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규칙

이론물리학과 추상대수학에서 융합 규칙(融合規則, 영어: fusion rule 퓨전룰^[*])은 2차원 등각 장론에 대응되는 특별한 대수 구조이다. 융합 규칙은 1차장 사이의 연산자 곱 전개에 어떤 1차장이 등장하는지를 기록하며, 그 계수는 모듈러 S변환과 페를린더 공식(영어: Verlinde formula)이라는 공식으로 계산될 수 있다. 융합 규칙에는 항상 자연스럽게 융합환(融合環, 영어: fusion ring 퓨전링^[*]) 또는 페를린더 대수(Verlinde代數, 영어: Verlinde algebra)라는 가환환이 대응된다.

정의

유한 집합 $I$ 및 대합

$(-)^{*}\colon I\to I$

$(-)^{*}\circ (-)^{*}=\operatorname {id} _{I}$

이 주어졌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로 생성되는 자유 가환 모노이드

$\mathbb {N} ^{I}=\left\{\sum _{i}n_{i}i\colon \forall i\in I\colon n_{i}\in \mathbb {N} \right\}$

를 생각할 수 있다. 그 원소는 $I$의 원소들로 구성된 중복집합으로 생각할 수 있다.

$I$ 위의 융합 규칙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함수

$N\colon \mathbb {N} ^{I}\to \mathbb {Z}$

이다.

• (규격화) $N(0)=1$
• (대합에 대한 대칭) $N(x^{*})=N(x)\qquad \forall x\in \mathbb {N} ^{I}$
• (융합) $N(x+y)=\sum _{k\in I}N(x+k)N(y+k^{*})\forall x,y\in \mathbb {N} ^{I}$
• (부호) $\exists i\in I\colon N(i)>0$
• (비퇴화성) $\forall i\in I\exists x\in \mathbb {N} ^{I}\colon N(i+x)\neq 0$

성질

항등원과 3점 계수

임의의 융합 규칙 $N\colon \mathbb {N} ^{I}\to \mathbb {Z}$가 주어졌을 때, 어떤 원소 $\eta \in I$에 대하여

$N(i)={\begin{cases}1&i=\eta \\0&i\neq \eta \end{cases}}$

$\eta ^{*}=\eta$

이게 된다. 이를 융합 규칙의 항등원(영어: identity element)이라고 하며, 보통 단순히 $1$로 표기한다. (이는 2차원 등각 장론에서 항등 연산자에 해당한다.)

증명:

공리로부터,

$1=N(0)=N(0+0)=\sum _{i\in I}N(i)N(i^{*})=\sum _{i\in I}N(i)^{2}$

이다. $N(i)^{2}\in \mathbb {N}$이므로, 이는 어떤 $\eta \in I$인 경우 $N(\eta )\in \{\pm 1\}$이며 다른 나머지 $j\in I\setminus \{\eta \}$에 대하여 $N(j)=0$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공리에 의하여 $N(i)>0$인 $i\in I$가 존재하여야 하므로, 이는 $i=\eta$일 수 밖에 없으며, $N(\eta )=1$이다. $N(\eta ^{*})=1$이므로 $\eta =\eta ^{*}$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항등원을 이룬다.

$N(1+x)=N(x)\qquad \forall x\in \mathbb {N} ^{I}$

증명:

공리로부터,

$N(x)=N(0+x)=\sum _{i\in I}N(i^{*})(i+x)=N(1+x)$

이다.

또한, 항상 다음이 성립한다.

$N(i+j)={\begin{cases}1&i=j^{*}\\0&i\neq j^{*}\end{cases}}$

증명:

공리로부터,

$N(i+i^{*})=\sum _{j\in I}N(i+j)N(j^{*}+i^{*})=\sum _{j\in I}N(i+j)^{2}\geq N(i+i^{*})^{2}$

이다. $k\geq k^{2}$를 만족시키는 정수 $k$는 0 및 1 밖에 없다. 이 경우 $k=k^{2}$이므로

$0=N(i+i^{*})-N(i+i^{*})^{2}=\sum _{j\in I\setminus \{i\}}N(i+j)^{2}$

이며, 따라서

$N(i+j)=0\qquad (i\neq j)$

이다.

만약 $N(i+i^{*})=0$이라면, 임의의 $x\in \mathbb {N} ^{I}$에 대하여

$N(i+x)=\sum _{j\in I}N(i+j^{*})N(j+x)=0$

인데, 이는 공리에 의하여 불가능하다. 따라서 항상 $N(i+i^{*})=1$이다.

사실, 융합 규칙은 다음과 같은 데이터로만 완전히 결정된다.

• 항등원 $1\in I$
• 3점 계수 $N\upharpoonright \{i+j+k\colon i,j,k\in I\setminus \{1\}\}$

증명:

2점 이하의 계수는 $1\in I$로 완전히 결정된다. 또한,

$N(i_{1}+i_{2}+\dotsb +i+i_{k})=\sum _{j\in I}N(i_{1}+i_{2}+j^{*})N(j+i_{3}+\dotsb +i_{k})\qquad (k\geq 3,\;i_{1},i_{2},\dotsc ,i_{k}\in I)$

이므로, $k$점의 계수는 3점 계수와 $k-1$점 계수로 결정된다. 물론, 3점 계수 $N(i+j+k)$에서 만약 $i,j,k$ 가운데 하나가 $1$에 속한다면 그 값은 자명하다.

보통 3점 계수는

$N(i+j+k^{*})=N_{ij}^{k}$

로 표기한다. 대칭에 의하여

$N_{ij}^{k}=N_{ji}^{k}=N_{k^{*}i}^{j}=N_{i^{*}j^{*}}^{k^{*}}$

$N_{1i}^{j}=N_{ij^{*}}^{1}=\delta _{i}^{j}$

가 된다. ($\delta$는 크로네커 델타이다.) 즉, 융합 규칙은 다음 조건을 만족시킨다.

$N(i+j+k+l^{*})=\sum _{m\in I}N_{ij}^{m}N_{km}^{l}=\sum _{m\in I}N_{ik}^{m}N_{jm}^{l}\qquad (\forall i,j,k,l\in I)$s

만약 $N_{ij}^{k}$를 행렬 $N_{i}$로 표기한다면, 이는 다음과 같다.

$N_{j}N_{k}=N_{k}N_{j}$

즉, 이 조건은 융합 행렬들이 서로 교환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2.131) 따라서, 복소수 계수에서 이들을 동시에 대각화하는 기저를 찾을 수 있다. 페를린더 공식에 따라서, 이 기저는 모듈러 변환의 S행렬에 의하여 주어진다.

고차 종수 융합 규칙

융합 규칙 $N\colon \mathbb {N} ^{I}\to \mathbb {Z}$ 및 자연수 $g$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함수들을 재귀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N_{g}(x)=\sum _{i\in I}N_{g-1}(x+i+i^{*})\qquad \forall x\in \mathbb {N} ^{I}$

$N_{0}=N$

이들은 2차원 등각 장론에서, 종수 $g$의 콤팩트 리만 곡면 위에 정의된 상관 함수에 대응된다. 그렇다면, 이는 다음과 같은 성질을 따른다.^{:Remark 5.10}

$N_{g+h}(x+y)=\sum _{i\in I}N_{g}(x+i^{*})N_{h}(i+y)\qquad \forall x,y\in \mathbb {N} ^{I},\;g,h\in \mathbb {N}$

융합환

융합 규칙 $N\colon \mathbb {N} ^{I}\to \mathbb {Z}$이 주어졌을 때, $I$로 생성되는 자유 아벨 군 $R=\mathbb {Z} ^{I}$ 위에 다음과 같은 $\mathbb {Z}$-쌍선형 곱셈 연산을 줄 수 있다.

$i_{1}\cdot i_{2}\cdot \dotsb \cdot i_{k}=\sum _{j\in I}N(i_{1}+\dotsb +i_{k}+j^{*})j\qquad (k\in \mathbb {N} ,\;i_{1},\dotsc ,i_{k}\in I)$

이는 항등원 $1\in I$을 갖는 가환환을 이루며, 융합환이라고 한다.

특히, 융합환 $R$의 가환환으로서의 항등원은 0개의 원소의 곱이므로,

$\sum _{j\in I}N(j^{*})j=1$

이다. 즉, 융합환의 항등원은 융합 규칙의 항등원과 같다. 물론 1개의 원소의 곱은

$i=\sum _{j\in I}N(i+j^{*})j$

이므로 이 정의는 일관적이다. 이 정의가 결합 법칙을 따르는 이항 연산을 정의하는 것은 융합 규칙의 융합 공리에서 비롯된다.

융합환 $R$ 위에는 항상 다음 조건을 만족시키는 덧셈 군 준동형

$t\colon (R,+)\to (\mathbb {Z} ,+)$

이 존재한다.^{:Proposition 5.3}

$t(i_{1}i_{2}\dotsm i_{k})=N(i_{1}+i_{2}+\dotsb +i_{n})\qquad \forall i_{1},\dotsc ,i_{k}\in I$

따라서 $t$는 $R$-가군의 동형 사상

$R\to R^{\vee }=\hom _{\mathbb {Z} }(R,\mathbb {Z} )$

$r\mapsto (s\mapsto t(rs))$

을 정의한다. 따라서, 모든 융합환은 고런스틴 환이다. 이 가군 동형에서, 대각합

$\operatorname {tr} \in R^{\vee }$

$\operatorname {tr} \colon i\mapsto \sum _{j\in I}N_{ij}^{j}\qquad (i,j,k\in I)$

에 대응되는 $R$의 원소는 카시미르 원소

$\sum _{i\in I}ii^{*}$

이다.

등각 장론의 융합환

2차원 등각 장론 가운데 최소 모형이 주어졌다고 하자. 이 경우, $I$를 1차장의 집합으로 놓고, $(-)^{*}$를 항등 함수로 놓고,

$N_{ij}^{k}={\begin{cases}0&C_{ijk}=0\\1&C_{ijk}\neq 0\end{cases}}$

로 놓자. (여기서 $C_{ijk}$는 등각 장론의 3점 상관 함수의 계수이다.) 그렇다면, 이는 융합 규칙을 정의한다.

보다 일반적으로, 비라소로 대수 대신 초대칭 비라소로 대수나 아핀 리 대수(베스-추미노-위튼 모형)에 대한, 유한 개의 1차장을 갖는 2차원 등각 장론에 대해서도 유사하게 융합환을 정의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합 $(-)^{*}$이 자명하지 않을 수 있다.

페를린더 공식

유한 개의 1차장을 갖는 2차원 등각 장론에서, 최고 무게 표현들의 지표가

$Z(\tau )=\sum _{i\in I}\chi _{i}(\tau )$

라고 하자. 그렇다면, 원환면 위에서의 모듈러 불변성

$Z(\tau )=Z(-1/\tau )$

에 의하여

$\chi _{i}(-1/\tau )=\sum _{j\in I}S_{i}{}^{j}\chi _{j}(\tau )$

가 되는 행렬

$S\colon \mathbb {Z} ^{I}\to \mathbb {Z} ^{J}$

이 존재한다. (보다 일반적으로, $\mathbb {C} ^{I}$ 위에는 $\operatorname {PSL} (2;\mathbb {Z} )$의 표현이 존재한다.) $S$는 항상 유니터리 행렬이며, 대칭 행렬이며 (※에르미트 행렬이 아니다), $S^{4}=1$이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페를린더 공식(영어: Verlinde formula)이 성립한다.^{:143, (4.55)}

$N_{ij}^{k}=\sum _{l\in I}{\frac {S_{il}S_{jl}{\bar {S}}_{lk}}{S_{1l}}}$

여기서 ${\bar {S}}$는 성분별 복소켤레이다 (즉, $({\bar {S}})^{\top }=S^{\dagger }$).

예

이징 모형

임계 2차원 이징 모형에 해당하는 최소 모형 $c=1/2$을 생각하자. 이 경우, 세 개의 일차장이 존재하며, 다음과 같다.

기호	설명	비라소로 대수 표현 $(h,{\bar {h}})$
1	진공	(0,0)
$\sigma$	스핀 밀도	(1/16,1/16)
$\epsilon$	에너지 밀도	(½,½)

이에 대응되는 융합 규칙은 다음과 같다.^{:80, §2.11}

$I=\{1,\sigma ,\epsilon \}$

$(-)^{*}=\operatorname {id} _{I}$

$N(2\sigma )=1$

$N(2\epsilon )=1$

$N(2\sigma +\epsilon )=1$

$N(1+2\epsilon )=1$

$N(1+2\sigma )=1$

$N(\epsilon +2\sigma )=1$

이 경우, 페를린더 대수는 3차원이며, 다음과 같다.

$A=\mathbb {Z} [\sigma ,\epsilon ]/(\sigma ^{2}-1-\epsilon ,\epsilon \sigma -\sigma ,\epsilon ^{2}-1)$

즉, 곱셈이 다음과 같다.

·	1	σ	ε
1	1	σ	ε
σ	σ	1+ε	σ
ε	ε	σ	1

베스-추미노-위튼 모형

다음이 주어졌다고 하자.

• 복소수 단순 리 대수 ${\mathfrak {g}}$
• ${\mathfrak {g}}$의 카르탕 부분 대수 ${\mathfrak {h}}$
  • 따라서, 근계 $\operatorname {R} ({\mathfrak {g}},{\mathfrak {h}})$를 정의할 수 있다.
• 근계 $\operatorname {R} ({\mathfrak {g}},{\mathfrak {h}})$ 위의 순서. 이에 따라서 최고(最高) 근 $\theta \in \operatorname {R} ({\mathfrak {g}},{\mathfrak {h}})$을 고를 수 있다.
• 양의 정수 $k\in \mathbb {Z} ^{+}$

이제, ${\hat {\mathfrak {g}}}$의 우세 무게 $\lambda$ 가운데 $\langle \lambda |\theta \rangle \leq k$인 것들의 집합을 $P_{k}$라고 하자. 이들은 아핀 리 대수 ${\hat {\mathfrak {g}}}$의 준위 $k$의 표현들과 일대일로 대응한다. $\lambda \in P_{k}$에 대응하는 ${\hat {\mathfrak {g}}}$-표현을 ${\mathcal {H}}_{\lambda }$라고 표기하자.

이제, 다음 데이터가 주어졌다고 하자.

• 콤팩트 연결 리만 곡면 $\Sigma$
• $\Sigma$의 유한 부분 집합 $X=\{x_{1},\dotsc ,x_{n}\}\subseteq \Sigma$
• 함수 $\lambda \colon X\to P_{k}$

그렇다면, ${\hat {\mathfrak {g}}}$의 표현

$\bigotimes _{x\in X}{\mathcal {H}}_{\lambda (x)}$

을 생각하자. 또한, ${\mathfrak {g}}$값 정칙 함수의 복소수 리 대수 ${\mathcal {O}}(\Sigma \setminus X)\otimes _{\mathbb {C} }{\mathfrak {g}}$는 이 표현 위에 표준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복소수 벡터 공간을 정의할 수 있다.

$V(X,\lambda )=\left(\bigotimes _{x\in X}{\mathcal {H}}_{\lambda (x)}\right)_{{\mathcal {O}}(\Sigma \setminus X)\otimes _{\mathbb {C} }{\mathfrak {g}}}$

여기서 $W_{\mathfrak {g}}$는 $W$의, ${\mathfrak {g}}$-작용에 대한 쌍대불변량의 공간, 즉 ${\mathfrak {g}}$에 불변인, $W$의 가장 큰 몫 벡터 공간이다.

아핀 리 대수 ${\hat {\mathfrak {g}}}$의 표현을 갖는 2차원 등각 장론인 베스-추미노-위튼 모형을 정의할 수 있다. 이 경우, 복소수 벡터 공간 $V(X,\lambda )$는 각 점 $x\in X$에 $\lambda (x)$에 해당하는 일차장을 삽입한 경우의 등각 블록이다.

두 유한 집합 $X$, $X'$ 및 전단사 함수 $i\colon X\to X'$가 주어졌을 때, 표준적인 벡터 공간 동형 사상

$V_{\Sigma }(X,\lambda )\cong V_{\Sigma }(X',\lambda \circ i)$

이 주어진다. 즉, 등각 블록의 차원은 선택한 점들의 수 및 대응되는 표현에만 의존하고, 점의 위치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융합 규칙을 생각하자.^{:Example 5.2a}

$N\left(\sum \lambda _{i}\right)=\dim V_{\mathbb {P} _{\mathbb {C} }^{1}}(\{x_{1},\dotsc ,x_{n}\},(x_{i}\mapsto \lambda _{i}))$

즉, 이는 리만 구 위의 등각 블록의 차원이다. 이는 베스-추미노-위튼 모형에 대응되는 융합 규칙이다.

역사

에릭 페를린더 (2009년 사진)

에릭 페를린더(네덜란드어: Erik Verlinde, 1962〜)가 1988년에 2차원 등각 장론을 연구하기 위하여 도입하였다.

외부 링크

• “Fusion ring”. 《nLab》 (영어). 
• “Verlinde ring”. 《nLab》 (영어). 
• “Verlinde formula”. 《nLab》 (영어). 
• “Fusion category”. 《nLab》 (영어).