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법

암모니아 생산의 주요 공정

하버법(영어: Haber process) 또는 하버-보슈법(영어: Haber-Bosch process)은 현대 산업 현장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암모니아 합성 공법이다.[1][2] 공법을 발명한 프리츠 하버카를 보슈의 이름을 따 지었다. 비료 제작에 사용되어 현대 인류 부양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1918년의 프리츠 하버

배경 편집

인류의 숙원사업 편집

산업혁명 이전의 농경중심사회의 주 관심은 농업생산력 증대에 있었다. 의식주 중에 식량은 가장 절실한 문제로 충분한 식량자원 확보는 인류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3] 농경기술 발전을 통해 증산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기술발전은 더디었고 황무지 개간 등으로는 증산의 한계가 있었다.[4] 결국 곡물 생산량은 인구증가에 미치지 못하여 인류는 항상 굶주림의 고통속에 살아왔으며, 전쟁과 흉년에는 기근으로 인해 아사자가 발생하였다. 이런 문제는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넘어온 옥수수감자 등의 구황작물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이 되는 듯했다.[5][6][7] 그러나 18세기들어 서서히 인구가 증가하자, 급격한 인구증가는 식량부족으로 인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맬서스의 경고가 1798년에 발표되기도 했다.[8][9]

급격한 인구 증가 편집

감자의 신분상승 편집

콜럼버스 시대의 탐험가들에 의해 유럽에 전래된 옥수수 등의 작물들은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잉카 정복자들에 의해 16세기 중후반에 감자가 소개되자 유럽인들은 큰 거부감을 보였다.[10] 유럽인들은 감자의 생김새가 기이했고 번식과 재배방식이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겼다. 나병을 유발한다는 소문까지 퍼지며 관상용이나 가축사료에 사용할뿐 먹지 않았다.[11] 이런 감자는 영국의 곡물공출 정책[12] 등으로 인해 17세기 초반부터 아일랜드인의 주식이 되었고[13][14] 아일랜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15][16]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인들이 감자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14] 7년전쟁을 치루며 감자의 가치를 알게 된 프리드리히 대왕과 프랑스의 농경학자 파르망티에의 노력 덕분이었다.[17][18][19] 감자는 전란의 피해가 적고 가뭄에도 강했기에 구황식품으로 점차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고, 18세기부터 식품으로 자리잡자 유럽의 인구는 큰폭으로 증가했다.[20]

의학의 발달   편집

질소비료의 중요성 편집

독일의 지리학자 훔볼트가 남미 탐험을 마치고 1804년에 유럽으로 돌아온후, 페루의 구아노(guano)를 수입하여 비료로 사용하면 농작물 생산량을 크게 증대시킬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21] 그러나 1841년에 '농예화학의 아버지'라 평가되는 화학자 리비히가 '식물의 무기 영양론'을 발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22][23] 그는 식물이 공기로부터 얻는 이산화탄소와 뿌리로부터 얻는 질소 화합물과 미네랄을 가지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24][25] 또한 비료의 필수 성분이자 가장 중요한 성분이 질소라는 것을 밝혔다.

일반적인 축산분료로 만들어진 퇴비보다 구아노 속의 질소와 인의 함량은 월등히 높았다.[26] 건조한 해안지방에서 바다새의 배설물이 오랜세월 응고, 퇴적되며 많은 질소가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27] 리비히의 발표이후 유럽인들은 구아노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구아노 속에 있는 질소는 화약을 제조하는데도 필요했기 때문에[28] 구아노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를 수출하게 된 페루의 경제는 크게 호황을 누렸다.

과학계의 숙제 편집

18세기 중반 8억명이던[29] 세계인구가 19세기 말에 15억 정도로 크게 증가했지만 농업생산성은 인구증가에 비례하여 향상되지 않았다.[30] 적극적으로 식민지를 개척하여 농경지를 확장시켜 나갔으나 한계가 있었다. 맬서스가 《인구론》을 통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마치 예언처럼 실현되어 19세기 말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인류는 ‘식량부족’이라는 커다란 문제에 봉착했다. 1898년 영국 과학아카데미의 원장인 윌리엄 크룩스는 1930년대쯤 대규모 기아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하며 인류구원의 길은 화학비료 개발에 있다고 강조했다.[31][32] 또한 의학의 발달로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산업혁명으로 농촌인력이 도시로 몰려 식량생산이 감소했다는 사실도 지목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화학비료 개발은 당시 과학계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과학계의 노력 편집

화학비료 개발 편집

암모니아 합성 편집

반응식 편집

 
오파우에 조립중인 첫 번째 암모니아 반응기 (1913년)

암모니아는 금속 촉매를 통해 다음과 같은 화학반응식으로 생성된다.

 

그러나, 이 반응은 대기중의 질소가 매우 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에 고온, 고압의 철 계통의 촉매가 있어야 한다. 촉매를 사용하여 약 200기압, 400~500°C에서 반응이 진행, 암모니아를 만든다. 이를 하버법, 혹은 하버-보슈법이라 한다. 하버는 처음에는 철을 사용했으나 좋은 수득률을 얻는데에는 실패하고, 이후 오스뮴을 사용해 좋은 성과를 얻는다. 현대에는 철에 기반한 촉매를 여전히 사용한다.[33]

이렇게 생성된 암모니아는 질산, 황산과 혼합하여 질산암모늄이나 황산암모늄을 만든다. 이로써 비료를 만들어 식량문제를 해결하였는데, 하버와 보슈는 이 업적으로 하버는 1918년, 보슈는 1931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같이 보기 편집

각주 편집

  1. Appl, M. (1982). 〈The Haber–Bosch Process and the Development of Chemical Engineering〉. 《A Century of Chemical Engineering》. New York: Plenum Press. 29–54쪽. ISBN 978-0-306-40895-3. 
  2. Appl, Max (2006), 〈Ammonia〉, 《울만 공업화학 백과사전(Ullmann's Encyclopedia of Industrial Chemistry)》, Weinheim: Wiley-VCH, doi:10.1002/14356007.a02_143.pub2 
  3.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과학, 그 위대한 호기심> 궁리 2002 p181 ~ 182
  4. [중앙일보]“구원자인가 악마인가? 사람 살리고 죽인 노벨상 후보자의 두 얼굴”. 2019년 12월 14일.......개간을 통해 농경지를 추가 확보하고 수리 시설을 확충하더라도 늘어가는 인구를 먹일 수 있을 만큼 식량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퇴비를 사용해도 지력을 회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휴경지를 두어야 하므로 불가피하게 놀리는 땅도 많았다.
  5. 김승일 <인간을 지배한 음식 21가지> 예문 1995년 p96......유럽의 기근구제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지리상의 발견기에 신대륙에서 가져온 많은 식용식물이었다.
  6. [ 한국경제 ] '콜럼버스의 교환'은 어떻게 인류를 기아에서 구했나 2020.09.14....신대륙에서만 자라던 옥수수 감자 고구마 강낭콩 땅콩 고추 등이 유럽으로 전해졌다. 특히 감자는 유럽인의 주식 중 하나가 됐다...(중략)... ‘콜럼버스의 교환’이 가져온 최대 이점은 인류를 기아에서 구한 것이다.
  7. 빌 로스 <진기한 야채의 역사> 눈과마음 2005년 p149.....유럽으로 건너간 아메리카 대륙의 야채들은 1700년대 스페인 인구가 2배로 증각한 원인이 바로 아메리카 옥수수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 큰일을 해냈다. 감자도 옥수수와 비슷한 일을 해냈다.
  8. [네이버 지식백과]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Thomas Robert Malthus] - [인구론]을 저술한 영국의 경제학자 (인물세계사, 박중서)
  9. [네이버 지식백과] 인구론 [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人口論]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과잉인구로 인해 필연적으로 빈곤의 악순환, 전쟁, 질병 창궐 등을 통해 불균형이 시정되어 갈수밖에 없다.
  10. 김승일 <인간을 지배한 음식 21가지> 예문 1995년 p93 ~ 94
  11. 헨리 홉하우스 <역사를 바꾼 씨앗 5가지> 세종서적 1997년 p319
  12. 김승일 <인간을 지배한 음식 21가지> 예문 1995년 p97
  13. 헨리 홉하우스 <역사를 바꾼 씨앗 5가지> 세종서적 1997년 p318.....1625년경 감자는 어느덧 아일랜드의 주요 식품이 되었다.
  14.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1> 까치 1997.6.5, p230
  15. 헨리 홉하우스 <역사를 바꾼 씨앗 5가지> 세종서적 1997년 p345, p348......1660년 50만명, 1760년 150만명, 1845년 900만명
  16. 자바현 역사교육자협회 <물건의 세계사> 가람기획 2002년 p28.......1800년 500만명, 1841년 800만명
  17. 김승일 <인간을 지배한 음식 21가지> 예문 1995년 p92....7년전쟁동안 구황작물이나 군량미로서 가치를 알게 된 프리드리히 대왕은 종전후 감자 보급에 앞장섰다.
  18. [네이버 지식백과] 프랑스의 감자 전도사, 파르망티에 - 역사 속의 감자 (감자, 2004. 9. 17., 전수미)......오늘날의 감자요리를 이야기할 때 루이 15세의 신하이자 학자였던 앙투안 오구스탱 파르망티에(Antoine Augustine Parmentier)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감자를 터부시하던 귀족, 왕족들에게 감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프러시아의 7년전쟁(1756~1763년) 때 감옥에 갇혀 있었던 파르망티에는 배급으로 맛본 감자가 훌륭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그는 사람들이 감자에 대한 편견만 버린다면 감자가 영양학적으로 얼마나 우수한가를 알리는데 일생을 바쳤다. 결국 그의 노력은 프랑스의 감자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19. 김승일 <인간을 지배한 음식 21가지> 예문 1995년 p92.....감자의 장점....영양 풍부, 한랭지역에서도 잘 성장, 가뭄에 강함, 흙속에 있어 전란의 피해가 적다, 90일이라는 단기간에 수확가능,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생육함.
  20. 헨리 홉하우스 <역사를 바꾼 씨앗 5가지> 세종서적 1997년 p317.....감자는 단순한 식품에 머무르지 않았다. 감자는 인구 폭발의 원인이 되었고(이하생략)
  21. [네이버 지식백과] 알렉산더 폰 훔볼트 [Alexander von Humbold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22. 오진곤 <화학의 역사> 전파과학사 1993년 p166
  23. 피터 매시니스 <100 디스커버리> 생각의날개 2011년 p31
  24. [네이버 지식백과] 화학비료 - 하버와 암모니아 합성법의 개발 (세상을 바꾼 발명과 혁신, 송성수, 생각의힘)
  25.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과학, 그 위대한 호기심> 궁리 2002 p182
  26.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과학, 그 위대한 호기심> 궁리 2002 p183
  27. [네이버 지식백과] 구아노 [guano] (토양사전, 2000. 10. 15., 류순호).......해안 또는 섬에 군생하는 물새들의 배설물이 퇴적된 것이며 질소질 구아노와 인산질 구아노로 크게 구분한다. 질소질 구아노는 강우량이 적은 건조지대에서 새들의 배설물이 거의 미분해된 상태로 퇴적된 것이며 질소 12% 이상, 인산 8% 이상 함유한다.
  28. 피터 매시니스 <100 디스커버리> 생각의날개 2011년 p32
  29. [네이버 지식백과]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Thomas Robert Malthus] - [인구론]을 저술한 영국의 경제학자 (인물세계사, 박중서)
  30. [네이버 지식백과] 화학비료 - 하버와 암모니아 합성법의 개발 (세상을 바꾼 발명과 혁신, 송성수, 생각의힘)
  31. [ 중앙일보 ] 인류 배 불린 기술, 무기로 돌아와 2015.09.19
  32. Hager, Thomas (2008). The Alchemy of Air. New York City: Three Rivers Press. pp. 3–11. ISBN 978-0-307-35179-1.....Crookes was named president of the British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in 1898. In his inaugural address, he outlined in detail a coming catastrophe: The wheat-eating peoples of the world were going to start running out of food in the 1930s. The reason, he said, was a dearth of nitrogen fertilizer available from natural sources. Crookes called on chemists to develop new ways of making fertilizer from the enormous stock of nitrogen in the atmosphere (which is roughly 80 percent nitrogen). His remarks on the coming famine achieved wide distribution in the press and were turned into a popular book.
  33. 여인형 동국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 (2020년 4월 7일). “프리츠 하버와 암모니아 합성”. 한국화학연구원. 2020년 12월 12일에 확인함. 

외부 링크 편집

참고 문헌 편집

  • [참고](YTN - "탄소 배출 제로" 기계연, 그린 암모니아 생산 공정 개발)https://www.yna.co.kr/view/AKR20210819052000063
  • [참고](ACS Energy Letters - Plasma Catalyst-Integrated System for Ammonia Production from H2O and N2 at Atmospheric Pressure, Iqbal Muzammil, You-Na Kim, Hongjae Kang, Duy Khoe Dinh, Seongil Choi, Chanmi Jung, Young-Hoon Song, Eunseok Kim, Ji Man Kim, and Dae Hoon Lee*,Cite this: ACS Energy Lett. 2021, 6, 8, 3004–3010,Publication Date:August 5, 2021 DOI://doi.org/10.1021/acsenergylett.1c01497 ,
  • KIMM, American Chemical Society)https://pubs.acs.org/doi/10.1021/acsenergylett.1c01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