
論曰。如無想定滅定亦然。此亦然聲為例何義。例無想定心心所滅。如說復有別法能令心心所滅名無想定。如是復有別法能令心心所滅名滅盡定。如是二定差別相者。前無想定為求解脫。以出離想作意為先。此滅盡定為求靜住。以止息想作意為先。前無想定在後靜慮。此滅盡定唯在有頂。即是非想非非想處。此同前定性唯是善非無記染。善等起故。前無想定唯順生受。此滅盡定通順生後及不定受。謂約異熟有順生受。或順後受。或不定受。或全不受。謂若於下得般涅槃。此定所招何地幾蘊。唯招有頂四蘊異熟。前無想定唯異生得。此滅盡定唯聖者得。非異生能起。怖畏斷滅故。唯聖道力所能起故。現法涅槃勝解入故。此亦如前。非離染得。由何而得。由加行得。要由加行方證得故。又初得時唯得現在。不得過去不修未來。要由心力方能修故。第二念等乃至未捨亦成過去。世尊亦以加行得耶。不爾。云何。成佛時得。謂佛世尊盡智時得。佛無一德由加行得。暫起欲樂現在前時。一切圓德隨樂而起故。佛眾德皆離染得。" - ↑ 가 나 다 라 마 세친 지음, 현장 한역, 권오민 번역 & K.955, T.1558, 제5권. pp. 219-222 / 1397. 멸진정(滅盡定)
"멸진정(滅盡定)은 그 상이 어떠한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멸진정도 역시 그러한 것으로
정주(靜住)를 위한 것이고, 유정(有頂)이고
선이고, 두 가지의 수(受)와 부정(不定)이며
성자가 추구하는 바로서, 가행(加行)에 의해 획득된다.
滅盡定亦然 爲靜住有頂
善二受不定 聖由加行得
[부처님은] 가행이 아니라 성불할 때 획득하니
삼십사 찰나[念]가 걸리기 때문이다.
成佛得非前 三十四念故
논하여 말하겠다. 앞의 무상정과 마찬가지로 '멸진정도 역시 그러하다' 한 것에서 '역시 그러하다'고 하는 말은 무엇을 예(例)로 삼은 것인가? 무상정의 심·심소의 소멸을 예로 삼은 것이니, 이를테면 '다시 어떤 개별적인 실체[別法]가 있어 능히 심·심소법으로 하여금 소멸되게 하는 것을 무상정이라고 이름한다'고 설하였듯이, 이와 마찬가지로 다시 어떤 개별적인 법이 있어 능히 심·심소법으로 하여금 소멸되게 하는 것을 멸진정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선정의 차별상은 이러하다. 앞의 무상정의 경우 해탈을 구하기 위하여 출리상(出離想)의 작의(作意)를 우선으로 삼았지만, 이러한 멸진정은 정주(靜住, nta vih ra : 마음이 산란을 떠나 고요히 머무는 것)를 구하기 위하여 지식상(止息想)의 작의를 우선으로 삼았다. 또한 앞의 무상정이 마지막 정려(즉 제4정려)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멸진정은 오로지 유정(有頂) 즉 바로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만 존재하는 것이다.26)
그리고 이것은 앞의 선정(무상정)과 마찬가지로 그 성(性)은 오로지 선(善)으로, 무기나 염오가 아니니, 선과 등기(等起)하기 때문이다.27)
앞의 무상정은 오로지 순생수(順生受), 다시 말해 미래 다음 생에 그 과보를 받게 되는 것이지만, 이러한 멸진정은 순생수·순후수(順後受), 그리고 부정수(不定受) 모두와 통한다. 즉 이숙에 근거하여 볼 때 순생수이기도 하고, 혹은 순후수, 혹은 부정수이기도 하며, 혹은 그 과보를 완전히 받지 않는 경우[不受]도 있으니,28) 이를테면 만약 하지(下地)에서 반열반을 획득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29)
이러한 선정에 의해 초래되는 [이숙과]는 어떠한 지(地)의 몇 가지 온인 것인가? 오로지 유정지(有頂地)의 네 가지 온의 이숙과만을 초래한다.30)
또한 앞의 무상정은 오로지 이생이 획득하는 바였지만, 이러한 멸진정은 오로지 성자만이 획득하는 것이다. 즉 온갖 이생은 능히 멸진정을 일으킬 수 없으니, 그들은 단멸(斷滅)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며,31) 멸진정은 오로지 성도(聖道)의 힘에 의해서만 능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며, 32) 현법열반(現法涅槃)의 승해로써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33)
이러한 멸진정 역시 앞의 무상정과 마찬가지로 이염득(離染得)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의해 획득되는 것인가? 가행(加行)에 의해 획득된다. 요컨대 가행에 의해 비로소 증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증득할 때에는 오로지 현재만을 획득하고, 과거는 획득하지 않으며, 미래도 수득(修得)하지 않으니, 요컨대 심력(心力)에 의하여 비로소 능히 수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 찰나 따위 이후 내지 아직 그것이 버려지지 않았을 때에는 과거도 역시 성취한다.34)
세존께서도 역시 가행으로써 획득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획득한 것인가? 성불(成佛) 즉 보리(菩提)를 증득할 때 획득한다. 이를테면 불(佛) 세존께서는 진지(盡智)를 성취할 때, 다시 말해 일체의 번뇌가 이미 다하였다는 것을 알 때 획득한다. 즉 부처님의 어떠한 공덕도 가행에 의해 획득되는 것은 없으니,35) 잠시 욕락(欲樂)을 일으켜 현재전할 때 일체의 원만한 덕성[圓德]이 그러한 욕락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에 부처님의 온갖 공덕은 모두 이염득인 것이다.
26) 유정(有頂, bhav gra)은 비상비비상처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욕·색·무색의 3유(有) 중 가장 높은 꼭대기이기 때문에, 혹은 거기서 생을 받은 소의신은 최상의 업에 의해 낳아진 것이기 때문에 유정(有頂)이라 고 한다. 즉 일체의 마음을 염배(厭背)하거나, 혹은 가장 꼭대기 끝자리의 마음[邊際心]을 끊어야 비로소 능히 이러한 뛰어난 해탈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멸진정은 유정지에만 존재하는 것이다.(『현종론』 권제7, 한글대장경200, p. 175 참조)
27) 멸진정은 무심정이기 때문에 무심의 상태에서는 선·악 어느 것으로도 기표(記票)할 수 없을지라도 선의 가행력에 의해 인기된 것이기 때문에 등기선(等起善)이다.
28) 멸진정은 이숙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과보를 향수(享受)하는 일과 시기가 결정되어 있지 않다.
29) 하지에서 이러한 선정을 일으키고서 상지에 태어나지 않으면 바로 반열반한다. 즉 아라한이 멸진정을 얻어 욕계에서 반열반하는 경우, 이러한 멸진정에는 그 과보가 없는 것이다.
30) 멸진정은 유정(有頂) 즉 무색계의 비상비비상처에 포섭되기 때문에 그 과보도 역시 그곳의 유정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색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4온의 이숙이라 하였다.
31) 앞의 무상정의 이숙과는 색계 제4선 광과천으로, 여기서는 소의신을 갖기 때문에 무상(無想)에 들더라도 존재멸무의 두려움이 없을 것이지만, 멸진정의 경우 그 이숙과가 무색계의 유정천 즉 비상비비상천이기 때 문에 무상에 들게 되면 멸무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생은 결코 획득할 수 없다.
32) 유정천의 견소단의 혹(惑)을 끊지 못한 자는 멸진정을 일으킬 수 없다. 그리고 유정천의 견혹은 유루지로써는 끊을 수 없고 오로지 무루지로써만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성도(聖道)의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즉 유루 6행관의 도는 하지를 추(酥)·고(苦)·장(障)이라 관하고 상지를 정(靜)·묘(妙)·리(離)로 관하여 번뇌를 끊는 것인데, 유정천에는 더 이상 상지가 없기 때문에 유루도로써는 멸진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33) 현법열반이란 지금 여기서의 열반을, 승해(勝解, adhimukti)는 뛰어난 이해를 의미한다. 물론 멸진정 과 열반은 그 체가 다르지만 멸진정을 닦은 자만이 현법의 열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생은 멸진정을 획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34) 이염득이 아니라 가행득이라는 점은 앞의 무상정의 경우와 동일하며, 따라서 3세의 획득 성취에 있어 서도 무상정의 경우와 동일하다.
35) 부처님의 모든 원만한 덕성은 욕락에 따라 갖추어지는 것으로, 노력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따 라서 멸진정도 가행득이 아니라 진지를 획득할 때, 다시 말해 성불할 때 획득된다." - ↑ 星雲, "有頂天". 2013년 1월 9일에 확인
"有頂天: 梵語 akanistha,巴利語 akanittha。音譯作阿迦尼吒。又稱色究竟天。乃色界四禪天之第九天,為有形世界之最頂峰,故稱有頂。此外,有頂天亦指無色界之第四天,即非想非非想處天,以其為三有(三界)之絕頂,故稱有頂。於現存之梵文法華經中,長行、重頌內皆以梵語 bhavāgra 作為有頂之意,而不用梵語 akanistha 一語。〔法華經卷一序品、大毘婆沙論卷七十四、俱舍論卷二十四、法華義疏卷二(吉藏)〕(參閱「非想非非想處天」)" - ↑ 星雲, "俱解脫(구해탈)". 2013년 1월 9일에 확인
"俱解脫(구해탈): ↔혜해탈(慧解脫). 정력(定力)과 진지력(眞智力)으로써 번뇌장(障)과 해탈장을 함께 벗어나는 것." - ↑ 星雲, "離染得". 2013년 1월 9일에 확인
"離染得: 為「受生得」、「加行得」之對稱。染,指煩惱。謂離煩惱時所得者,如出離下地煩惱時,即得上地之定。此乃顯示淨定、無漏定、味定之初所起之差別。又滅盡定乃加行得,而非離染得。俱舍論卷二十八(大二九‧一四八上):「淨由離染生,無漏由離染,染由生及退。」〔俱舍論卷五〕" - ↑ 星雲, "加行得". 2013년 1월 9일에 확인
"加行得: 又作修得、人功得。乃由加行之力而得者。指經由聞、思、修等三慧所證得者,即由後天努力(加行)始能證得者。對此,與生俱來者,則稱生得(梵 upapatti-prātilambhika);煩惱完全滅盡之後(即離染之際)自然而得者,則稱離染得。此外,生得之善,稱為生得善;加行得之善,則稱加行善。〔俱舍論卷四、卷五、卷二十二、大毘婆沙論卷一四四、大乘法苑義林章卷六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